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에서 일상 기록까지, 삶을 선명하게 하는 방법
추석 연휴 동안 메모에 관한 책을 두 권 읽었습니다. 김중혁 작가의 『미묘한 메모의 묘미』와 심다은 작가의 『좋아서 하는 기록』입니다. 메모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주제였고, 두 권을 차례로 읽다 보니 제 메모 습관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김중혁 작가는 메모를 글쓰기의 준비 단계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메모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세계라고 말합니다. 정리되지 않고 불완전해도 괜찮습니다. 어떤 때는 나중에 다시 꺼내 읽을 일이 없을 수도 있고, 쓰자마자 버려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무심한 메모들이 쌓여서 결국 내가 어떤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글로 옮기면 허점이 보이는데, 메모는 모자람마저도 하나의 기록으로 존중됩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저 역시 책상 위에 흩어져 있는 포스트잇이나 노트 조각들을 새삼스럽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게 오히려 삶의 생생한 흔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다은 작가의 『좋아서 하는 기록』은 좀 더 생활에 가까운 온도를 지닌 책입니다. 기록을 좋아하니까 하는 것이지,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별한 날을 정해 시작할 필요도 없고, 완벽한 준비가 갖춰져야 할 이유도 없다고 말합니다. 일기, 감정 기록, 그림, 아이디어 스케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은 삶 속에 스며들 수 있다고 보여줍니다. 특히 7년 동안 25권의 노트를 채워온 이야기는 ‘기록의 꾸준함’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기록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고,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을 조금씩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와닿았습니다.
두 책은 결이 다릅니다. 김중혁의 메모는 불완전한 채로 있어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반면 심다은의 기록은 좋아서 시작했기에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자유롭고 즉흥적인 메모를 강조하고, 다른 하나는 생활 속 습관처럼 단단한 기록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두 책 모두 공통적으로 전하는 말 하는 것은, 기록은 성과를 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 억지로 꾸려내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어야 오래간다는 점입니다.
저도 제 일에서 메모의 힘을 자주 느낍니다. 수술 중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 수술장에는 항상 소독된 펜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소독포 위에 스스슥 적어두는 몇 글자가 나중에 새로운 시술 방법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 연구 아이디어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수술실에서 그런 메모가 무슨 소용이냐 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가장 집중된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이어서 오히려 더 가치가 있습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저는 기록을 의식적으로 습관화해 왔습니다.
그리고 김중혁 작가의 말 중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각자의 머릿속에 메모를 남기고, 그 메모를 후반부에 끄집어내는 순간 방송은 풍성해진다.
김중혁 작가 '미묘한 메모의 묘미' 중
이 부분은 읽으면서 완전히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도 학회에서 좌장을 보거나 할 때 강의자들의 강의를 메모하면서 들으면, 궁금한 점이 떠오르고 그걸 질답시간에 강의자들에게 물어보면 훨씬 내용이 풍부해지는 것을 느꼈었거든요.
심다은 작가의 내용 중에는 매일 콘텐츠를 업로드하다 보니 소재를 자꾸 찾으려는 노력이 본인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와닿았습니다.
그림일기를 남기기 시작한 뒤로, 짜증 나는 일이 생기면 ‘오, 소재다!’라고 생각하며 반기게 되었어요. 짜증 나는 사람은 내 스토리의 빌런으로 만들어버리면 되고, 각종 불쾌한 경험들은 그저 재밌는 에피소드로 삼아버리면 그만이죠. 이렇게 생각하니까 아무리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금방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답니다.
심다은 작가 '좋아서 하는 기록' 중
안 좋은 일도 콘텐츠 소재로 생각하면 금방 털어낼 수 있다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저도 한참 매일 에세이 글을 쓸 때 소재를 찾느라 제 삶의 작은 부분까지 들여다보곤 했거든요.
