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부터 자가용 대신 지하철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예상외로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걷는 시간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었고, 운전을 하지 않아 생긴
여유 시간에는 유튜브로 영어 공부를 하거나 전자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 출근이 오히려 제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면서 느끼는 작은 어려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혼자일 때, 이미 열린 지하철 문을 통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순간입니다.
다 함께 우르르 몰려 들어갈 때는 자연스럽지만, 조금 늦게 도착해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나, 꽉 찬 지하철에 혼자 타야 하는 순간은 유난히 조심스럽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누군가의 발을 밟지 않으려는 몸짓이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얼마 전 아침 출근길, 지각 위기 상황에서 문이 닫히기 직전 간신히 몸을 밀어 넣은 적이 있습니다.
순간 열차 안 사람들의 시선과 마주쳤는데, 묘하게 차가운 그 눈빛에 마치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죠.
그 이후로는 아무리 급해도 혼자 무리하게 밀고 들어가는 일을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어느 저녁, 퇴근 시간이라 지하철이 북적였을 때의 일입니다.
플랫폼에 도착했을 때 문은 열려 있었지만, 안이 꽉 차 있었습니다.
3분 뒤면 다음 열차가 온다는 안내가 들렸고, 잠시 고민하다 결국 타지 않기로 했습니다.
‘3분 더 기다린다고 인생이 달라질까? 집에 3분 먼저 간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텅 빈 승강장에 서 있으니 묘한 소외감과 동시에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밀고 들어가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를 막아선 건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제 소심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지만, 때로는 그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고 멈춰 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두 번 열차를 놓친다고 해서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조금 늦더라도 우리는 도착하게 됩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고 나니, 굳이 무리해서 밀고 들어가야 할 이유가 줄어들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지하철 문 앞에서 잠시 멈칫하다가 한 걸음 물러섰습니다.
플랫폼에 서서 멀어지는 열차를 바라보며, 다음 열차를 기다립니다.
‘조금 더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달래는 동안, 다음 열차 도착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작은 기다림도 어쩌면 삶의 묘미가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