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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았더니 맥가이버? 아니, BA였습니다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원 · 김진오의 뉴헤어 프로젝트 · 2025년 6월 12일

어릴 적, 한 친구가 교실에 들어설 때면 웅성거림과 웃음소리가 함께 따라왔습니다. “야, 너 머리 왜 그래?” ​ ​ 누군가 던진 질문에 그 친구는 늘 이렇게 대답하곤 했습니다. “미용실에서 잠깐 졸았더니, 미용사 선생님이 이렇게 만들어놨어.” ​ ​ 그 말을 들으면 다들 웃었지만, 속으로는 슬쩍 안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 한 친구가 교실에 들어설 때면 웅성거림과 웃음소리가 함께 따라왔습니다.

“야, 너 머리 왜 그래?”

누군가 던진 질문에 그 친구는 늘 이렇게 대답하곤 했습니다.

“미용실에서 잠깐 졸았더니, 미용사 선생님이 이렇게 만들어놨어.”

그 말을 들으면 다들 웃었지만, 속으로는 슬쩍 안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이었을지도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습니다.

이런 대답을 하는 친구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정말 다들 미용실에서 졸았던 걸까요?

아니면, ‘졸았다’는 말이 실패한 헤어스타일을 받아들이기 위한 하나의 방어기제였던 걸까요?

사실 저도 어렴풋이 그런 변명을 해본 기억이 납니다.

당시 우리 대부분은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미용실에 갔고,

거기서는 ‘내가 원하는 머리’가 아니라 ‘미용사가 괜찮다고 생각한 머리’를 하게 되곤 했습니다.

결과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시절, 거울 속 어색한 모습 앞에서 당황하며 웃던 기억, 여러분도 있으시죠?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은 들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집에 돌아와 머리를 다시 감으며 현실을 받아들이던 그 시절 말입니다.

졸았더니 맥가이버? 아니, BA였습니다 관련 이미지 1

추억의 맥가이버 머리, 그리고...

그 시절 유명한 일화가 떠오릅니다.

어느 아이가 미용실에 가서 “맥가이버 머리로 해주세요”라고 했답니다.

미용사는 “맥가이버가 누구더라... 그 외화에 나오는 사람 말하는 거지?”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 합니다.

아이는 그 말에 안심하며 잠깐 졸았고, 눈을 뜨니 거울 속엔 ‘A 특공대’의 BA 스타일이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죠.

비슷한 이야기로는 ‘멋진 파마’를 부탁했더니 ‘장정구 파마’가 되었고

이유를 물으니 ‘전격Z작전’의 마이클 라이트(데이비드 핫셀호프)를 떠올린 미용사가 그렇게 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 미용실은 지금처럼 고객 맞춤 스타일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미용사 본인의 미적 기준대로 머리를 잘라주는 공간에 가까웠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그 결과에 저항할 힘도 없었고요.

“잘 어울려~”라는 말 한 마디에 우리는 속으로 ‘진짜 이게 맞나?’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우리가 꿈꿨던 머리와 현실의 거리

학창 시절, 연예인의 머리를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었을 겁니다. 누군가는 영화 ‘비트’의 정우성 머리를, 누군가는 ‘마지막 승부’ 장동건 스타일을, 또 누군가는 ‘느낌’ 속 손지창의 가르마를 꿈꿨죠.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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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머리를 해도 얼굴이 다르면 완성도가 달랐습니다.

“그 머리 하려면 얼굴도 따라가야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저도 한때 ‘슬램덩크’ 윤대협 머리를 하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친구들이 황태산 머리냐고 묻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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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은 스타일 그 이상의 것

지금 저는 모발을 다루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머리카락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자존감과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낍니다.

진료실에서도 머리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옛날엔 숱 많다는 얘기 들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말들 속에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의 괴리를 마주하는 씁쓸함이 담겨 있습니다.

한 환자분은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예전엔 내가 머리를 선택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머리가 저를 선택하는 느낌이에요.”

그 말을 듣고, 저도 문득 학창 시절 미용실에서의 좌절감이 떠올랐습니다.

머리는 단순히 자르는 대상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고 지키는 한 부분이었던 거죠.

모두가 맥가이버를 원하지만, 때로는 BA가 됩니다

생각해보면, 모두가 멋진 스타일을 기대하지만 결과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원하는 모습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는 ‘졸았다’는 말로 자신을 위로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꼭 그것이 실패는 아닙니다.

예상치 못한 헤어스타일 속에서도 나만의 매력을 찾을 수 있고, 그 경험이 언젠가는 웃음 섞인 추억으로 남기도 하니까요.

머리카락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하나의 기록이니까요.

요즘도 가끔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야, 그때 진짜 미용실에서 잔 거야?”

“글쎄, 잘 기억은 안 나~ ㅎㅎ”

혹시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미용실에서 졸아본 적, 혹은 졸았다고 말하고 싶었던 적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