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월급 단절)가 된 요즘. 일하는 즐거움 대신 저에게 찾아온 것은 바로 먹는 즐거움입니다. 33년 만에 처음 백수생활을 누리는 저는 오가나(닥터돈까스)입니다.
사실. 거의 매일 집이 아닌 바깥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특히나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어느 순간 먹는 재미가 사라질 때가 옵니다. 정말 행복에 겨운 배부른 소리인데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집에 돌아와 밥통을 열어 남은 밥을 발견하고, 차가운 얼음 녹차물에 말아 멸치조림과 열무김치를 곁들일 때가 오히려 더 맛있죠.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릴 이야기는 그럴 무렵의 어느 날입니다.


강북 마장동에 위치한 마장동 축산물 시장. 병원 레지던트 시절. 의국 후배들과 소고기를 먹으러 종종 가던 곳인데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화려하고 비슷한 간판들 사이에 BORN & BRED (본앤 브레드)라는 약간 어울리지 않는... 낯설다고까지 표현이 가능한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말이지 알고 찾아야 보이지... 안 그러면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가게 사이로 작은 계단이 나있는 입구가 바로 BORN & BRED (본앤 브레드)로 들어가는 유일한 루트입니다.


BORN & BRED (본앤 브레드)의 첫인상. 영어 스펠을 보고 아~ 하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제 머릿속에 '본앤브레드=뼈와 빵'이 들어있었죠.
'태어나서 길러진'이라는 의미의 본앤브레드입니다.


마장동 정육식당들과 매칭이 되지 않는 간판은 실내로 들어오면 잊혀집니다.
유럽의 어느 한 저택에서 벌어지는 식사에 초대받았다는 느낌이 드는 인테리어.


페인트 컬러와 금속. 조명과 대리석 그리고 나무의 조화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사실 제가 조금 충격을 받은 사실은 고기를 굽고 다루는 가게 임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기름 한 방울... 아니 마치 지금 막 바닥 공사를 끝낸 느낌을 주는 점입니다. (은근히 까다롭고 깐깐한 오가나(닥돈)... ) 환자들은 이런 부분에서 감동받거든요.

부위별로 에이징(숙성)을 나눠서 진행하고 있는 냉장고.
본앤브레드에서는 하루 한 팀. 7인분의 고기가 준비됩니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고기와 관련된 소재들이 눈에 띕니다.

숯에 불이 붙고... 슬슬 식사가 곧 시작되겠군요.
참고로, 숯은 향이 약한 녀석들을 사용해 고기의 풍미를 도와주는 정도로만!

이 와인잔에는 어떤 와인이 채워질 것인가.

소금이 준비됩니다. 양념이나 소스는 없습니다. 오로지 소금 한 종류.


전채요리로 샐러드가 준비되는데요.

이 샐러드는 그냥 구경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맛은 좋은데 나중을 생각하면 건드리는 것 자체가 손해라... 왜 그런지는 아래의 사진들을 보시면 알게 되죠.

먼저 두툼한 안심이 준비됩니다. 양면을 잘 구워서...

죠기~ 보이는 청색 그릇에 넣습니다.

레스팅 과정을 거치는 거죠. 고기는 아무리 같은 재료라고 해도... 누가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서 맛이 확확 바뀝니다.

처음 베어 무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먹는 즐거움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바로 이어지는 채끝살.
안심이 단백함의 결정체였다면, 채끝살은 자~ 이제 달릴거니까 준비해! 라는 신호를 보내는 부위입니다.

심심한데 자꾸 손이가는 백김치.

제가 좋아하는 치마살이 준비됩니다.

여기서 한번 감동받습니다. 아~!
좌우 지인들 얼굴 한번 봐줍니다. 맛있는 것 혹은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분명 주관적인 감정입니다. 일종의 행복한 감정인데요. 이는 주변과의 공감을 얻어낼 때 배가됩니다.

안심추리살. 이때부턴 이성을 상실한 것 같습니다. 사진이 없네요. ㅋㅋ
맛집에서 사진찍는 맛집 블로거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듯.


다음은 부채살. 고기는 낙엽 모양인데 뼈가 부채모양이라 붙어진 이름이죠.

마늘종과 함께 곁들이면 부챗살의 새로운 발견.

모든 고기를 에이징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죠. 특히나 토시살은 신선한 상태에서 바로 구울수록 그 맛이 더 좋습니다.

토시살은 토실토실하니 식감이 부들부들하죠. 토실토실해서 토시살은 아닐 겁니다. 분명히...

양이 준비됩니다. 정말 소의 다양한 부위를 경험하는 하루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름기가 점점 올라가는 고기들의 순서에 갑자기 끼어든 담백한 양구이.

노릇노릇 쫄깃한 양의 식감이 느껴지십니까?


이 날 여러종류의 술들이 출연했지만, 단연코 주인공은 바로 이녀석.
'샤또 무똥 로칠드 2013' 로칠드는 연도별로 유명한 화백의 그림이 들어가는데 2013년 빈티지에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이 들어가있습니다. 뭔가 신기함.

로칠드 이녀석! 어떤 맛 일까...

