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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준비 노트 1. 업의 정의

재주좋은치과의원 · 앞니 레진 비니어 장인, 소현수 원장입니다. · 2023년 7월 24일

"어느 날 갑자기 수중에 100억이 생긴다면 내가 계속 이 일을 할까?"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라면, 나는 왜 굳이 치과의사를 해야 하는 걸까?" ​ 이 질문에 대해 내가 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지 나 자신을 설득하는 일, 그것은 이 일에 대한 태도와 내가 하는 '업'을 정의하는 일이다. ​ N...

"어느 날 갑자기 수중에 100억이 생긴다면 내가 계속 이 일을 할까?"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라면, 나는 왜 굳이 치과의사를 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내가 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지 나 자신을 설득하는 일,

그것은 이 일에 대한 태도와 내가 하는 '업'을 정의하는 일이다.

NASA에서 일하던 어떤 청소부는, 여기서 당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1. 업(業)의 정의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내가 낸 책은 물론 블로그 소개 글과 임상 포스팅 마지막에 항상 적어놓듯이,

난 내가 하는 일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 할 먹고 말하는 즐거움과 본래의 아름다운 웃음을 되찾아주는 일"

개원가 임상에서 환자들을 마주하는 치과의사들은 결국 다 비슷해진다거나

다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하는 일이 도대체 무얼 하는 일인지 정의하는 데에서 브랜딩이 시작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각자가 각자의 업을 뭐라고 정의하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된다.

즉 그 자체로 차별화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호텔업을 "장치 산업"으로 정의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같은 호텔업을 "부동산 임대업"으로 정의했다.

정말 이 둘이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 있을까?

호텔업이 무엇인지 정답을 찾는 건 의미가 없다.

이렇게 '업'을 대하는 다른 관점 그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 다른 브랜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업을 정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우리가 만든 업의 정의 한 문장을 훔쳐 쓸 수는 있지만, 그 말이 갖는 무게감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 스스로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브랜딩은 한 사람이 가진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업의 정의를 찾을 때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던 질문은 이 세 가지인데,

"내가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자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흥미를 느끼고 별도의 시간을 쓰는 것은 무엇인가?"

혹시 자신이 하는 일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면서, 단지 '요즘'에 드는 생각이 아니라 '학생 때부터 꾸준히' 혹은 '저년차부터 꾸준히' 가진 유사한 취향이나 생각이 있었다면 그것을 찾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좋을 것 같다.

  1. 경쟁자 확립

1등과 같은 운동장에서 경쟁하지 않는다.

사업가 주언규(전 신사임당)는 신사임당 채널을 직접 운영하는 동안 자신의 경쟁자를 ‘게임채널’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경제채널, 이를테면 삼프로TV처럼 구독자 수가 더 많거나 김작가TV처럼 같은 주제를 다루는 여타 채널들이 아닌, 전혀 쌩뚱맞은 게임 채널을 경쟁상대로 인식한 것은 그가 유튜브 생태계의 원리를 이해하는 인사이트를 가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유튜브를 켠 사람은 유튜브 안에 있는 뭔가를 보고 있다는 건데, 그게 경제 콘텐츠인지 게임 콘텐츠 인지가 중요하지- 경제 콘텐츠 보는 사람은 삼프로도 보고 김작가도 보고 신사임당도 보고 월부도 보고 어차피 다 본다는 것이다.(시청 지속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러니 당시 주언규는 유튜브를 켠 사람이 게임 콘텐츠가 아니라 경제 콘텐츠를 보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차피 유튜브에서 시간을 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경쟁이라면, 그 시간에 게임이 아니라 재테크 얘기를 듣게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주언규가 행했던 이런 ‘동료와 경쟁하지 않는 전략’은 유튜브에서 특히 유용한 방법이고 치과 산업에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여기서 얻어 가야 할 것은 시장의 1등과 아예 다른 경기를 뛰었다는 점이다.

