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롤스로이스 시승행사가 있는 날.
그런데 아침부터 하늘의 형상이 썩 기분 좋지만은 않다.
점차 어두워지더니 어느샌가 진눈깨비가 날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찰나의 아쉬움이 마음속을 스쳐 지나간다.
클릭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런 나의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하늘이 닥터돈까스의 속내를 꿰뚫어 알아차리기라도 했을까.
날씨는 풀렸고, 현재 나는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롤스로이스 전시장에 와있다.

전시장에 도착한 내가 만난 롤스로이스 차량은 운 좋게도 국내에 단 1대밖에 없는 특별한 롤스로이스 차량이다.
롤스로이스 고스트 알파인 트라이얼 센테너리 컬렉션.
이름이 무척이나 길지만, 전 세계 35대 한정으로 만들어진 조금 특별한 고스트라고 생각하는 게 맘 편할 듯하다.
'고스트' 라는 차량은 롤스로이스 차량중에서 보다 저렴하고 작은 차량에 속한다.
무엇보다?
'팬텀' 보다.
그래서 '베이비 롤스' 혹은 '베이비 팬텀' 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실제 차량의 모습은 전혀 베이비스럽지 못하다.

Spirit of Ecstasy.
'환희의 여신' 조형물은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엠블럼인 동시에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대상이다.
여인이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면서 두 팔을 뒤로 펼치며 형상화된 날개 같은 모습.
이는 단순한 아름다움 그 이상의 것을 말하고 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아래의 RR 마크가 초라해 보인다.

이 한정판 고스트가 일반 고스트와 어떤 점이 다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검정과 실버 투톤의 보기 드문 외관과 검정색의 프론트 그릴은 상당히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클래식 원목가구에 파란색 페인트를 칠해놓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파격적이다.

롤스로이스는 현재 BMW 산하에 있다.
그래서 고스트 차량은 BMW 7시리즈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롤스로이스의 품격에 마이너스 요인인 듯하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롤스로이스 전시장의 분위기는 차량만큼이나 차분하고 또 품격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일까.
사진 촬영하기가 썩 편하지 만은 않았다.
그래도 페라리 매장의 느낌보다는 조금 편안하고 따뜻한 편이다.
익스텐디드 휠베이스 모델 즉 리무진모델을 기반으로 한 고스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스트 알파인 에디션 차량의 길이는 상당하다.
5m 40cm 이라는 수치보다 실제 옆에 서있을때 오는 느낌이 더하다.

깜끔하다라고 말하기에는 조금은 심심한 뒷모습.
롤스로이스 마크가 없다면 과거 국산 대형세단의 디자인이 떠오를 정도이다.
트렁크를 한번 열어보자.

넓다.
성인 남자 두 명이 들어가서 누워도 될 만큼 넓다.
자세히 보면 마감이나 소재들이 조금 특별해 보인다.
구석구석 살펴봐도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
상용차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이제 실내를 구경해보자.
도어를 열기 위해 손을 가져가는 순간 멈칫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 손잡이가 차량의 중앙에 몰려있다.
'코치도어(Coach Door)'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귀족이 사는 성의 대문이 열리듯 활짝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앞문은 다른 차량과 다를 바 없다.
뒷문 때문에 이렇게 특별한 느낌을 선사해주는 것인데, 이러한 뒷문은 '수어사이드 도어(Suicide door)' 라고 부른다.
문의 경첩이 뒤쪽에 달려있는 방식을 뜻하며 다른 차량에서는 보기 드문 매우 독특한 방식이다.
실제로 문을 열면 차가 나를 맞이해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되어 와서 좋았다.

롤스로이스 차량을 둘러볼때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도어내부에 보관되어 있는 우산이다.
평범한 문에 구멍을 내고 그 안에 장우산을 심어두었다.
어떻게 이렇게 실용적이면서도 센스 넘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또 실제로 생산해 내었는지 감탄 또 감탄하게 된다.

손으로 눌러주면 '폭' 하면서 튀어나온다.
완전히 꺼내서 펼치면 차량을 인수하라고 할 것 같아 참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수할 능력도 없다.

얼핏 바라본 실내 모습은 다른 차량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여느 차량과 마찬가지로 시트가 있고 스티어링휠이 존재한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평범해서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한번 앉아볼까나?
먼저 뒷좌석이다.
우선 공간은 넉넉하다.
가죽과 고무 플라스틱 그리고 우드를 사용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뒷좌석 시트에 앉으니 푹신함과 딱딱함이 공존한다.
엉덩이 공간과 허리 공간 그리고 팔과 다리가 꽤나 자유로울 수 있는 지역인 셈이다.
특별해 보이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흠 잡을 곳 없다.

