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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공보의는 좀 위험하지 않을까?

재주좋은치과의원 · 앞니 레진 비니어 장인, 소현수 원장입니다.

범죄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아놓은 곳, 재소자들을 가까운 곳에서 직접적으로 마주해야하며, 때로는 의료행위 중에 불편감 또는 통증을 야기할 수도 있고,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따져 논리적으로 뒤집기도 해야하고, 요구를 거부하거나 불가능함을 설득해야하는 사람, 공중보건의사는 과연 재소자와의 대면에서 100퍼센트 안전할 수...

2019년 11월 26일공보의 일기이미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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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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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아놓은 곳,

재소자들을 가까운 곳에서 직접적으로 마주해야하며,

때로는 의료행위 중에 불편감 또는 통증을 야기할 수도 있고,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따져 논리적으로 뒤집기도 해야하고,

요구를 거부하거나 불가능함을 설득해야하는 사람,

공중보건의사는 과연 재소자와의 대면에서 100퍼센트 안전할 수 있을까?

[계호]라는 말을 들어봤을지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여기에 와서 처음 접한 단어인데,

[戒護, 범죄자나 용의자 따위를 경계하여 지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교도관은 이 [계호권]을 가지고 있고, 재소자의 위치를 이동시킬 때 동행하여야한다.

법률상으로 [교정직교도관이 수용자를 계호할 때에는 수용자를 자신의 시선 또는 실력지배권 밖에 두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으니,

어찌보면 존재 그 자체 또는 실력을 행사함으로써 재소자의 폭력으로부터 공보의와 재소자 사이를 차단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애매한 부분도 있다. 보건위생직교도관 중 의무직교도관(공중보건의를 포함한다...)의 직무를 규정함에 있어,

가. 수용자의 건강진단, 질병치료 등 의료

나. 교정시설의 위생

다. 그 밖의 교정행정에 관한 사항

을 공보의의 직무로 규정하고, 뒤에 [보건위생직교도관은 직무상 필요한 경우에 수용자를 동행ㆍ계호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단 것이다.

즉, 공중보건의에게도 계호권이 생겨버렸다. 이게 좋은일일까? 아니다, 교도관 동행 없이 공보의와 재소자가 단독대면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것이다. 폭력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교도관이 옆에 없어도 되게 되었다는 뜻이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교도관님이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이쪽 저쪽에서 진료를 보다보니 그런 일이 생기는것은 사실이다.

계호를 전담하는 직원이 재소자 옆에 서 있는 것과, 공중보건의(또는 의무사무관님)가 진료를 하면서 재소자의 동태를 살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인데도, 그저 단순히 편의를 위해 이런 규정이 생기게 된 건 아닐까?

물론 의료법에 [누구든지 의료인을 폭행, 협박하여서는 아니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최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7천만원의 벌금, 최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법은 멀리 있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실로 이처럼 체감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문제가 생겼을 때, 의료과장님의 존재가 큰 방패가 되어주기도 한다. 안된다고해도 떼를 쓰거나, 언성이 높아지면 진료를 의료과장님께 넘길 수 있는 시스템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100퍼센트 안전한 것은 아니어서(의료과장직이 공석인 교도소도 있다. 공중보건의가 의료과장을 대행해야 한다), 실제로 재소자에게 폭언이나 협박을 듣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치과보다는 의과 공보의에게 많이 일어나는데, 예민해진 재소자들이 본인들의 요구사항이 100% 들어지지 않는 경우에 소동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치과의 경우에는 그런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우리 소에서는 평소에도 마찬가지지만 문제소지가 있을 것 같은 재소자를 진료하는 경우에 특히 교도관님들이 옆에 가까이 계셔주시고, 작은 소란이라도 일면 즉시 진료실 바깥으로 끌어내주시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위험으로부터 다행히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다. 다만 나는 나보다 다른 소에 계신 분들이 더 많이 걱정된다.

교도소 시설이 특히 열악하거나, '이보다 더 나빠질 곳도 없다'고 체념한 재소자들의 경우에 그런 폭력(협박)이 특히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우리 소는 시설이 좋고 환경도 좋다는 것을 재소자들이 알아서, 우리 소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다른 소로 이감되는 경우 본인만 고생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위와같이 위험한 일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마 내년에 교도소를 나와 다른 곳으로 가겠지만, 앞으로 이곳에 계실 분들의 처우가 개선될 날이 올지 모르겠다.

결론을 내리자면, 의과의 경우에는 소에 따라 생각보다 협박을 당하는 일이 꽤 있다. (절반 이상)

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반의 반 이상)

인권위 진정을 받아 조사대상자가 되기도 한다.

치과의 경우에는 외부원장님 초빙진료(자비진료)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치과도 100퍼센트 안전하지는 않다.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의료과장님과 교도관님들이 많이 도와주신다.

교도소 공보의의 장점은 여기서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