공기랑 많이 접해서 맛이 확 열리도록 마구 돌려줌. (와인 초보의 전형적인 손놀림이라고 할 수 있음)
뭐지... 분명히 맛있는데 한마디로 표현하면 실례가 될것 같은 이 다양한 맛은...?? (가격이 250만원이라고 듣고 먹어서 그럴거야...라고 합리화를 하기에도 엄청 좋은 이 맛!)
하여튼, 뭔가 복잡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와인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까지... 이 녀석은 조금 다른 듯.
샴페인 취향인 오가나(닥돈)을 끌어당기다니!

오가나(닥돈)가 샤또 무똥 로칠드 2013 빈티지에 잠깐 정신을 잃고 있는 사이. 등심 덮개살이 준비됩니다. (새우살이라고 많이 부름)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서...

잘 썰어줍니다. 그런데 캐비어와 고추냉이(와사비)가 준비되는군요.


아... 이 무슨... 고기에 대한 실례란 말입니까...

등심에서도 가장 맛있는 부위인 등심 덮개살. 거기에 고추냉이로 느끼함을 잡고... 캐비어를 얹으니.

감동을 아니 받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번에는 우니도 추가해달라고 농담을...

갈빗살. 자꾸 생각나는 그 맛. 의 주인공입니다.
정말 개 눈 감추듯이 사라져서 사진은 달랑 이거 한 장 건졌습니다.

안창살.
소의 횡격막 부위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말 소량만 나오는 부위죠.

특수부위라고 해서 지금까지 제가 가끔 먹어봤던 안창살은 안창살이 아니었습니다.

이 녀석이야말로 진짜 안창살. 그런데 확실히 선도가 중요한 부위인 듯합니다. 안창살은 말이에요.
이쯤 되면 소 한 마리 전체를 다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다양한 부위를 부위에 맞는 숙성 방법에 따라서 먹었는데요.
모든 부위가 드라이 에이징을 해야 맛있는 것은 아니더군요. ㅋㅋ 부위에 맞는 숙성법이 따로 있고, 숙성하지 않아야 하는 부위도 꽤 되더라고요.

배가 부른 시점에서 나온 부위. 바로 양념갈비. 정확히는 양념 LA 갈비입니다.

아 뭔가 거대한 것이 몰려오는 이 느낌은?

지글지글... 양념이 살짝 그을어지면서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십니까?

향, 식감, 맛 그리고 간의 밸런스가 딱! 맞아떨어집니다.

누가 간장게장이 밥 도둑이라고 했던가! 누구야! ㅋㅋ
뼈가 씹혀졌으면 뼈까지 씹어먹을 기세였죠.

양념갈비 양념에 즉석으로 치마살 투하!
아.... 이쯤 되면 뇌에 산소 공급은 거의 중단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전신의 혈류가 위를 향해 마구마구 펌프질 해대며 달려갑니다.
잠시 의식을 잃고...

정신을 차려보니 쌀국수가 눈앞에... 고수를 듬뿍 넣은 쌀국수는 따로 팔아도 될 정도의 퀄리티.
하지만 이 녀석까지 먹었다간 정말 응급실을 가겠다 싶어서... 맛만 보는 수준에서 그쳤습니다.


사실 이 날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누구 생일도 아니고 아무런 날도 아니었죠. 뭐 굳이 기념하자면 오가나(닥돈)가 백수가 된 날?

우연인지... 필연인지... 본앤브레드 대표님은 오가나 아니지 닥터돈까스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무렵부터 같이 성장? 해온 블로그 주인장이셨습니다. 사진도 잘 찍으시고 맛 집에 대한 조예도 깊으셔서 제가 완전 애독자였죠.
블로그 닉네임 '쌩정' http://sangj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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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e With SangJung : 네이버 블로그
dws since 2011
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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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차도 좋아하심 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직접 훌륭한 식당을 운영하시는 지도 처음 알게 되었고, 이래저래 반가운 마음에 식사를 마치고도 약 2시간 가량 수다를 떨었습니다.
7시에 도착해서 식사를 마치니 11시가 훌쩍 넘었더랬죠. ㅋㅋ

이날 도대체 몇 종류의 술을 얼마나 마신 건지... 신기한 건 전부 맛있었음.(아마도 좋은 음식과 즐거운 분위기가 안주였기에 가능했겠죠.)
마장동에 위치한 BORN&BRED(본앤브레드)
본앤브레드
서울특별시 성동구 마장로37길 57
지도보기
하루 한 팀을 받고 대부분 멤버십? 위주로 운영되는 터라... 일반 예약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방문 대기도 의미가 없고요. 저도 지인 덕분에 초대받아 함께 하게 되었지만, 다음에 또 언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http://ban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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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N&BRED
ban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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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앤브레드 홈페이지에서 고기를 주문해서 셀프로 구워 먹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ㅋㅋㅋㅋ 뭔가 더 아쉬워지려고 하네요.ㅋㅋㅋㅋ
아무튼 다른 것을 전부 떠나서!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포스팅을 쓰고 있는 지금 제 입안은 온통 침으로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끝.
글, 사진/ 오가나(닥터돈까스) https://www.instagram.com/ogana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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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나 닥터오가나(@ogana_)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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