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윗니 쪽이 너무 아파서 동네 치과 두 군데를 갔는데 둘 다 이상 없다고 하거든요.
근데 진짜 아파요. 세수할 때마다 얼굴에 전기 오는 것처럼요."
턱이나 볼 쪽 통증으로 오시는 분들 중에, 엑스레이를 찍어봐도 충치도 없고 잇몸도 깨끗한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어요.
이런 분들이 이미 다른 치과에서 신경치료까지 받고 오셨는데도 여전히 아프다고 하시면 저는 한 가지를 먼저 의심합니다. 치아가 아닌, 삼차신경이 보내는 통증 신호일 수 있다는 거예요.
치과의사로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삼차신경통은 치과에서 치료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하지만 환자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은 치과예요. 그래서 이걸 정확히 감별해내는 것이 치과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제가 진료실에서 어떤 기준으로 치통과 삼차신경통을 구분하는지 말씀드릴게요.

삼차신경통, 왜 치통이랑 헷갈리는 걸까요?

삼차신경은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가장 큰 신경이에요. 이름처럼 세 갈래로 갈라지는데,
그중 두 번째 가지(상악신경)와 세 번째 가지(하악신경)가 윗니와 아랫니 주변을 지나가거든요.
쉽게 말하면 치아에 감각을 전달해주는 전선 자체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거예요.
전선이 문제인데 끝에 연결된 전구(치아)가 깜빡거리니까, 전구가 고장 난 줄 알고 전구를 갈아끼우는 셈이죠.
이래서 멀쩡한 치아를 신경치료 하거나, 심한 경우 발치까지 하고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분들이 생기는 거예요.
실제로 해외 논문을 보면 삼차신경통 환자의 상당수가 진단받기 전에 불필요한 치과 치료를 경험했다는 데이터가 있어요. 그만큼 감별이 쉽지 않은 통증입니다.
치과의사가 삼차신경통을 의심하는 순간

진료실에서 제가 "이건 치아 문제가 아닐 수 있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어요.
첫째, 검사 소견이 깨끗한데 통증이 극심할 때예요.
엑스레이, 냉온 검사, 타진 검사까지 해봐도 치아에 아무 이상이 없어요. 충치도 없고, 잇몸도 건강하고, 금이 간 흔적도 없어요. 그런데 환자분은 "여기가 진짜 죽을 만큼 아파요"라고 하시거든요. 이 괴리가 클수록 삼차신경통을 의심합니다.
둘째, 통증 양상이 치통과 다를 때예요.
일반적인 치통은 욱신욱신 지속되거나, 차가운 것에 시리거나, 씹을 때 아프죠. 반면 삼차신경통은 양상 자체가 달라요. 번개처럼 찌릿하는 통증이 수초에서 길어야 2분 정도 지속되다가 뚝 멈추고, 또 갑자기 오고. 이런 식의 발작성 패턴을 보여요.
셋째, 특정 동작에서 통증이 유발될 때예요.
세수할 때 물이 닿으면, 찬바람이 스치면, 면도를 하면, 심지어 말을 하거나 웃을 때도 통증이 튀어나와요. 치통이라면 이런 자극에 반응할 이유가 없거든요. 진료실에서 "어떨 때 아프세요?" 여쭤보면 대부분 처음엔 잘 모르시다가 "아.. 생각해보니 양치할 때 칫솔이 볼 안쪽에 닿으면 그때 확 아파요" 하고 떠올리시는 경우가 많아요.
치통인지 삼차신경통인지, 핵심 감별 포인트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치통은 원인이 보여요. 엑스레이에 충치가 있거나, 잇몸이 부어 있거나, 치아에 금이 가 있거나. 무언가 눈에 보이는 소견이 있죠. 통증도 지속적이고, 차갑거나 뜨거운 자극에 반응하고, 해당 치아를 두드리면 아파요.
삼차신경통은 원인이 안 보여요. 검사를 아무리 해도 치아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요. 통증은 전기 충격처럼 짧고 강렬하게 왔다가 사라지고, 얼굴을 가볍게 만지거나 바람만 맞아도 유발돼요. 그리고 한쪽 얼굴에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에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치료를 했는데도 안 나았다"는 이력이에요. 신경치료를 받았는데 여전히 아프다, 발치를 했는데 옆 치아가 또 아프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높은 확률로 치아가 아닌 신경 자체의 문제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또 다른 치아를 건드리는 게 아니라, 원인을 정확히 추적하는 거예요.
그래서 치과의사의 역할은 뭔가요?

삼차신경통 치료 자체는 신경과나 신경외과의 영역이에요. 약물 치료가 우선이고, 필요하면 수술적 치료까지 가기도 하죠. 치과에서 삼차신경통을 직접 치료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질환의 가장 큰 문제는 진단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거예요. 아프니까 치과에 가고, 치과에서 원인을 못 찾으면 또 다른 치과에 가고, 거기서 "혹시 이 치아 아닌가" 싶어서 신경치료를 하고, 그래도 안 나아서 또 다른 치과에 가고. 이 과정에서 멀쩡한 치아가 희생되는 거죠.
저는 이 부분에서 치과의사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엑스레이에 아무 소견이 없는데 환자분이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실 때, "치아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른 원인을 의심해봐야 해요"라고 정직하게 말씀드리는 것. 그리고 필요하다면 신경과 진료를 안내해드리는 것.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것도 치과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치통처럼 느껴지지만 치아가 원인이 아닌 경우에 대해 더 궁금하시다면 이 글도 참고해 보세요.
치아가 아닌데 아프다는 건, 검사를 해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부분이에요. 인터넷 정보만으로 스스로 감별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특히 치과를 두세 군데 다녀왔는데도 원인을 모르겠다면, 한번쯤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궁금하신 부분은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강남 블랑쉬치과의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