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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끈질긴 피부병....'건선' ㅣ 피부과전문의가 들려주는 건선 이야기

계피부과의원 · 계피부과 since1961 · 2024년 4월 10일

건선은 아토피와 쌍벽을 이루는 오래가는 만성 피부 질환으로, 단순한 알레르기나 감염이 아니라 면역 이상이 피부로 나타나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피부의 염증으로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붉은 반점과 판, 두꺼운 은백색 각질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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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우리 피부를 공격하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계피부과의원 3대 원장, 피부과 전문의 김신한입니다. 오늘은 피부 질환에 대해서 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주제 중 하나예요. 바로 건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건선은 피부 질환 중 아토피와 쌍벽을 이루는 오래가는 만성 피부 질환입니다. 보통 건선은 아토피만큼 유명하지 않아서 처음 들어 보시는 분들도 꽤 계실 겁니다.

피부과 교과서를 보시면 크게 질환의 계통별로 나뉘는데요. 유전성 피부 질환, 그다음이 홍반성 질환이라고 해서 두드러기 계통의 병들이 나오고, 또 그다음이 습진성 질환이라고 해서 아토피 쪽 질환들이 이어집니다. 책에서 제일 두꺼운 파트가 습진성 질환 파트라고 할 수 있고, 그다음이 구진·인설성 질환 파트입니다. 이 두 가지에 병들이 가장 많아요.

습진성 질환의 대장 보스가 바로 아토피고요. 나머지 구진·인설성 질환의 대장 보스가 건선입니다.

건선, AKA 가장 끈질긴 피부병. 미리 말씀드리지만 얘가 좀 어려워요. 건선이 영어로 psoriasis인데, 여기서 p는 묵음이에요. 그래서 ‘소리아시스’라고 부르는데, 유럽 쪽 학회를 보면 외국 의사들은 다 ‘소라이아시스’처럼 부르더라고요. 발음도 다 제각각이고, 하여튼 좀 어렵네요.

건선이 뭐냐 하면, 이렇게 생긴 겁니다. 피부과 교과서에 나오는 건선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은백색의 인설, 즉 비늘로 덮여 있는 붉은색의 반점과 판으로 이루어진 병변이 전신의 피부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질환.’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세요? 처음 보시면 저도 처음에 책에서 읽으면서 ‘이게 뭔 소리야?’ 이렇게 했습니다.

건선이 생기는 방식부터 왜 그런 모양이 만들어지는지 말씀드릴게요. 쉽게 말씀드려서 건선은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피부가 있으면 밑에서 염증이 막 올라와요. 피부에 있는 세포 중에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가 있는데, 원래는 세균이 들어오거나 다쳤거나, 하여튼 피부가 공격을 받았을 때 활동합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군대예요. 피부를 지키는 군대인데, 자가면역 질환에서는 아무 이상도 없는데 갑자기 혼자 부르르 떨더니 막 화를 내면서 ‘비상, 비상, 비상!’ 이렇게 외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리고 난데없이 멀쩡한 우리 피부의 표피 각질세포층을 공격하기 시작해요. 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우리 피부를 공격하는 거예요.

군대가 가만히 있는 멀쩡한 국민을 침입자로 인식해서 공격하기 시작하는 거죠. 이게 뭐죠? 반란, 쿠데타를 일으킨 거죠. 바로 이게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우리 몸의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킨 상황, 외적과 싸우지 않고 오히려 우리 몸을 공격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염증과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고 해서 영어로는 오토이뮨 디지즈(autoimmune disease), 즉 자가면역 질환인 거예요.

다시 건선으로 돌아와서, 건선도 자가면역 질환이기 때문에 피부의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겁니다. 주로 공격받는 자리는 피부의 각질세포들이고, 이쪽에서 염증이 속에서부터 쭉 올라오게 됩니다. 그러면 그 자리가 빨개지죠. 먼저 작게는 2~3mm 되는 크기부터 크게는 몇 cm까지 붉은색 반점과 판이 피부에 만들어집니다.

그다음 피부가 공격을 받아서 염증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이때 좀 특이한 반응이 일어납니다. 피부 속, 표피 밑에서 자가면역 반응으로 인해 염증이 계속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피부 속에 가스 불을 켜 놓은 상태라고 보시면 돼요. 가스 불을 켜 놓고 물을 끓이면 부글부글하면서 위로 수증기가 날아가잖아요. 이처럼 피부 속에서 발생한 염증 때문에 마치 수증기가 위로 날아가는 것처럼 피부의 세포들이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도망갈 곳이 별로 없죠. 밑에는 불이 나 있고, 옆에는 다 똑같은 살로 채워져 있으니까 도망갈 곳은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바로 바깥쪽 피부의 위쪽으로 도망가는 겁니다.

정확히 의학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피부의 표피층 가장 밑에는 기저층이라고 부르는 층이 있는데, 여기서 각질세포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여기서 점점 세포들이 자라서 위로 올라옵니다. 밑에서부터 새로 태어난 피부세포가 자라면서 기저층, 유극층, 과립층, 투명층을 지나 최종적으로 나이 든 세포들이 제일 겉부분, 가장 바깥에 각질층을 만들고 나중에 바깥으로 떨어지는 거예요.

이 과정은 원래 24~28일 정도가 걸립니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우리 피부는 한 달에 한 번 완전히 새로운 피부로 바뀝니다.

그런데 건선은 밑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염증이 막 일어나고, 피부세포들이 도망간다고 아까 말씀드렸죠. 비상사태에서 피부세포들이 피난을 가기 시작하고 위로 빨리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걸 피부의 턴오버가 빨라진다고 하는데, 원래는 아기 피부세포에서 나이 든 피부세포가 되기까지 한 달이 걸려야 하는데 이 속도가 정확히 8배 빨라져요.

그래서 건선은 기저층 세포가 각질층까지 올라오는 데 한 달이 아니라 3~5일이 걸립니다. 피부가 미친 듯이 빨리 자라는 거죠. 그러면 당연히 각질이 피부 바깥에 엄청 쌓일 거고, 청소가 되기도 전에 또 쌓이고, 또 쌓이고 하면서 하얀 각질 덩어리가 피부 겉면에 계속 붙어 있게 됩니다. 피부가 빨리 만들어져서 각질이 엄청 올라오니까요.

교과서 정의를 다시 볼게요. ‘은백색의 비늘로 덮여 있는…’ 속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엄청 빨리 자라난 각질 덩어리가 붙어 있는 거죠. 위에 붉은색의 반점과 판은 피부 속의 자가면역으로 인해 발생한 염증 때문에 피부가 빨갛게 부어 있는 겁니다.

‘이런 모양으로 이루어진 병변이 전신의 피부에 발생하는 만성 질환.’ 이제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가시죠? 바로 이게 건선입니다. 피부에 발생한 자가면역 염증 반응 때문에 피부의 성장 속도가 강제로 빨라져서 두꺼운 각질과 피부 염증이 온몸에 발생하는 병입니다.

그러니까 건선이란 단순한 알레르기나 균에 의한 감염 같은 게 아니고, 면역 이상이 피부로 발현되는 병입니다.

우선 지금까지 건선이라는 게 대체 어떤 피부병인지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이 질문이 등장하지 않을 수가 없죠. 건선이 생기는 이유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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