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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는 슛을, 나는 출구를 반복했다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원 · 김진오의 뉴헤어 프로젝트 · 2025년 7월 10일

강남역 12번 출구는 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지점입니다. 뉴헤어어까지는 걸어서 2분 남짓, 출구만 나오면 금세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그런데 작년 5월부터 1년 동안 이 12번 출구는 에스컬레이터 설치 공사로 인해 폐쇄됐습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11번 출구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니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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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2번 출구는 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지점입니다.

뉴헤어어까지는 걸어서 2분 남짓, 출구만 나오면 금세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그런데 작년 5월부터 1년 동안 이 12번 출구는 에스컬레이터 설치 공사로 인해 폐쇄됐습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11번 출구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니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강남역 11번 출구와 12번 출구, 그리고 뉴헤어와 삼각형으로 연결된 동선을 따라 저는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내려 출근을 하고, 저녁에는 하루의 피로를 안고 다시 내려가곤 합니다.

단지 출구 하나가 달라졌을 뿐인데, 출근길과 퇴근길이 미묘하게 길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그 변화는 귀찮음을 동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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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2번 출구의 공사가 끝났습니다.

새로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반짝이며 사람들을 차분히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익숙했던 길을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니, 그날 아침엔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 자리가 돌아왔구나’ 하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다음 날 저는 다시 11번 출구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대로요.

다른 생각을 하며 걷는 사이 제 발걸음은 익숙한 방향으로 저를 데려다 놓았습니다.

계단을 다 오른 뒤에야 “아, 맞다. 12번 출구가 있었지” 하고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공사를 막 마치고 반짝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품은 12번 출구를 멀리서 바라보며, 새삼 느꼈습니다.

습관이라는 건 단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반복되었는가도 중요하다는 걸요.

지난 1년 동안 저는 11번 출구를 하루에 두 번씩, 600번 이상 왕복하며 지냈습니다.

몸이 그 길을 더 잘 기억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서태웅이 자유투를 쏘며 말합니다.

“몸이 기억하고 있다. 몇 백만 개나 쏘아온 슛이다.”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몸이 기억하고 있다. 1년간 왕복 600번이나 오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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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탈모치료 의사입니다.

환자분들께 종종 생활 습관을 바꾸셔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늦은 시간에 자는 습관, 스마트폰을 보며 구부정하게 앉는 자세, 불규칙한 식사 습관. 모두 탈모와 관련이 깊다고요.

그런데 정작 저 자신은 출구 하나 바꾸는 데에도 이렇게 오래 걸립니다.

습관은 단순히 의지로는 바뀌지 않습니다.

시간과 반복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깨닫습니다.

사람마다 습관을 고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릅니다.

어떤 분은 쉽게 바꾸고, 어떤 분은 몇 번이고 반복해야만 겨우 바뀝니다.

중요한 건 그 순간부터 다시 시도하는 것입니다.

내일 아침에는 지하철 개찰구를 나와 의식적으로 12번 출구 방향으로 걸어가야겠습니다.

때로는 습관대로 11번으로 나갈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실수하지 않는 날이 오겠지요. 반복이 결국 습관을 고쳐줄 테니까요.

오늘도 11번 출구 계단을 오르며, 조용히 다짐해 봅니다.

“내일은 꼭, 12번 출구로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