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온 '현실토크' 시간입니다.
수험생에게 메가스터디, 대성, 종로학원이라고 하면 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학원들이죠, 잘 몰랐는데 요즘에는 시대인재 학원이 많이 뜬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있는 여기 교대역 근처에도 서초메가, 강남대성 별관, 강남종로(교대) 세곳이 다 있어요. 지나가면서 보니까 서초 메가스터디 학원은 또 '의약학 전문관'이라고 간판을 달아놓았던데.. 제가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한적이 없어서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의대 증원 이슈로 N수생들이 많아지고, 또 의대 낙수효과(?)로 치과대학 커트라인이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치대도 많이 알아보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진짜 저한테 이런 날이 올 줄도 몰랐는데, 벌써 수능 끝나고 성적표도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와.. 수능에 이렇게 무뎌지다니. 한때 저에게도 인생의 전부였던 시험인데.
저 또한 N수생이었고, 문-이과를 넘나들며 방황도 많이 했었는데요. 살면서 그 시간들을 진지하게 후회해본적은 없습니다. 치과대학에 진학하게된 것도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지금 치과의사가 된 것도 저는 감개무량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치과의사가 된 걸 후회하지는 않지만, 의과대학에 갔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는 군 입대 문제때문에 졸업 후 바로 전공의 과정을 밟을 수 없어서 치과대학을 왔거든요. (법적으로 군대를 연기할 수 있는 나이에 상한선 제한이 있습니다.)
수험생들이 '지금 약대생인데, 한의대생인데, 수의대생인데...' "치과대학으로 진로를 바꾼다고 할 때 괜찮다고 보시나요?"와 같은 질문을 많이 합니다. 저는 수년간 항상 똑같이 말씀 드리는 편인데요, "본인이 하고싶은대로 하되, 저는 지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무슨 직업이든 직업적 성취를 이루는 데에는 같은 직업인 사이에도 굉장히 큰 편차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험생들은 대부분 현실적으로 '좀 더 많은 수입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진로'를 생각하고요. 아무리 돌려말해도 결국 그 질문입니다.
의치한약수 이 다섯가지 진로를 비교하면 분명 의사가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고, 2순위인 치과의사와의 격차가 굉장히 벌어져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옛날엔 개업 치과의사가 많이 벌었다고 하지만, 요즘엔 별로 그렇지 않거든요. 그에 반해 사실 치대 한의대는 제 체감상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의사들 파이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반면에 치과계 파이는 (체감상) 매우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파이'라는 것은 전체 시장 규모를 뜻합니다. 고령화시대에 치과 의료시장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현재 치과계 상황은 매우 빠르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작은 치과들 수십곳이 나눠 진료하던 환자군을 100평, 200평, 심지어는 400평대 치과 하나가 독식하고 있습니다. 전체 시장 규모가 미세하게 커지고 있다고 한들, 그 커진 규모가 일반적인 치과의사들에게 고루 분배되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대다수의 치과들의 파이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고, 직원들 급여도 몇 해 사이 급격하게 올랐습니다. 진료원가도 매우 빠르게 비싸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는 등 치과의사들에게 '진료비 경쟁'을 부추깁니다. 규모의 경제, 인력 레버리지(의료인인 치과의사가 할 일을 다른 의료기사에게 전가하는 식의 위임진료)로 진료 원가를 낮춘 대형 치과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생존 압박에 내몰린 평범한 치과의사들이 '싼 가격' 대신 '치료 퀄리티' 및 '진료의 꼼꼼함'을 어필하기 위해 자구책으로 활용하던 네이버 블로그는 '의료법 위반'이라며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고요. 블로그에 글 하나를 적을 때마다 11만원을 내고 의료광고 심의를 받으라고 합니다. 하루에 글 하나씩 30일간 글을 쓰면 330만원을 도둑맞게(?)됩니다. 한달에 수천만원씩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는 대형 치과에게는 매우 적은 돈일지 몰라도,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겐 한 달 생활비보다도 많은 돈입니다. 결국 불법적인 투자자본을 등에 업고 싼 가격으로 유인하는 큰 치과만 살리고, 작은 치과는 점차 말려죽이겠다는 겁니다.
작은 평범한 치과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있게 치과대학에 진학하라고 권할 치과의사는 별로 없을 겁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수험생에게, 치과의사는 이제 '좀 더 많은 수입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좋습니다. 치료를 받은 환자분이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 일을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저처럼 작은 치과의사들이 '다양한 진료 컨셉'으로 '소신껏' 진료하는 세상은, 다음 세대에서는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문직종 중에 '돈을 벌기 위해' 시골로 내려가는 전문직이 몇이나 될까요? 치과는 요즘 '시골 개원'이 매우 핫한 주제입니다. 시골에 의사가 부족하다지만 치과의사는 예외입니다. 어느 동네든 가까운 대형 치과를 찾는 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의료취약지역이라며 제가 공중보건의사로 배치되어 복무했던 충청북도 영동군에도 대형치과가 두 곳이나 됩니다)
앞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니라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제가 수험생일 때에도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원장님이 몇분 계셨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상황이 매우 다릅니다. 부디 신중히 판단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