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실 조명 아래에서 예민하게 날을 세웠던 시야가 조금씩 풀어지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맛이 하나 있습니다.
실제로 집도를 해본 의사라면 공감을 하시겠지만, 상안검이나 하안검 눈 수술은 1mm의 오차만으로도 인상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사고들을 예방하거나 형태적인 심미성을 높이는 다양한 노하우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런 수단들이 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손 싸움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죠.
그래서 항상 수술을 마친 직후에는 온몸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듯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발길이 향하는 곳이 바로 잠실새내의 ‘케이웍’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의 고기 짬뽕이 참 묘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차돌짬뽕 육수 특유의 묵직하고 깊은 맛이 나면서도, 끝 맛은 어찌나 칼칼하고 깔끔한지 모릅니다.


이는 마치 제가 지향하는 눈 성형술의 결과처럼, 과하지 않으면서도 본연의 색깔이 뚜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뜨거운 국물 한 모금을 들이켜면 하루 종일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서서히 느슨해지는 게 느껴져 참 좋아해요.
사실 저는 평소에는 어떨지 몰라도, 수술 및 시술 상황만 닥치면 지독할 정도로 집요하고 꼼꼼하게 변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좀 피곤하게 만드는 편입니다.
일요일 하루만 쉬는 일정을 보내면서도, 휴무일에 가끔 병원에 나와 밀린 업무를 살피는 편입니다. 누군가는 유별나다 할 수 있겠지만, 제가 잠시 불편해야 환자분들이 더 편안하고 안전한 진료를 받으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지요.

이런 고집스러운 성격 탓에, 한 그릇의 짬뽕을 먹더라도 이렇게 정성이 깃들었다 생각하는 곳만 찾게 되는 모양입니다. (은근히 미식을 즐긴다고 꽤나 자부하는 편)
화려한 말솜씨로 환자분들을 현혹하는 재주는 부족해요.
하지만 수술대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냉철하게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한다고 자부합니다.
옳은 것은 옳다고, 무리한 것은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저를 믿고 찾아주시는 분들에 대한 진정한 예의라고 생각하니까요.
뜨거운 국물 한 모금에 수술실에서의 예민했던 감각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을 느낍니다. 이렇게 다시 에너지를 채웠으니, 내일도 다시 정갈한 마음으로 수술실에 들어설 수 있겠지요.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한 분 한 분의 눈매에 깃든 고민을 세심하게 살피는 일상이 저에게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지만, 의사이기 이전에 인간 임진영이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꾸준히 적어두도록 할게요.
다음 글도 기대해 주십시오.
피아프의원 임진영 원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