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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장강명 작가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원 · 김진오의 뉴헤어 프로젝트 · 2025년 8월 3일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도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그 사유의 깊이가 너무도 넓고 선명해서, 읽고 나서도 한참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 ​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는 바둑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바둑에 관한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은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을 어떻게 침범하고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도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그 사유의 깊이가 너무도 넓고 선명해서, 읽고 나서도 한참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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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는 바둑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바둑에 관한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은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을 어떻게 침범하고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우리가 마주한 미래의 민낯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저는 바둑을 전혀 둘 줄 모릅니다. 기껏해야 흑백 돌을 번갈아 놓는 게임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전하는 충격은 너무나도 생생했습니다. 오히려 바둑이라는 세계에 익숙하지 않기에, 이 낯선 충격이 더 강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종종 기술의 발전을 ‘도움’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기사들은, 기술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살아온 세계 전체를 바꿔버렸다고 말합니다. 바둑이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세계가, 알파고의 등장 이후 단 며칠 만에 재구성된 것입니다.

장 작가는 바둑계를 발로 뛰며 취재했고, 프로기사 30명과 전문가 6명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당황, 혼란, 수용, 체념, 그리고 새로운 배움의 태도를 차분하게 인터뷰 했습니다. 기술의 충격은 단순한 변화가 아닌, 세계관의 붕괴와 재설계를 가지고 왔습니다.

기존의 가치와 권위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들어서는 시대. 장강명 작가는 이를 단순한 혁신이 아닌, 가치의 재설계라고 표현합니다. 그는 묻습니다. 인간은 창의적인 존재일까요? 아니면 창의성조차도 알고리즘의 범위 안에서 구현 가능한 것일까요?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다움을 증명해야 할까요?

의료 영역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책 속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되듯이, AI는 이미 의료 현장의 다양한 지점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스스로를 "AI를 잘 활용하는 의사"가 될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제가 AI의 보조자가 되는 미래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 앞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자리가 아니라, AI가 내린 판단을 검토하고 조율하는 역할로 바뀌는 것이죠.

『먼저 온 미래』는 단지 바둑이라는 분야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곧 마주하게 될 질문들을 미리 꺼내 보여줍니다. 기술의 도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한 성찰입니다. 바둑계가 겪은 그 파동은, 어쩌면 우리의 교육, 의료, 예술, 언론이 곧 마주할 내일의 예고편일지도 모릅니다.

"AI가 바둑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너지는 중이라는 걸 늦게 알아차렸을 뿐이다." 이 문장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무엇이 무너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무엇을 붙들고 싶은지, 조용히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고 싶습니다.

먼저 온 미래

저자 장강명 출판 동아시아 발매 2025.06.26.

휴대용 전자계산기가 등장한 이후 암산 실력이 받는 취급처럼 말이다

2016년부터 몇 년간 바둑계에서 벌어진 일들이 앞으로 여러 업계에서 벌어질 것이다

...공동 연구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인간 기사들이 며칠 동안 토론한 것보다 인공지능이 몇 분 만에 내놓는 대답이 훨씬 뛰어난 수였다.

나보다 더 노력한 기사는 있을지 몰라도 나보다 더 힘들게 공부한 기사는 없을 것이다

신진서 9단 인터뷰에서 AI 공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이후의 갈등 구도는 더 이상 '인공지능 대 인간'이 아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전문가 대 다른 인공지능을 다른 방법으로 활용하는 다른 많은 전문가 대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는 구세대 전문가'의 구도가 펼쳐진다.

바둑에 신이 있다면 그 신의 눈에는 승부수니 기세니 하는 애매모호한 말은 전부 가소로운 것으로 비칠 것이다. 신의 눈에는 오로지 정수와 악수밖에 없을 것이니까.

서봉수 9단 인터뷰 중

저도 변호사 한 명을 몇 년 동안 가르쳤는데, 그분이 알파고 이후에 '더 이상 바둑을 프로기사에게 배워야 할 이유를 못 찾겠어요'라면서 그만두셨어요. ... 알파고 이전까지는 바둑 사범들을 신처럼 생각했는데 그런 환상이 깨졌대요. 바둑을 배워야 할 이유 자체도 잘 모르겠대요...

이다혜 5단 인터뷰 중

인간 기사들의 노동 강도는 다른 인간 기사들과의 경쟁에 달려 있다. ... 어떤 신기술이 인간 기사들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낫게 만들 거라는 희망은 품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이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신기술을 사용하는 쪽이 잠시 느긋해질 수 있겠지만, 유용한 신기술은 곧 전파되어 흔한 기술이 된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귀찮은 잡무에서 해방시켜 주고 덕분에 우리가 여가시간을 고상하게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 95년 동안 등장한 수많은 신기술은 우리 사회에 그런 식으로 적용되지 않았다. 애초에 그 방향을 의도하고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스포츠는 아주 훌륭한 서사의 재료이며, 사실 이것이 오늘날 프로스포츠 산업의 핵심이다.

노래 실력이 대중을 납득할 정도만 되면 그다음에는 전문 작가나 퍼스널 이미지 컨설팅 업체와 계약해 개인 사연을 계발하는 게 더 효과적인 성공 전략인 것 아닐까?

<골 때리는 그녀들> 출연자들이 일반 축구 선수들에 비하면 실력은 훨씬 뒤처지잖아요. 그래도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쾌감을 느끼고 힘을 얻는 거죠

이호승 3단 인터뷰 중

다시 말해 바둑 산업이 팬덤 비즈니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 프로기사에게 필요한 덕목은 탁월함이 아니라 '스타성'이다.

어느 업계든 산법적으로 성숙한 단계에 이르면 탁월함을 둘러싼 정상급 참여자들 사이의 경쟁은 너무 치열해서, 순위를 한 칸 높이는 데에도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때 탁월함이 아니라 스타성을 추구하는 일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1등의 영광이 아니라 수익 극대화가 목표라면 말이다.

...글에만 열중하는 타입인 소설가라고 해도 대중 앞에 나서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조한승 9단 인터뷰 중

민음사 TV가 유튜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낚시 상품은 무엇일까? 직원들의 사적인 얘기다. 살아 있는 사람의 사적인 얘기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출판계를 포함한 콘텐츠 업계 종사자들이 2010년대 후반 몇 년에 걸쳐 깨달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문법은 '개인적으로 다가가라'라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친구라는 느낌을 줘라. 그러면 그들은 친구인 당신을 위해 지갑을 열 것이다. 유사 친구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 사적인 얘기를 털어놓는 것이다. 가방 속 물건이 뭔지, 신입사원 시절에 어떤 실수를 했는지, 오늘 점심은 뭘 먹을 건지 등등.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힘이다. 외로움을 견디는 힘을 가진 사람은 외로움을 통해 성장하고 건강해진다. 외로움을 견디는 힘을 모르는 사람은 좋은 삶을 살지 못한다. 사실 좋은 삶을 살려면 어느 정도의 외로움이 꼭 필요하다.

우리는 과학기술이 가치중립적이라는 헛소리를 경계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물질세계뿐 아니라 정신세계 깊은 곳까지 힘을 미치는 강력한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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