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된 블로그 글

개원 준비 노트 7. 상가 임대차 계약

재주좋은치과의원 · 앞니 레진 비니어 장인, 소현수 원장입니다. · 2023년 12월 1일

지난 글에서 언급을 많이 했지만 교대역으로 자리를 확정하기 전, 내가 괜찮은 결정을 하려고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을 많이 했다. 중요한 단점이나 하자를 간과한 게 없는지, 그리고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지는 않을지. 자리를 임플란트 업체나 컨설팅 업체를 통해 소개받은 게 아니다 보니 그렇게 여러 자리를 두고 고민하는 동안...

지난 글에서 언급을 많이 했지만 교대역으로 자리를 확정하기 전, 내가 괜찮은 결정을 하려고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을 많이 했다. 중요한 단점이나 하자를 간과한 게 없는지, 그리고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지는 않을지. 자리를 임플란트 업체나 컨설팅 업체를 통해 소개받은 게 아니다 보니 그렇게 여러 자리를 두고 고민하는 동안, 먼저 개원한 친형이 각각의 자리를 객관적으로 따져볼 수 있게끔 질문을 많이 던지고 여러모로 도와주었다. 그런데 날카로운 질문만 하던 형이 내가 교대역에서 개원하기로 마음을 먹은 뒤에는 그 자리의 좋은 점만 꼽아 이야기해 주더라. 형 MBTI는 분명 T라고 생각하는데, T에도 레벨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결정한 사람의 마음을 흔들지 않도록 배려해 줬다고 생각한다. 그게 인생에 도움이 되는 애티튜드라고 나도 다시 한번 배웠다.

계약 전 간판과 관련한 협의를 꽤 많이 했는데, 건물주분께서는 건물 미관을 해칠 것을 우려해 갈바든 경관조명바든 시트지든 아무것도 안되고 원래 간판 자리에 일반적인 간판만 달기를 원하셨다. 이해가 된다. 주변 건물을 다 둘러봐도 시트지 발린 건물이 몇 없다. 그래도 다행히 창문에 글씨로 된 LED 간판하는 것을 어렵게 허락받았다. 그것도 원래 건물 측면은 안되고 전면만 된다고 하셨다가, 옆면까지 협의를 봤다.

만약에 간판 자리 협의 안 하고 계약 먼저 했으면 간판 다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정말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왜냐면 처음 건물 보러 갔을 때 관리인께 시트지 허락을 받아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관리인분은 건물주분께서 그렇게 완강하실지 몰랐다고 죄송하다고 하셨지만, 나는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협의를 진행할지 생각하느라 바빴고 계약 후도 아니고 계약 당일도 아니고 계약 의사만 밝힌 상태에서 미리 시안을 주고받으며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계약했다면 협의가 불가능했을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어쨌든 간판을 달 수는 있게 됐으니 아예 3층에다가는 간판 못 다는 상황에 비하면 마케팅 비용 얼마를 아꼈는지 가늠도 안된다. 휴 다행

기존에 운영했던 치과는 아무래도 건축물 용도나 여러 가지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해당 층의 용도가 '업무시설'로 되어 있었다. 해당 용도를 '1종근린생활시설(치과의원)'으로 변경해야 했는데, 감사하게도 건물주분 부담으로 진행하기로 협의가 됐다. 1종근생(의원)에서도 치과 개원이 되는 동네가 있고 1종근생(치과의원)에서만 치과 개원이 되는 동네가 있다고 한다. 담당 공무원의 성향 차이라고 하는데, 안전하게 (치과의원)으로 기입해달라고 요청드렸다.

내가 부동산 통해서 물건 보러 갔을 때 이미 치과는 전부 철거가 된 상태였고 천장 석고보드 일부와 공조, 조명 뜯어내고 바닥 타일 다 걷어낸 뒤에 그라인더로 바닥 평탄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만약 내가 계약하기로 결정을 하면 원상복구 완료된 상태를 다시 뜯고 공사를 해야 하니, 바닥은 원상복구하지 않고 아낀 데코타일 비용을 이전에 있던 치과에서 나에게 절반 지급하는 것으로 협의가 됐다. 다 주시라고 한 번 말이라도 해봤는데 그건 안되고 절반만 받았다 ㅋㅋ 다 달라고 계속 땡깡 부리면 그냥 원상복구하고 나는 또 뜯고 그랬겠지. 물론 큰 금액은 아니지만 비용을 아꼈다.

천장도 어차피 손을 봐야 하는데 천장도 바닥처럼 협의를 할 수 있는 건가 싶었지만, 천장은 다 덮은 상태로 인계받는 것이 훨씬 좋다고 한다. 부분적으로 오픈 천장을 만들으려고 했는데도 그렇다고 한다. 아무튼 여기서도 비용을 아꼈다.

위치가 괜찮고 건물 시인성도 해당 도로변에선 좋은 편이다 보니 기존에는 렌트프리 기간이 없었다고 하는데(으레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달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임대료도 협의를 시도했으나 네고 없이 처음 전달받은 대로 진행하게 됐다. 요즘 금리가 너무 높아서 임대인들이 수익성이 안 나오기 때문에 건물 임대료가 다 올라갔다고 한다. 아무튼 좋다 좋다.

렌트프리(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음), 핏아웃(인테리어 기간 동안의 임대료 면제) 기간은 사실 의무사항이 아니니 받는다면 무조건 좋다. 그런데 왜 해주냐면, 조삼모사로 일단 높은 임대료로 계약시켜 상가 가치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신도시 공실 상가에서 널리 쓰인다. 사실 이런 상권에서는 안 해줘도 별로 할 말 없다고 생각한다. 핏아웃 같은 편의가 없다면 나라면 임대료가 부담돼서 계약 안 할 수 있겠지만 그게 부담 안되는 사람들은 또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 사무실로 쓸 거면 극단적으로 파티션만 몇 개 놓으면 되는 경우도 있으니. 아니면 돈이 정말 많거나.

개원 위치를 정하는 데 까지는 그동안 주워들은 잡지식으로 어떻게든 했으나, 상가 임대 계약을 하는 것부터는 정말 난생처음 하는 일이라 내가 뭘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온통 모르는 것투성이인 상태라는 것을 실감했다. 개원을 막상 생각하고 자리를 볼 때 내가 항상 두려워하던 순간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 개원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올 것이 분명하니 겁이 나서 계속 자리만 보고 결정을 못 했던 것도 있다. 물론 내가 지금 보는 자리보다 더 목이 좋고 임대료는 싼 금맥이 어딘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한몫했고.

계약 잘 마쳤고 이제 인테리어 콘셉트 정하고 사업자등록증 받고 대출받고.. 본격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