하지만 팬텀의 반값밖에 하지 않아서 일까.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럭셔리함에 있어서 최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인테리어는 아니다.
오히려 실용적이라는 콘셉트가 더 어울릴지도.

아~ 그런데 너무 편안하다.
계속 앉아있고 싶다.
내리기 싫어진다.

심플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버튼들.

뒷좌석 송풍시스템.
온도를 나타내는 LCD 창은 없다.
다만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마련해 놓은 직결적인 버튼들이 인상적이다.

이렇게 우드트림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차가 또있을까?
현재까지 내가 타본 차중에서는 없었다.

스티어링휠이 얇아서 운전하는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계기판에 눈이 가지만 잠시 후 시승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참 심플하다.
또 고급스럽다.
잠깐 사진 찍으면서 이것저것 조심스럽게 구경하고 있는데 딜러분이 내 이름을 호명한다.
드디어 차례가 온 것이다.

오늘 닥터돈까스가 시승할 차량은 [ 롤스로이스 레이스 ]
고스트 익스텐디드 휠베이스 차량을 기반으로 생산된 쿠페모델이다.
역시 도어는 두 개뿐이며 루프라인이 뒤로 가면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떨어진다.
기반은 익스펜디드 휠베이스지만, 롤스로이스 차량 중에서 가장 날렵한 체형을 갖고 있는 차량 역시 바로 이 레이스 차량이다.

역시나 도어는 수어사이드 도어 형태이다.
문을 열고나니 바닥의 양털매트가 상당히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밟아도 되나?
과감하게 짓 밟아 준다.
푹! 하고 앉았는데 도어에 손이 닿질 않는다.
내 허리 옆에는 경첩이 있고 도어 손잡이는 저 바깥으로 밀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버튼이 존재한다.
A필러 아래에 자그마한 버튼을 누르면 도어는 자동으로 닫힌다.
4억짜리 아니 정확하게 3억 9천만원짜리 자동차에 이런 옵션은 필수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기에는 수어사이드 도어 자체부터가 너무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상징적이면서도 엄청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넘어간다.

데일리로 타고 있는 차량이 포르쉐 911이기 때문일까?
앉자마자 드는 생각은 '차가 왜 이렇게 높아?' 생각이 머리를 울리는 순간.
나의 왼손은 저절로 시트 포지션 조절에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최대한 낮춰도 더 이상 낮아지지 않는다.
더 낮아진다면 전면 시야만 방해할 뿐이다.
계기판을 보자.
정말 심플함 그 자체다.
태초의 자동차의 계기판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롤스로이스의 철학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가운데 속도계를 기준으로 우측 연료계과 유온계 그리고 좌측의 잔여동력계로 구성된다.
속도계과 연료 및 유온계를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것이고, 잔여 동력계는 말 그대로 현재 얼마나 힘이 남았냐는 뜻이다.
정지상태에서는 100을 가리키고 있으며 힘을 최대한 짜내며 달릴때는 0에 가까워 진다.
그러고 보니 신기하게도 회전계(rpm)는 존재하지 않는다.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버튼을 눌러본다.
기분나쁘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느낌만이 전해져 온다.
아! 시동걸렸구나! 라고.
요즘 나오는 차량들.
특히나 렉서스 그리고 제네시스 같은 차량들은 시동 걸 때 기분이 나쁘다.
이게 대체 걸린 건지 걸리지 않은 것인지는 변속하고 출발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고 지나치게 심플한 센터페시아 쪽을 바라본다.
기어노브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재규어 랜드로버사의 다이얼 방식인가?
라고 하기에는 PND 라는 문자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스티어링휠 뒤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떡! 하니 존재하고 있는 변속 레버.
벤츠차량을 시승할때 꽤나 편했던 그 스타일이다.

스티어링의 느낌은 직결적이지도 민감하지도 않다.
다만 얇고 넓은 직경덕분에 섬세한 주행이 가능하다.
회전각도에 따른 민감도를 높이기 보다는 반경자체를 키워서 다양하게 나눠서 컨트롤할 수 있게 해두었다는 말이다.

자! 이제 출발해보자!
눈이 내린 뒤였고, 노면의 온도가 3.5도로 낮은 상태였지만 특별히 걱정은 없었다.
시승 코스가 강남 시내 주행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청담동 한 바퀴.
아마 다른 차량이었다면 이런 시승코스를 정중히 사양했겠지만 차량이 차량이다 보니 정중히 수락했다.
아니 감사했다.

