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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조석-오늘도 마음의 소리: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원 · 김진오의 뉴헤어 프로젝트 · 2026년 3월 10일

좋아하는 만화가인 조석 작가의 에세이가 나와서 반갑게 읽어봤다.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는 정말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다. 조석 작가가 십수 년간 매일같이 지켜온 것은 단지 마감 시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의 내용은 작가의 대단한 성공 신화가 아니라, '척'이라도 하며 버...

좋아하는 만화가인 조석 작가의 에세이가 나와서 반갑게 읽어봤다.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는 정말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다. 조석 작가가 십수 년간 매일같이 지켜온 것은 단지 마감 시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의 내용은 작가의 대단한 성공 신화가 아니라, '척'이라도 하며 버텨낸 시간들이 결국 나를 만든다는 위로의 말이다.

그는 타고날 필요도, 다 갖출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그저 그 일을 되게 사랑하는 '척'이라도 성실하게 해내면, 어느새 그 가짜가 내 뼈가 되고 살이 되어 본질로 자리 잡는다는 통찰은 실로 지독하게 인간적이다. 내면의 뜨거운 불꽃이 없음을 자책할 시간에 차라리 사랑하는 척하며 그 자리를 지키는 것, 그 기만적인 성실함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노력일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예고 없이 닥쳐오는 불운 앞에서 우리는 자꾸만 스스로를 수선하려 든다. 내 부족함을 탓하며 자신을 난도질하지만, 조석은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나쁜 일은 그저 일어나는 것일 뿐이며, 그것을 내 탓으로 돌리는 순간 나를 나답게 만들었던 고유한 무늬들이 지워지고 만다고 경고한다. 불운 앞에서 나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히려 담백해지는 것이다. 뛰어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혔을 때 "안 되면 말고"라는 답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그 기분은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상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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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나에게 친절한 사람을 무서워하라는 말은 나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나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나의 이용 가치에 매료된 호의를 구분해내는 것, 그것은 어른의 슬픈 지혜이자 생존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성취를 날아가던 새가 떨군 '박씨' 덕분이라며 공을 운으로 돌린다. 내가 잘나서 된 게 아니라, 그저 제자리를 지키며 버텼더니 운이 머물 수 있는 기막힌 위치 선정에 성공했을 뿐이라는 고백이다. 다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어차피 들어올 운이라면 그것이 넘쳐흐르지 않도록 미리 내 그릇을 넓혀놓는 것이 결국 이득이라고 덧붙인다.

결국 삶이란 대단한 무언가가 되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언제 찾아올지 모를 운을 위해 내 그릇을 묵묵히 닦으며 버티는 과정이다. 타고나지 않았음을 한탄하기보다 기꺼이 노력하는 '척'을 시작하고, 닥쳐온 불운에 나를 잃지 않으며, 찾아온 행운 앞에 겸손히 그릇을 넓히는 일. 그렇게 매일을 버텨내는 우리 모두에게 조석 작가의 말들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그럴싸하다고 말한다.

오늘도 마음의 소리

조석2026웅진지식하우스

본문 중 발췌

  • 처음부터 타고날 필요도, 다 갖출 필요도 없다. 열심히 하는 척, 그 일을 되게 사랑하는 척이라도 열심히 하면 그게 내 본질이 되는 거니까.

  • '안되면 말고'라는 답이 내 머릿속에 들여올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뛰어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혀 막막해질 때 오히려 담백해지는 그 기분이, 내게는 세상이 주는 상 같다.

  • 나쁜 일은 대부분 그냥 일어난다. 그 시간을 견디는 대신 나 때문이라고, 내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누구였고, 얼마나 그럴싸한 사람이었으며,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를 스스로 지워버리게 된다.

  • 나쁜 일조차 내 탓으로 여기며 날 뜯어고치다 보니 나를 나답게 만든 모든 걸 내가 바꿔버린 것이다.

  • 내가 노력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내 외모에 반했거나, 내 빛나는 재능에 매료되었거나, 나의 좋은 성격에 감동할 리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너에게 가져갈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 내가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데 나에게 친절한 사람은 무서워해야 한다는 것.

  • 지난 세월을 굳이 드러내지 않은 이유가 있다.

  • 잘된 게, 내가 잘해서 잘됐다는 기분이 들지 않으니까. 잘 되어본 사람은 안다. 이게 나 혼자만 잘해서 된 게 아니라는 걸. 일단 내가 있고, 그 다음에 그 시기가 맞았고, 위치 선정이 기가 막혔고, 마침 거길 사람이 지나갔고, 그 때 운이 좋겠도 날아가던 새가 입에 물고 있던 박씨를 떨궜고... 아무튼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세상 일이 그냥 그렇게 돌아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 흐름에서 내가 한 것이라곤 그저 버티는 게 전부였다는 생각. 그래서 그런지 "나 막 되게 잘해", "나는 잘났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저건 거짓말이야'라고 생각한다.

  • 어차피 그것이 네 손에 들어와봐야 네 그릇이 크지 않으면 주변으로 철철 넘칠테니 먼저 그릇을 넓혀놓는게 결국 이익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