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치과의사가 됐을 때
가장 두려워하는 진료는 뭘까요?
물론 사람마다 대답이 다양하겠지만
매복 사랑니 발치를 꼽는 원장님들이 많을 겁니다.
저희끼린 수술적 발치라고 해서
써지컬 발치(surgical extraction)라고도 해요.
저도 그랬고 저희 동기들도 다 그랬지만
경력 초반에 진입장벽이 있는 진료다 보니
저도 처음엔 정말 긴장 많이 했지만
하나씩 성공하는 케이스가 늘어갈 때마다
성취감도 더 특별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치과대학 본과 3~4학년 때 학생진료에서
대전치과병원 레지던트 3년차 선배님 지도하에
매복 사랑니 발치를 처음 경험해 보았고요
그다음 졸업하고 나서는
강남레옹치과의 김영삼 원장님에게
사랑니 발치를 본격적으로 배웠습니다.
덕분에 공중보건의사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 재주좋은 치과의사 소현수
오늘 소개해 드리는 분의 발치 케이스는
19살, 어린 여성분의
사진 왼쪽 아래에 누워있는 매복 사랑니 발치입니다.
사랑니 좀 뽑아봤다 하시는 분들은
'저 정도면 쉽지~' 하고 벌써 생각이 드실 텐데요
맞습니다 이 분은 퇴근시간 앞두고
18시09분에 시작해서 (이미 마취는 된 상태)
18시14분에 마친 케이스입니다.
딱 5분 걸렸죠?
누구에게나 퇴근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제가 "5분만에 끝났네요~" 하니까 어시스트 선생님이
"5분? 5분 보다 덜 걸린 것 같은데요?"하셨어요 ㅋㅋ
더 빠르게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진료할 때는 항상 본인의 기준을 갖고
현재 시도하고 있는 방법으로 더 이상 진행이 안될 땐
반복해서 억지로 더 시도하지 말고
얼른 second option을 선택해서 진행해야
시간이 훨씬 덜 걸리고 쉽게 마무리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자니 지금 하고 있는 걸 멈춰야 하고
부가적인 동작과 새로운 행동을 취해야 해서
'이제 와서 방법을 바꾸면 시간이 더 걸리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더라고요.
누가 봐도 쉽게 뽑을 수 있는 케이스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법으로 뽑는 게 아니고
치과의사마다 익숙한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있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 재주좋은 치과의사 소현수
5분 만에 뽑은 건 그렇다 치고!
저는 이번에 잇몸 절개 없이 + 뼈 삭제 없이
오직 치아만 분할하여 발치해 보았습니다.
왜 그렇게 하냐구요?
그래야 회복기에 붓기와 통증이 최소화되거든요!
발치 행위 자체가 외상이기는 하지만
뽑아 없어지는 발치 대상 치아 외에
우리 몸에 남아있는 잇몸 및 뼈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외상이 최소화되기 때문입니다.
(atraumatic extraction; 비외상성 발치라고 합니다)
김영삼 원장님 말씀을 빌리자면,
"조상님 묘 칡 캐듯 뽑아야"한다는 겁니다.
묘(뼈)는 최대한 가만히 두고, 오직 칡뿌리(사랑니)만
요리조리 잘라 꺼내야 한다는 거죠💥
물론 모든 케이스를 이렇게 할 수는 없고
'가능하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자분이 운이 좋으셨던 거죠
치아 머리 부분을 두 번 절단한 게 보이시죠?
(수직 ㅣ + 사선 / )
사랑니 앞에 정상적으로 잘 나 있는 치아에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앞 치아에 닿아있는 부분을 1차로 잘라낸 뒤에
사랑니와 뼈 사이 미세한 공간을 파고듭니다
이때 누르는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환자분들께서 좀 무서울 수 있어요🥹
사랑니 뿌리가 뼈에서 분리되는 게 보이면
이제 다 뽑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들어서 꺼내려고 보니
이미 다 발치가 돼서 치아는 들썩거리는데
앞에 치아에 끄트머리가 좀 걸려서 안 나왔어요.
그럴 때 무리하게 힘을 줘서 꺼내기보다는
꺼내는 경로에 방해가 되는 부분,
앞 치아에 걸리는 부분을 2차로 잘라내어
앞에 치아에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해 꺼냅니다😇
그래서 단면이 2개!

ⓒ 재주좋은 치과의사 소현수
사랑니 주변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는
대부분 잇몸 통증인데요
양치질이 잘 안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양치질이 안되니 충치도 잘 생기겠죠?
저는 웬만해서는
사랑니에 문제가 없으면 건들지 말자는 주의인데요
그럼에도 이렇게 이미 문제가 일어난 사랑니는
대부분 뽑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사랑니를 꼭 보존적으로 안 뽑는 게 정답은 아니고요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적으로 발치하는 것도 resonable하죠.
실제로 쓰이는 앞 어금니를 보존한다는 측면에서요.
물론 고령이거나 골다공증 치료제 복용력이 있다거나
복용 중인 아스피린/와파린 등을 끊을 수 없어서
발치가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근관치료나 인레이 치료 등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치료 퀄리티가 일정하지 못합니다.
잘 보이지도 않고 기구 접근도 어려우니까요.
소개해 드린 매복 사랑니 발치 케이스는
잇몸 절개도, 뼈 삭제도 없이 발치한 경우가 맞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언제나 이런 비외상성(atraumatic)
발치를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잇몸을 반드시 절개해야만 하는 경우도,
뼈 삭제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의료 술기에 대한 판단은
치과의사의 경험과 전문지식에 따라
당면한 특수한 상황에 알맞게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분들의 기대와는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은 정형화된 실습용 마네킹이 아니니까요.
위에 소개 드린 환자분 하나만 봐도
왼쪽 오른쪽 사랑니의 조건도 서로 다르잖아요?
치료 접근법과 환자분들이 느끼는 불편감은
심지어 같은 사람에서도 매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믿고 찾아주시는 만큼, 치과치료 전문가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진료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 글은 소현수 원장이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 재주좋은 치과의사 소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