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클릭한 뉴스 기사 하나가 눈에 오래 남았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머리카락이 경매에 올라 1만 7천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천만 원에 낙찰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엘비스의 전속 이발사가 잘라낸 머리카락을 누군가 조용히 모아 병에 담아 보관해 두었고, 시간이 흐른 뒤 그 병은 경매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더군요. 머리카락 한 병이 그렇게 비싼 가치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처음엔 ‘설마 진짜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그럴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도 스쳤습니다.
의외로 비슷한 일은 연예계에서도 종종 벌어집니다.

출처 - 티비리포트
DNA 목걸이
1990년대 후반, SM엔터테인먼트는 H.O.T 멤버들의 혈액과 머리카락 샘플을 활용해 ‘DNA 목걸이’라는 굿즈를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팬들에게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닌, 마치 ‘성물’처럼 여겨졌죠.
팬과 스타를 잇는 상징적인 매개체였던 겁니다.
2010년대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윤리적 논란과 거부감이 섞인 반응 탓에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인사이트
IVE 장원영 씨의 머리카락 세 가닥
더 최근에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IVE 장원영 씨의 머리카락 세 가닥이 약 1,700만 원에 판매 등록되며 화제를 모은 적도 있습니다.
콘서트장에서 얻었다는 설명과 함께였지만, 진위 여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 머리카락에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스타가 마신 생수를 가져가는 팬, 땀이 밴 수건을 소중히 여기는 팬,
그리고 NBA처럼 경기 후 유니폼이나 운동화를 팬들에게 건네는 장면까지...
‘물리적 무언가’를 통해 스타와 연결됐다고 느끼는 감정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 듯합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팬덤의 본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만의 세계 안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진료실에서도 그런 장면을 종종 마주합니다.
환자분의 머리카락 한 가닥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이상하게도 그날의 공기와 감정이 함께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침에 급히 말리고 나왔을 흔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빠져나간 흔적, 그리고 탈모로 인한 속상한 마음까지.
머리카락은 쉽게 떨어지지만, 기억 속에서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습니다.
오래된 책갈피에 남아 있던 한 가닥, 세탁기 속 수건에 엉켜 있던 누군가의 머리...그렇게 머리카락은 오래도록 남아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곤 합니다.

누군가는 자르고 나서 미련 없이 털어내지만, 또 어떤 이는 잘려 나간 머리카락을 손에 들고 한참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더는 빠지지 않기를, 매일을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반면, 누군가는 누군가의 머리카락을 간직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머리카락은 누군가에겐 희망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추억이자 소유의 상징입니다.
같은 머리카락이지만, 그것을 대하는 마음은 모두 다릅니다.
지키고 싶은 마음과 갖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면서, 머리카락은 단순한 신체 일부를 넘어 삶의 조각으로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