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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수련에 대한 단상, 그리고 나의 성형외과 수련

라베르성형외과피부과 · 성형외과 전문의 모영웅의 성형외과 ㆍ일상 이야기 · 2022년 8월 20일

​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성형외과'를 떠올리면 '쌍꺼풀 수술', '코수술', '가슴수술' 등 미용 수술하는 의학 분과를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학생 때 성형외과 임상실습을 나가기 전까지는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미용 성형은 성형외과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국제 성형외과 교과서인 Neligan Plastic Surgery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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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성형외과'를 떠올리면 '쌍꺼풀 수술', '코수술', '가슴수술' 등 미용 수술하는 의학 분과를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학생 때 성형외과 임상실습을 나가기 전까지는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미용 성형은 성형외과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국제 성형외과 교과서인 Neligan Plastic Surgery 4th edition을 보아도 미용은 총 6권 중 1권일 뿐이고, 그 두께는 가장 얇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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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ligan Plastic Surgery 4th edition

미용 외에도 유방 체간 및 하지, 선천성 기형, 두경부 재건, 기초 원리 성형, 수부 재건 등 너무도 많은 분야를 성형외과에서 하고 있고, 수련 병원들 마다 주요 환자군이 달라 같은 성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하더라고 그 수련내용은 병원들 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수부재건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 중 하나인 광명성애병원에서 수련을 받았으면 수부에 대한 수련이 메인일 것이고(수지 접합, 수지 피판술 등) 다른 부분은 상대적으로 케이스가 적을 것입니다. 반대로 대부분의 큰 소위 '메이저' 대학병원에서는 수부 외상을 정형외과에서 많이 보고 성형외과에서는 아예 못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성형외과 수련을 받으며 기회가 되어 많은 다른 병원 파견을 나갈 수 있어서 각 수련 병원들마다 어떤 수술을 메인으로 하는 지 보는 기회도 많았습니다. 성형외과는 미용 외에도 너무 많은 분야의 진료와 수술을 하는 과였고 수련을 받는 병원에 따라서도 너무도 많은 차이가 납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수련의 대부분을 미용, 수부외상 및 안면 외상, 전신 피부 종양 에 대하여 배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다른 대학병원에서는 메인으로 볼 수 없는 미용수술을 전공의 2년 차 10월 부터 치프가 되어 수술방에 들어가 교수님들 보조를 하면서 하루 평균 눈 관련 미용 수술(쌍꺼풀, 상하안검, 트임, 안검하수 교정술 등) 들만 2~3개씩 매일 봤으니까요. 주로 봤던 미용 성형은 눈 수술, 코 수술, 안면 거상, 유방 확대술 등이었습니다. 제가 전문의를 취득하고 로컬 성형외과의원에서 별다른 경험없이 세브란스 병원에서 3월 말부터 바로 미용수술을 집도할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대학병원에서 미용을 메인으로 수련한 특수한 저의 환경 때문에 다른 성형외과 전문의들에 비해 미용 수술에 대한 learning curve 가 훨씬 짧았습니다. 아니, 거의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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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미용성형외과학 교과서 와 대표적인 눈성형 교과서 조인창 원장님 The Art of Blepharoplasty (1판)

대학병원이 수련병원으로 지정될 경우, 의료법적으로 수련병원 지도전문의 하에 술기나 수술을 할 수 있는데요(그래서 대학병원에 가면 보통 성형외과 전공의 저년차들이 안면 봉합이나 창상 관리를 하지요), 제가 수련받을 때 교수님들께서 미용 수술은 직접 맡기진 않으셨지만, 수부재건, 안면골절 수술, 종양 제거 및 흉터성형술 등에 대해서는 환자들의 동의를 구하고 교수님들이 직접 수술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해서 봐주시며 저희들 교육 차원에서 수술 집도를 맡기신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신들께서 직접하는 게 훨씬 빠르고 속 편하실텐데, 지금 생각하면 제자들에게 정당한 절차로 기회를 주시고 기꺼이 시간을 내어 커멘트 해주시며 가르침을 주신 점이 너무나도 감사한 수련이었습니다.

