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요즘 대중교통이 빠르고 간편하다지만, 타지에 나갔다 온다는 게 집 앞에 나가는 거랑은 느낌이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지방에 살면 서울에 어쩌다 한 번 가더라도 이동시간을 계획에 항상 포함시켜야하기 때문에, 여유있게 갔다 돌아오려면 1박을 계획하는 것이 사실 훨씬 편하다. 숙박 서비스란 것은 돈으로 편의를 사는 대표적인 방법이 아닐까?
나도 한 때 에어비앤비를 자주 이용했었던 적이 있는데, 특히 서울에서만 한 10번 남짓 이용한 것 같다.

구글지도 타임라인에 찍힌 서울 방문지
호텔이 아니라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던 이유는 에어비앤비를 그냥 좋아하기 때문도 있지만, 내가 들른 곳 주변에서 깔끔한 숙소를 저렴한 가격에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숙소라면 다름아닌 마포구 합정동의 마포한강푸르지오였는데, 창문으로 한강과 성산대교, 양화대교가 정말 멋지게 보이는 집이었다.

그 때 기억을 살려 그렸던 그림일기
그 때 그 집은 항공사에서 근무하시는 스튜어디스분의 집이었는데, 뷰가 너무 예뻤고 당시 그 동네를 너무 좋아했던 때라 정말 '살아 보고 싶은 집'에서 놀고, 쉬고, 잠을 잔다는 게 설렜던 기억이 난다.
에어비앤비는 이렇게 '사람이 사는 집'의 '남는 침대'를 유사-숙박시설로 공유한다는 컨셉을 갖고 출발한 미국-캘리포니아의 유니콘 스타트업이다.
내가 묵었던 집 중에는 독립한 아들/딸의 방을 숙소로 내어주는 가정집도 있었고, 투룸을 얻었지만 혼자 방을 쓰는 직장인도,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자주 해외에 나가 집을 비우는 일이 많은 스튜어디스같은 분들, 그리고 재테크로 에어비앤비를 여러채 돌리는 투자자도 있었다.
보통은 에어비앤비를 해외에서 많이 사용하고, 외국인들도 한국에 와서 에어비앤비를 많이 사용하겠지만, 나는 서울에서 한번쯤 살아보고 싶었던 마음을 에어비앤비로 풀었던 것 같다.
△ 이게 바로 그 광고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Live there, even if just for a night>이라는 에어비앤비 본사의 copy는 한국에서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로 변화를 주었고, 광고 말미에 '단 하루뿐이라도'라는 나레이션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광고는 에어비앤비의 브랜드를 분명 아주 멋지게 강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지나치듯 생각해봤을 법한 '해외에서 살아보기'를,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 '이렇게나 쉽게'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던진것이다. 사는 게 별 게 아니고, 하루라도 외국의 '가정집'을 통째로 빌려 말그대로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은 대중의 환상, 또는 욕망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에어비앤비에서 나눠준 비매품 소책자와 매거진B 에어비앤비편
이렇게 간단한 문장 하나로 자신의 정체성을 어필할 수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나에 대해, 또는 우리 회사에 대해, 또 내 애인, 내 친구에 대해 이렇게 쉽게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우리는 떠올릴 수 있을까?
"걔 착해", "그리고 웃겨"같이 단편적인 서술보다, 이렇게 함축적이지만 직관적인 언어로 주절대지 않고 브랜드를 어필할 수 있다니!
이런저런 여러가지 이유로 에어비앤비 역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이고 그래서 에어비앤비가 비매품으로 2016년에 주었던 "여행은 살아보는거야"라는 책자도 아직 갖고 있다.
집 책장에는 이렇게 별 내용이 없더라도 항상 영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책들이 여러권 꼽혀있는데, 에어비앤비의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그 '에어비앤비'가 IPO(기업공개, 주식상장)를 우여곡절 끝에 결국 할 예정이라고 한다. 30억 달러(현재가치 3조5000억원)를 IPO로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갑자기 분위기 IPO..)
지금 여행업계가 유례없는 전염성 질병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는데, 에어비앤비가 기업공개를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앞서 공유경제의 또다른 유니콘이자 공룡인 위워크(wework)가 상장에 실패하기도 했다. 물론 에어비앤비는 '부동산 임대업이었던 위워크'와는 사업모델자체가 '플래폼 기술사업'으로 다르지만 위워크가 공유경제업계에 끼얹은 찬물을 그대로 뒤집어 썼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앞서 상반기엔 코로나19로 인해 직원 1,900여명을 해고하는 등 경영위기를 알렸는데, 반대로 지금은 재택근무 등을 기회로 활용하면서 실적 반등을 이뤄내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을 회복해 예약건수를 크게 회복하는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에어비앤비측은 IPO에대한 논평을 거부했지만 기사에선 복수의 소식통이 11월 미 대선 이후 12월을 목표로 IPO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단다.
지난 4월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180억달러로 코로나 이전보다 절반정도로 크게 하락했지만, 현재는 다시 약 210억달러(21조원)로 평가가 상승해 IPO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크다고 한다. 그리고 IPO를 통해 약 30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도 한다. 물론 기업가치는 시장상황에 따라 변동이 크기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앞서 180억달러로 기업가치가 한순간에 폭락했다는 것을 미루어 생각해봐도 그렇다.
한국어로 번역된 기사를 보면 최대 300억달러를 IPO로 조달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내가 이해하기엔 그게 아니라 30억달러를 조달하는거고(공모를 하던 뭘 하던 하겠지?), 그래서 기업 가치 평가액(즉 시가총액)이 300억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는 말로 읽힌다. 내가 잘못 해석한 걸 수도 있다. 사실 IPO나 valuation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나 좋아하는 에어비앤비지만, 미국 IPO는 우리나라 IPO와 다르게 개미투자자가 주식공모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한다. 개미투자자를 IPO에 끼워준다는 건 그만큼 인기가 없는, 그 기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아무튼 지난번에 내가 네이버의 찐팬임을 말했듯이, 에어비앤비도 네이버 못지않게 좋아하는데, 그래서 내 최애 아이돌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과 비슷한 마음으로 에어비앤비를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IPO도 흥하고 공유경제도 흥하고 다 잘돼서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다. 나도 거기다 숟가락만 살짝 얹어 볼 수 있다면 더 좋고.. 티스푼이라도.. 좀..
▽ 네이버 브랜딩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