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반복되는 루틴이 있다. 물 한 잔을 마신 뒤, 무심코 화장실 앞 거울을 마주하는 일.
오랜 시간 동안 습관처럼 이어져온 그 짧은 순간은, 어느 날부터인가 더 이상 무심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자연스레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 있다.

바로 머리카락이다.
거울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머리숱을 살피고 흰머리가 늘었는지 확인하게 된다.
이전에는 헤어스타일을 대충 정리하고 외출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새 줄어든 숱, 눈에 띄는 새치 한두 가닥에 마음이 흔들리곤 한다. 염색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흰머리를 발견할 때마다 시간의 흔적이 손끝에서 느껴진다.
머리카락은 언제부턴가 내 삶의 기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젊었을 땐 비를 맞아도 개의치 않고 뛰어다녔고,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는 금세 제자리를 찾았다.
내 인생도 그랬다. 실수하고 방황해도 결국엔 다시 제자리에 돌아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머리카락도, 삶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머리를 말릴 때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확인하고, 사진 속에서 휑해진 정수리를 발견할 때면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진다.
남들은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모습 속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머리카락을 인생의 흐름에 비유한다.
자라고 빠지는 것을 반복하며 순환하는 존재. 그러나 모든 것이 다시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들은 한 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젊음처럼, 어떤 순간처럼.
그 되돌릴 수 없음이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든다.
머리카락은 단지 외모를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나라는 사람의 시간을 기록한 흔적이다.
설렘과 슬픔, 후회와 용기, 그 모든 감정이 한 올의 머리카락에 스며든다.
점점 옅어지는 머리숱, 새롭게 돋아나는 흰머리들 사이에서 나는 깨닫는다.
거울 속 머리카락은 곧 나의 삶을 비추는 또 다른 거울이라는 것을.
오늘도 여느 때처럼 거울 앞에 선다.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어제와는 조금 다른 오늘의 나를 마주한다.
사라진 것들보다는 여전히 남아 있는 무언가에 집중하며, 그렇게 또 하루를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