특히 수부재건 중 수지접합 수술은 완전히 절단된 손가락을 원래대로 최대한 보존할 수 있게 그 잘린 손가락을 잇는 수술인데요, 그 작은 손가락 단면 안에 뼈, 수지 동맥 2개, 굽히는 힘줄, 펴는 힘줄, 수지 신경 2개, 그리고 정맥까지 이어야 할 구조물이 너무도 많고 혈관 및 신경의 두께도 매우 얇아 'super microsurgery'로 불립니다. 현미경을 보면서 그 작은 구조물들을 전부 잇고, 손가락 끝에 혈류가 통하는지 확인하고 며칠 뒤 부터는 손가락 운동을 시키면서 손가락이 온전히 원래의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재활까지 교육합니다. 손가락이 살아 돌아오면 그 보람과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습니다. 물론 환자분들도 너무 의료진들에게 고마워 하고요.

'성형외과'라는 학문을 이제 막 몇 개월 전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제가 논하기엔 주제넘을 수도 있지만, 학문 자체가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학문입니다. 제가 '아름답다' 라고 느끼는 순간들을 꼽으라면 유리피판술을 할 때 혈관을 개통시킨 뒤 수혜부에 넣어진 공여부위 피판이 붉은 색으로 살 때, 그리고 미용 수술들의 결과가 좋아 고객들의 고민이 해결되고 정말 그 결과물(눈, 코, 윤곽, 가슴 등)이 심미적으로 아름다울 때 입니다. 특히 저는 개인적으로는 눈 수술을 할 때 많이 느낍니다. 1시간 남짓하는 간단한 수술로 그 사람 인상의 대부분 차지하는 눈 모양을 바꿔 이미지나 분위기 자체를 바꿔버리니까요.

일반인들에겐 성형외과는 얼굴쪽만 보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성형외과의 진료 범위는 머리털을 포함하여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입니다. 세브란스병원에는 선천성 기형부터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 해결되지 않는 가장 어려운 케이스들이 의뢰되고, 다른 과에서 감당하기 힘든 창상 해결에 대한 의뢰가 많이 옵니다. 특히 병원의 규모가 큰 만큼 타과에서 의뢰되는 다양한 분야의 케이스들과 어려운 창상 케이스들이 많고, 이런 케이스들을 통해 수련받는 전공의들이 다양한 케이스를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올해부터 이곳에서 진료와 수술을 시작한 저에게도 그런 케이스들과 다양한 각자의 고민들로 상담받고 미용 수술을 하길 원하는 고객들과 환자들이 많이 옵니다. 외래 진료보면서, 수술을 직접 집도하면서 저 또한 배우는 게 많습니다. 책, 논문, 그리고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르게 느끼는 점들이 많습니다. 간혹 가다가 수술이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거나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심적으로 매우 안타깝고 괴롭지만, 이를 교정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교정함으로써 그 고객이나 환자분들께 배우는 게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환자들이 제 모습을 찾고, 고민이 해결되는 모습들을 보고 미소지으며 마음이 편해질 때 제 마음도 비로소 좋아지고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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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대표 Atlas인 The Face(왼쪽) 국제 수부교과서인 Green's operative hand surgery (가운데) 대표적인 국제 flap 교과서 Hu-Chan Wei Flaps and Reconstructive Surgery (오른쪽)

외래를 보면 저마다 외모에 고민이 있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컴플렉스를 숨기면서 속으로 앓으시고 스트레스 받으시는 분들을 보면 성형외과 의사 입장에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고민을 해결해드리기 위해 저는 환자분들께 일단 많이 듣습니다. 고민을 갖게 된 이유를 알기 위해 살아오신 이야기나 고민이 생긴 배경 등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부터 제 진료를 시작하곤 합니다. 그리고 제가 교정 가능한 부분들을 객관적으로 설명드리려고 하며 추후 결과에 대해서 미리 외래에서 여러가지 방법들로 보여드리며 합의점을 찾고자 합니다.

세브란스병원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이고, 성형외과만 해도 성형외과 전문의 13명이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 모든 교수님들과 의료진들 외래 진료 시간이 타이트하게 정해져 있어 진료 시간에 제약이 걸리곤 합니다. 최근 고객분들과 환자분들이 늘어나서 제 외래 때는 점심시간 2시간 정도까지 연달아 진료를 봐드립니다. 그래도 진료를 원하시는 때에 못 받으시는 분들이 계셔서 비슷한 고민을 하시고 상담을 원하시는 많은 분들께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이 봐 드리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제가 어떤 분야를 집중해서 연구하고 진료를 해야될 지 이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