초창기 투명 교정장치로 적극적인 교정치료를 했던 치과들, 서울에서 먼저 무삭제 라미네이트를 대중화시킨 치과들, 지방과 서울에 레진 빌드업으로 유명한 몇몇 치과들, 지방에서부터 심미보철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 압구정에 자리 잡은 치과의사, 지방에서 치주성형수술에 특기가 있는 치과의사, 지방에서 수면 진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치과의사 등등, 모두 다른 운동장을 발견하신 분들이고 각자 브랜드를 갖고 계신(혹은 계셨던) 분들이다. 물론 이렇게 한 가지 특화 진료에 집중하는 방식도 있고, 다른 방식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두 지역 내 경쟁 치과와 치열하게 다투는 대신 파이를 전국으로 늘리는 방법이다.

윤여정 배우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에서 함께 후보에 올랐던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All the nominees, five nominees, we are the winner for the different movies. we play the different role. so we cannot compete each other."

"우리는 각자 다른 역을 연기했고, 서로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우리 5명의 후보 모두 위너다."

  1. 내가 아닌 타인의 인식

실체에 기반, 실체보다 나은 인식

브랜딩은 '내가 보는 나' 대신 '남들이 보는 나'를 만드는 작업이다.

"내가 진료를 잘하는가?" 보다 "사람들이 내가 진료를 잘한다고 생각하는가?"가 좀 더 중요하다.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이 미용실을 선택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생각해 봤다.

요즘 마케팅 좀 한다는 미용실은 대개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플레이스를 활용해서 자신이 손질한 머리를 사진으로 찍어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손님들은 지역명+머리스타일 조합의 검색어를 통해 해당 포트폴리오를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미용실과 디자이너를 선택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내가 찾은 미용사의 포트폴리오가 한두 개뿐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왜 이것뿐이지? 잘 된 것만 올린 건가"

사진이 스타일별로 10개 정도 되면 어떨까?

이제 "잘 하나보다" 하고 생각한다.

그럼 100개면? 10개 정도 올린 것과 별로 큰 차이는 없겠지만, 잘 된 결과물이 그 정도 쌓여있다면 그 미용실 디자이너가 시장에서 선택받을 확률도 올라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일단 정말 '잘 해야'하는 건 당연하고, 그것을 '보이는 곳에 쌓아 둬야'한다.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인식은 이러한 실체가 있을 때라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광화문 근처에 꽤 유명한 밥집이자 술집이 있었다. 쌀을 주제로 해서 갓 지은 쌀밥, 그리고 쌀 막걸리를 파는 집이었다. 내가 이곳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방문한 적이 있는데, 막상 가보니 마케팅-브랜딩되어있는 명성에 비해 별다를 것 없는 그냥 음식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방문해서 직접 특색을 느낄만한 부분에 대해 전혀 별다른 안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기사나 책으로 대표가 말해왔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쌀을 큐레이팅 해준다며 브랜딩 했지만 글쎄?

아니나 다를까 이곳은 임금체불/직원4대보험금횡령/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되고 도주한 대표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졌다.

  1.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돈이 아니더라도 이 일을 계속할 가치를 발견하는 일

지방 소도시 또는 군단위 동네에 가서 평수 큰 대형 치과를 차려 주변에 마케팅 없이 운영하는 치과를 초토화 시키는 컨셉의 개원이 오랜 기간 유행이다. 그렇게 해서 임플란트 수가를 낮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났고 나도 그런 전략에 대해 물론 진지하게 고민했다. 시골에 가서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 특히나 매력 있는 선택지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누구든지, "브랜딩이 진짜 필요한가?"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주제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물음이다. 나 또한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첫 부분에 밝힌 머릿글 내용과 동일하다.

내 수중에 100억이 있더라도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설득하는 일.​

이제 다시 1번으로 돌아가자. 1번에서 찾은 내 문장에 다시금 내가 설득이 되는지. 30년이 지나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지.

브랜딩에는 '끝'이란 게 없다고 한다. 그러니 개원할 때 잠깐 고민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치과를 운영하는 내내, 혹은 내가 치과의사로서 세상에 존재하는 내내 계속해서 고민하고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야 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 과정 자체가 빛나는 결과가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