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네 마트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오른쪽으로 꺾어야 2층 매장이 나오는데, 그 때 2층에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 사람과 자주 정면으로 마주쳐 불편을 겪는다.
그 옆 매대에서 상품을 고르면서 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주춤주춤 그러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그렇다는 건 부딪히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동선계획을 잘못 짰거나 매장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동선계획상의 실수가 고객에게 나쁜 경험을 쌓고 결국 브랜드를 망칠 수도 있다.
어떤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내 의도대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꾸 '불편하다'고 한다면, 사용자를 가르칠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서비스나 제품을 바꿀 생각을 해야한다. 그래야 사용자경험이 개선된다. 음식도 마찬가지인데, 피자플리즈는 피자사이즈가 작다는 콤플레인에 맞서는 대신, 같은 반죽을 쓰면서도 크기를 1인치 늘려 불만을 해소했다. 앞선 에스컬레이터처럼 이미 지은 건물이라 에스컬레이터를 뜯어버릴 수 없다면, 바닥에 가이드선을 긋던지 티켓팅하는 곳에 쓰는 가변 바리케이트를 치던지하는 방법을 고안해서라도 불편을 조금 덜어주는 노력이라도 해야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데 신경을 조금이나마 썼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내 블로그는 어떨까? 나는 블로그를 항상 PC를 사용해서 꾸미고 글을 쓰기 때문에 타이틀 디자인도 PC에서 봤을 때 가장 보기좋게 만들어져있고, 글도 PC에서 보는 게 가장 좋은 구성을 갖고있긴 한데, 사람들이 자꾸 모바일로 들어온다고 해서 내가 사람들에게 글마다 "모바일 말고 PC로 오세요! 제 블로그는 PC로 봐야합니다!"라고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갑자기 핸드폰을 내려놓고 '아 그렇구나'하고 PC로 들어와줄까?
아니, 여차하면 그냥 안들어와 버릴 것이다. 모바일로 잘만 들어오던 분들에게 내가 자꾸 거슬리게 PC로 어깨빵을 치는 거나 다름없다. 80%의 사용자를 내쫓는 셈이다.
대부분의 검색을 모바일로 하는 요즘 블로그 소비자들의 '인터넷 동선'을 바꾸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핸드폰 내려놓고 컴퓨터로 오라고~!" ???
근데 그렇다면 사용자의 '모든 불편사항을 없애'는 건 과연 가능한 일인가? 물론 그렇진 않을 것이다. 어떤 호텔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서울 강남구의 어느 브랜드 호텔은 지하철을 타고 나와 걸어들어가는 입구로 가면 호텔 로비까지 가는 길이 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길이 명확하지 않고 복잡한 건 분명 나쁜 경험이고 불편함인데, 그럼 그 호텔이 분명 잘못한거겠지? 맞아맞아
근데 거기서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차를 타고 그 호텔에 가면 길이 그렇게 복잡하지가 않다는 걸 알게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올라가면 걸어가는 것과는 다른 호텔 입구가 나오고, 거기서 발렛을 요청하고 들어가면 바로 로비가 나온다.
그 호텔은 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기때문에 둘 중 하나만 챙긴다면 뚜벅이보단 차를 이용하는 고객들 쪽을 챙기는 편이 더 <좋은> 사용자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뚜벅이 사용자들에게도 동등하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주 사용자를 잘 배려했다면 적어도 실패한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방문자가 모바일을 이용한다면, PC에서 보기엔 문단 모양이 안 예쁘더라도 모바일에서 보기 좋은 모양을 만드는 게 낫다고 본다. PC에서 많이 보는 주제의 글, 모바일에서 많이 보는 주제의 글이 다르를 수 있겠지만, 솔직히 무슨 글이든 모바일 쪽 사용자비중이 압도적이기는 하다. 예를 들면 디자인 전공하신 분들을 타겟으로 전문가분들이 전문적인 글을 쓰신다면 컴퓨터로 읽기에 좋은 글을 쓰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디자이너분들이 PC나 맥을 끼고 계시기 때문에. 하지만 일반인을 위한 글이라면 모바일에 최적화시키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엔 PC로는 사진 위치가 애매하고 문단 모양이 좀 어색하거나 사진 사이에 글이 한두줄 끼어 잘 안보이더라도 모바일에서 확인해보고 괜찮으면 그냥 놔둔다ㅎㅎ;; 그리고 모바일에서 보기 편하도록, 모바일 사용자에 맞게 가운데 정렬된 짧은 문단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PC와 모바일에 둘 다 최적화시킬 방법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기때문에 일단 모바일을 챙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사실 대부분의 파워블로거들은 모바일에서 글을 읽기 편하도록 '짧은 문장'을 '줄을 나눠서' 치는 방법을 선호한다. 내 기존 글이나 이 글처럼 줄글을 쓰는 것보다 그렇게 쓰는 게 '모바일 사용자경험에 최적화'된 것이다.
해서 나는 일단 형광펜을 쳐보기로 했다.

내 블로그는 9월기준 모바일 사용자가 80%정도 된다.
그리고 모바일 사용자를 내 블로그에 잡아두려면 연관된 글이 많이 있어야하는 것 같다.
블로그를 이용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동선은 '검색유입'이다. 그리고 검색해서 내 블로그에 유입된 분들은 PC버전처럼 블로그 '글 카테고리'를 누르는 일에 대해 좀처럼 관심을 갖지 않으신다.
원하는 정보를 얻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굳이 더 내 블로그에 머무를 이유가 없는 분들이기 때문에, 내가 그 분들을 묶어두고 싶다면 비슷한 주제의 또 다른 좋은 컨텐츠를 여러개 준비해둘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검색해서 → 상위노출 글 클릭하고 들어와 → 해당 글에 만족하면 → 글 하단에 뜨는 [같은 카테고리 다른 글] 또는 [이 블로그 인기글] 도 읽고 → 이웃추가 버튼을 누르게 해 앞으로 내 글을 꾸준히 읽도록 하는 걸 작은 목표로 삼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좋은 정보를 담은 글을 계속해서 써내야한다. "왜 하나만 보고 나가지?! 이것도 보라고 써놨는데 ㅠㅠ"하고 아쉬워해봐야 이미 나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람이 다음 번에 비슷한 주제를 검색했을 때, 또 새롭게 보여줄 컨텐츠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블로그도 사용자에게 "내 블로그니 내 의도에 맞게 쓰라"며 가르칠 게 아니라 컨텐츠를 먼저 바꿔야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