책을 읽고 나니 제 주변에 널려 있는 기록들이 다시 보였습니다. 정리되지 못한 흔적처럼 보이던 메모들이 사실은 제 삶의 결을 그대로 드러내는 증거였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언젠가는 잊혀질 수 있어도 괜찮습니다. 그 순간을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번 연휴에 읽은 두 권의 책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들려주었습니다. 기록은 거창한 결과물이 아니라, 나를 비추는 작은 거울이라는 것. 그래서 오늘도 저는 메모를 합니다.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좋아서, 그리고 그 기록들이 언젠가 제 삶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미묘한 메모의 묘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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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곳이지, 보관하는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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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와 토론하고 싶거나 미래의 나에게 충고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노트에 솔직한 생각을 적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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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이 종이 위에서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문장을 적어 본다. 그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생각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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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는 엄청나게 멋진 아이디어 같지만 종이에 써 보면 초라한 경우가 많다. 반대도 있다. 머릿속에서는 추상적이었는데, 메모를 해 놓고 보니 정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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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 두었던 메모를 다시 본다. 생각이 떠올랐을 때는 새롭고 신선했는데, 다시 들여다보니 퉁명스럽고 거칠거칠하다.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까, 디테일을 생략해서일까, 그 사이에 내가 변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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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각자의 머릿속에 메모를 남기고, 그 메모를 후반부에 끄집어내는 순간 방송은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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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되는 동안 각자 적어 뒀던 메모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때 흥미로운 대화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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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를 만들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 가는 게 좋았다. 메모를 쓰다 보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고, 생각이 조금 깊어지기도 한다
-'좋아서 하는 기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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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를 그려두면, 시간이 지나면 금방 까맣게 잊어버릴 사소한 일도 오래오래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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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 자리에 있는 대상을 관찰한 다음 저만의 독특한 감상을 더하면, 그럴듯해 보이는 한 장의 이미지를 간단히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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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날, 아무거나 자꾸 기록해 보는 연습을 하면 평범함 속에서도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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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꾸준히 기록할 자신이 없다면 저처럼 SNS에 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들어주는 사람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점점 더 멋진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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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나도 편하고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재밌겠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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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사실만을 기록하는 대신 내 감정과 감상을 가득 담아보세요. 남들이 보기에 ‘쓸데없는’ 디테일을 가득 덧붙일수록 좋습니다. 그것들이 전부 나만의 개성 있는 시선이거든요. 절대로 쓸데없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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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재밌는 일이 없었던 것 같은 날에도 제가 어떻게든 재밌는 일들을 찾아냈으니 그랬겠죠? 게다가 안 좋은 일들은 내 인생을 스쳐가는 사소한 해프닝으로 만들어버리니 금방금방 털어낼 수도 있었고요. 매일 일기를 쓴 덕분에 저는 저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내 인생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줄 하나의 소재’로 여기는 긍정 왕이 될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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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조금이라도 마음이 복잡해질 때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몰스킨 노트를 펼쳐 속에 있는 생각들을 꺼내 기록합니다.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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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떠오른 그 순간 바로 기록하면 솔직하고 생생한 기록을 남길 수 있는데, 깔끔하고 멋지게 기록하려고 애쓰는 동안 놓치게 되는 것들이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후로는 노트를 멋지게 쓰겠다는 생각을 아예 내려놓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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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멋진 순간을 하나라도 찾아냈다면 꼭 어디에든 적어두세요. 멋진 기억이라면 내가 어련히 잘 간직하겠지 하고 막연히 기대하면 안 된답니다. 자고 일어나면 그 기억은 100%의 확률로 말끔히 잊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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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를 남기기 시작한 뒤로, 짜증 나는 일이 생기면 ‘오, 소재다!’라고 생각하며 반기게 되었어요. 짜증 나는 사람은 내 스토리의 빌런으로 만들어버리면 되고, 각종 불쾌한 경험들은 그저 재밌는 에피소드로 삼아버리면 그만이죠. 이렇게 생각하니까 아무리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금방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답니다.
미묘한 메모의 묘미
저자 김중혁 출판 유유 발매 2025.07.04.
좋아서 하는 기록
저자 심다은 출판 한빛라이프 발매 2024.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