요즘 점심 먹을 때 위생사쌤들이 보는 <맛집의 옆집>이라는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자주 따라봤는데, 초반 몇몇 음식점엔 정말 '아...'하는 탄식이 나오는 집들이 많았다. 잡동사니가 여기저기 올려져 있는 선반이나, 가게 분위기를 망치는 여러가지 전통(?)소품들, 정돈되어 있지 않은 지저분한 환경, 그리고 가스가 새는 냄새. MC가 이런 것들을 지적하면 사장님들은 자신만의 철학이 지나치게 확고하거나 하나같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핑계를 대곤 했다.
장사가 안되는 집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장사목(상권입지)을 제외하고 말이다.
보통 이렇게 특이하면서도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남들도 이것을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거나, 혹은 남들은 이런 걸 별로 내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라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포기할 용기'가 없다. 설령 그것때문에 장사가 안되는 거라고 팩폭을 맞아도 말이다. 기본적으로 장사라는 것은 남들이 좋아하는 것, 남들이 갖고싶은 것, 그래서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을 팔아야 하는 건데도.
장사는 전략이다 RED
저자 김유진 출판 도서담 발매 2023.02.19.
책 <장사는 전략이다 RED>는 펼치자마자 몇몇 음식점들의 특별한 차별화 사례를 사진으로 소개해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저자 김유진 님의 전작 <당신의 가격은 틀렸습니다>에서 말했던 "상품을 차별화해서 가격을 올려받을 수 있는 전략"이 떠오르는 대목인데, 이런 디테일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하려면 쉽지 않은 것들이다. 쉽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고 차별화가 되는 거겠지.

콜럼버스의 달걀 (Warrington Museum and Art Gallery)
이 책에는 그런 '콜럼버스의 달걀'들이 가득하다. 기본적으로 요식업에 기반한 내용들이지만 굳이 음식점으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어느 업종에서든 사람을 상대로를 하는 일이라면 벤치마킹할만한 인사이트를 얻어갈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2016년에 발간되어 최근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는 책<장사는 전략이다>의 개정증보판이다. 기존 초판 서문에서 특히 사장님들께 '글쓰기'를 강조한다는 이야기에서 이 분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요즘처럼 좋은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내가 파는 것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소비자는 내 제품이 있는 줄도 모르는 게 당연하므로 무엇이 우리의 강점인지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거기에 글쓰기가 빠질 수 없고. 내가 뭔가 잘하더라도 그걸 대부분 소비자들이 저절로 알아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 스마트 스토어에 물건을 팔 때도 가장 강조하는 게 '상세페이지 디자인'아니던가? 글쓰기는 브랜딩과 세일즈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웬만한 카페나 음식점들도 대부분 SNS를 운영하니까.
작년 1월 당시 내가 살던 시골 읍내에 나가 들렀던 감성식당 생각이 난다. 이런 디테일이 진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별 것 아닌 것 하나때문에 방문객이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단한 차별점이 없다면 손님 발길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은 정해진 일이다. 마찬가지로 병원이든 식당이든 헬스장이든 간에 인테리어에 힘을 줬다면 처음 인테리어를 마치고 찍는 컨셉트 사진, 브랜딩/인테리어/건축 회사의 포트폴리오 사진으로 찍힌 바로 그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은 또한 하나의 디테일이 된다.
되는대로 그냥 빈 테이블에 짐을 올려놓기 시작하면 앞으로는 쭉 그 공간에 짐을 두게 된다. 안 그럴 것 같지만 내 예상에 80%는 그렇게 한다. 그 테이블에 손님들이 잘 안 앉으니깐 이렇게라도 쓰는 거라고? 아니 그러면 그 테이블을 빼던가 공간을 재구성해야지.. 거기 앉기 싫은 이유가 있을 거 아닌가 ㅠㅠ 인스타그램 홍보계정에 노출시킨 식당/업체의 이미지가 실제 방문에서 이어지도록 하는 디테일을 놓치면 안된다. 기대와 다른 현장은 재방문과 입소문을 차단한다.
얼마전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고 졸국한 친구들이 밀양에 놀러왔다. 나는 밀양까지 내려와주는 친구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어 위생사쌤께 밀양에 친구 데려갈만한 맛집 없냐고 여쭤봤는데, 그때 ㅇㅈ쌤이 말씀해주신 맛집- 이 집은 추천해준 ㅇㅈ쌤 뿐만 아니라 다른 쌤들도 말하는 족족 모두 다 거기 맛있다고 입을 모아 칭찬하는 집이었다.

밀양시 단장면 산위에 통나무집 (직접 촬영)
가격대는 좀 있었지만 이렇게 푸짐한 비주얼을 보고 어떻게 사진을 안찍을 수가 있나? 음식점에 필요한 건 다름아닌 '먹기도 전에 맛있어야 한다'는 이 책의 저자 '김유진'님의 말씀이 정답이다. 그러니 위치가 정말로 최악이고 도로사정이 열악한데도 사람들이 찾아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