아날로그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차량이지만 여기저기 안전주행장치에 관해서는 첨단 기술이 적용되었다.
언밸런스한 느낌이긴 하지만 4억에 가까운 차량금액이 머리를 끄덕이게 한다.

차량 내부가 더워 실내온도를 낮출겸 창문을 열어보다 발견한 버튼들.
플루트의 키가 연상이 되는 버튼 형상.
플루트를 운지하는 듯한 느낌이 창문을 내리는 행위에 특별함을 더해준다.

뿐만아니라 송풍구 개폐 노브 역시 툭 튀어나온 트럼펫의 밸브를 닮았다.
순간 방향제를 걸어두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LCD 화면 우측으로는 아날로그 시계가 자리잡고 있다.
레이스라고 적혀있는 시계는 떼어가고 싶을 정도로 감각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센터페시아는 군더더기가 제로다.
구석기시대 수준의 단순함이 포인트.

멀티미디어 기능은 대부분 다이얼로 조절하는데,
이는 BMW의 아이드라이브 컨트롤과 동일하다.
롤스로이스가 BMW 산하에 속해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배경색과 폰트를 살짝 바꾸긴 했지만, BMW 오너라면 절대로 놓치지 않을 그런 익숙한 화면은 솔직히 좀 깬다.
롤스로이스는 좀 더 뭔가 특별했으면 하는 바램때문이다.

롤스로이스 레이스 차량은 롤스로이스 차량중에 가장 빠른 차량이다.
6,600cc V12엔진에 트윈터보까지 달려있다.
최고출력 632 마력 / 최대토크 81.6 kg.m / 제로백 4.6초
차량의 무게가 2.4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 4.6초의 제로백은 말도 안되는 수치다.
강남 시내는 다행히 눈이 내린 날씨의 영향 때문인지 평소보다 차량이 적었다.
레이스를 운전하는 느낌은 딱! 잠수함 안에 있는 느낌이다.
외부의 소음과는 완전히 차단되어 있으며, 차체의 크기는 엄청 크다.
운전석이 앉으니 차선이 신경쓰일 정도.
높은 시트 포지션과 몰캉거리는 서스펜션이 처음에는 살짝 멀미를 유발하는가 싶었다.
뭐야 이건.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버스기사 같기도 하고... 아무튼 저속에서의 운전석 승차감은 외부와 단절된 느낌 더하기 울렁거림이었다.
마침 신호등 빨간 불이 들어왔고, 내 앞에는 차량이 없었다.
이제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는 순간 나와 롤스로이스 레이스는 온 힘을 다해 뛰쳐나갈 것이다.
그 사이 오디오를 들어본다.
마침 클래식 씨디가 들어있었기에 좋은 음원으로 감상이 가능했고.
나는 소름이 돋았다.
글로 설명하기 힘든 감동의 사운드.
귀가 있어서 감사한 순간이었다.
감동하고 있는데 뒤에서 빵빵거린다.
아차! 하며 순간 오른발에 힘을 꾹! 가져간다.
와~~~~~~~~~~~~~~!
그토록 울렁거리며 무거웠던 차량 아니지 잠수함은 심해의 깊은 물살을 재빠르게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이런 느낌은 난생처음이다.
평소 빠른 차량을 자주 그리고 많이 타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이 녀석은 달랐다.
뭔가 분명 저항 같은 게 느껴진다. 공기의 벽인지 물살인지 모르겠다.
그 저항을 촤아아아악 하고 뚫고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두근거렸다.
굉장히 기분좋게 말이다.
전반적으로 모든 행위가 가볍지 않고 부드러웠다.
출발부터 가속까지 그리고 감속부터 정지까지 모두 자연스럽다.
잘 만든 차라는 생각이 타면 탈수록 든다.
특히나 ZF사의 8단 미션은 이 엄청난 파워를 변속충격 없이 잘 받아주는 훌륭함을 보여주었다.
한가지 인상적인 점은 편안함을 위해서 무턱대고 노면의 느낌을 상쇄시켜버리기만 하는 일반 대형세단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롤스로이스는 분명 내가 달리고 있고 노면이 좋지 않다는게 전달이 된다.
그 가운데서 평온함을 찾고자 노력한다.

시승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차량을 느끼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충분히 감동을 전달받았다.
고지식할 정도로 기본에만 충실하면서 명품자동차로 통하는 롤스로이스.
구매할 능력이 되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세단중에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어쩌면 한번이라도 이 차량에 타본 사람은 롤스로이스를 구매할 능력을 갖추기 위해 더 열심히 살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나 처럼 말이다.
마무리는 손가락 클릭! 그리고 공감과 댓글!
끝.
글/사진 닥터돈까스 시승도움/ 연장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