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새벽에 엔딩 2개 보고 오늘 낮에 나머지 엔딩들도 봤어 그럭저럭 재밌게 플레이한 것 같아
전에 미래세계의 맹인 PV 보고 팍 꽂혀서 사야지 사야지 하고 벼르고 있다가 2주일 전에서야 샀음
그런데 사실 초반부는 좀 지루했다 방인아는 주인공 서술이 카오스해서 재밌었고 정령사는 서술이 위트가 넘쳐서 좋았는데 미래맹인은 서술이 이성적이고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음
이건 사람마다 호불호 갈릴 텐데 내 경우엔 문체가 깔끔한 건 좋았지만 계속 독백만 이어지는 구간은 그냥 스킵하고 싶어지더라 그래서 초반부 깰 때는 하루에 15분 정도만 했어
다행히 초현이 나오고 둘이 붙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바로 재밌어졌음 둘이 케미가 좋기도 했고 속속 등장하는 SF틱한 설정도 흥미로웠고 뭣보다도 초현이가 귀여웠어
초현이는 목소리도 귀엽고 CG도 귀엽고 말하는 것도 귀엽고 아무튼 다 귀여웠다 진짜 이 후기도 초현이 때문에 쓰고 있는 거야 미맹인 꼭 해라 그리고 태시아 라디오 5화에 작가님이랑 초현이 성우님 나오는데 시간 남으면 그것도 봐봐 장미 성우님이랑 킬케 작가님 두 분 다 귀엽고 멋있다
중반부에서는 둘이 풋풋하게 연애하는 모습 나올 때마다 함박웃음 지어졌고 미래세계의 디스토피아적인 면도 뒤로 갈수록 많이 나와서 섬뜩했음 몇몇 장면에서는 이거 스릴러물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다 주인공의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고 두 사람의 관계도 더 복잡해져서 나중에 가서는 씬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에 다 감동받다가
"그 그림과 같은 세계야. 회색빛의 기계로 둘러싸인, 황폐한 세계."
여기서 진짜 소름돋았어 새벽에 해서 그런지 감성 폭발했고 미쳤다..와 진짜 미쳤다 이 생각만 들었어
내가 테일즈샵을 좋아하는 게 작품들 보면 작가들 중에 대학생이 많고 다들 비주얼노벨은 처음이라 그런지 어색하고 미숙한 부분이 눈에 띄는데 오히려 아마추어이기에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완전히 압도해버리는 씬이 작품마다 하나씩은 들어 있어 그때 흐르는 BGM은 정말 환상적으로 장면이랑 잘 어울려서 게임을 끄고 나서도 계속 그 장면이 머리에 맴돌아
암튼 그래서 중반부는 최고로 재밌었는데 후반부가 좀 아쉬웠음 갑자기 주인공한테 플라톤이 빙의했는지 막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이러고 있고 대사도 추상적이고 주인공 내면세계랑 과거 회상이 너무 많이 나와서 전체적으로 난해한 느낌이었음
작가가 전하려고 한 주제가 뭔지는 알겠지만 내적 갈등이 차지하는 분량을 좀 줄이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감정을 쏟아놓는 내용을 좀 추가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둘은 이상에 대해서만 실컷 얘기하고 정작 자신들이 지금 느끼는 감정은 결말까지 쭉 숨기려고만 한 것 같아서 아쉬웠음 마지막에 진심 조금 털어놓긴 하지만 작가님 그거로는 만족 못 합니다..
그래도 PV에서 보고 인상에 남았던
"반드시 널 만나러 올게."
이 대사가 나오는 씬은 작품의 주제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서 앞에 것만큼 좋았어
또 엔딩에 배드 엔딩, 트루 엔딩 이런 게 없고 모든 엔딩이 다 동등한 것도 마음에 들었어 보통 배드 엔딩은 실패한 엔딩, 노말 엔딩은 무난한 엔딩 이렇게 취급되는데 미맹인은 마치 주인공이 무슨 선택을 했든 그 선택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 사실 인생도 성공한 인생, 실패한 인생 이런 건 없다고 생각해 아무리 후회가 되더라도 과거는 바꿀 수 없고 그 사람에게 있어선 하나뿐인 삶인데 그걸 다른 사람이 함부로 실패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거잖아
개인적으로 초현이가 제일 귀엽게 나오는 엔딩(노말 엔딩으로 침)이랑 가장 암울하고 현실적인 엔딩(배드 엔딩으로 침)이 제일 좋았고 나머지 엔딩 둘도 괜찮았는데 솔직히 그냥 두 엔딩을 하나로 합쳐도 됐을 거 같아
그렇게 완전 재밌었던 부분, 그저 그랬던 부분, 별로였던 부분을 종합하니까 그럭저럭 재밌었다가 최종 감상이 됐는데 해볼 가치는 충분한 게임이다 취향만 맞으면 인생작이 될 수도 있는 게임이니까 다들 한번씩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