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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좋은치과의원 · Naver Blog
치과대학에 입학하고나서부터 곧바로 나는 조급증이 생겼다. 재수를 하지 않고 치대에 입학했다면 내 나이에 이미 졸업반이어야했으니까. 6년제라는 그 긴시간이 많이 야속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그리 큰 소득은 없었던 것 같지만, 열심히 공부했던 만큼 이런 저런 내용들에도 흥미가 컸다. 예를 들면 서비스디자인과 경험디자인,...
게시일
2020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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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브랜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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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카이브 열기치과대학에 입학하고나서부터 곧바로 나는 조급증이 생겼다. 재수를 하지 않고 치대에 입학했다면 내 나이에 이미 졸업반이어야했으니까. 6년제라는 그 긴시간이 많이 야속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그리 큰 소득은 없었던 것 같지만, 열심히 공부했던 만큼 이런 저런 내용들에도 흥미가 컸다. 예를 들면 서비스디자인과 경험디자인, 브랜딩같은 것들인데 이런 취미는 사실 그 이전부터 갖고있었지만(한땐 미대에 가고 싶었으니까), 치대에 들어오고 난 뒤에는 그것들을 어떻게 치과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여러가지 찾아보던 와중에 그 때 읽은 것이 <중소병원 서비스디자인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디자인 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세상에 나온 것인데, 당시에는 '브랜딩'이라던가 '서비스디자인'같은 것이 사실 의료계에는 생소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경쟁이 심해지고 서로 살아남기위해 뭐라도 발버둥을 쳐야한다는 그런 위기감을 본격적으로 느끼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초기에 이런 의료서비스 디자인에 대해 먼저 인지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들은 대개 자본력이 탄탄한 중대형 병원들이었고, 그런 자본력을 바탕으로 '고급화'전략을 주로 사용했던 것 같다. 그 때 '우리 병원은 일반 병원과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는 데에는 '명품화'전략이 가장 보편적이었을 것이다. 예를들면 2010년 청담동에 개원한 <차움>같은 성공한 모델들을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이젠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은 의원급 의료기관에게야말로 더 치밀하고 잘 짜여진 '송곳같은 브랜딩'이 필요해진 것이다.
브랜딩
사실 예전에는 '브랜딩'이라 하면 병원 로고나 이름, 유니폼, 서식류 디자인 등등 이런 외적인 것들을 많이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브랜딩'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런 외적인 부분들은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으로 구분해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무형의 자산을 만드는 것이지, 그런 것 없이 포장만 바꿔서는 브랜드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병의원으로 어떤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명품화, 고급화'전략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런데 대개 이런 전략은 어설프게 끝나고만다. 왕궁이 아니라 왕궁여관에나 쓸 것 같은 소재의 벽지, 가구따위의 것들을 들여놓고 '고급화 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고급화'를 하려거든 지역 내 가장 부촌 중에서도 건물외형이나 내부 관리가 잘 되는 곳에, 주차장을 갖추고 개인실을 운영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로,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에 고도로 훈련된 직원들이 환자 한명한명을 1:1 케어 해줄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고급화'를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그런 것은 대개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거지만 사람들 각자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사실 모두 '명품'이어서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일단 한 번 다른 브랜드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어떤 '핵심'에 감동을 받으면, 그 사소한 감동의 순간을 잊더라도 좋은 감정만은 남아 계속해서 그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 아닐까. 나는 펩시보다 코카콜라가 좋고, 코카콜라보다 갈배사이다가 좋고, 뚜레쥬르보다 파리바게트가 좋고, 던킨보다 크리스피크림이, 에비앙보다 삼다수가, 구찌보다 버버리가 좋은데 이런 '취향'이라 부르는 '선호도'는 각자의 브랜드를 경험한 어떤 순간들이 쌓여 그런 선호가 결정된 것같다. 어느한쪽이 더 고급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러니 차별화랍시고 어설프게 '고급 흉내'를 내는 데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진짜 남들에게 없는 것을 찾아내는 데에 열을 올려야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정말 아무에게도 없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고,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분명 그런 sign들이 각자 인생에 녹아들어 있을 것이다. 그 작은 단서를 크게 부풀리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 생각한 것이다. 쌀은 밥을 지으면 부피가 4배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 인생에 있었던 이벤트 하나하나 쌀알이라면, 브랜딩 과정은 밥을 짓는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는 '밥'이 되어야 한다. 자소서 쓰듯이 내 장점을 더 크게 어필하는 것이다.
경험디자인
그런데 그렇게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게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한 번 말했듯이 브랜드는 사용자 경험에 의해 재창조된다. 내가 의도한대로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브랜드 발판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소비자의 인식은 소비자들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고, 거기에 브랜드개발자의 설명이 곁들여져 소비자들이 실제로 느낀 것, 그게 진짜 나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무리 나를 '정직, 신뢰'로 포장해도, 사용자가 그렇게 느끼지 않으면 말짱 꽝인 게 당연하다.
그래서 환자와 한 약속은 '모든 순간 순간마다 일관되게, 집요하게 지켜져야'한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나를 브랜딩으로 포장했다면, 사용자와 나와의 접점이 어디서 이루어지는지 모두 파악하고 그 부분마다 모두 '브랜딩'을 입혀야한다. 한 군데라도 구멍이 뚫리면 브랜드 전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중소병원 서비스디자인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는 페이지를 떼와봤다. 중소병원이라 함은 지역 2차병원정도를 말하는 것이라서 치과에 100% 대입되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자. 아무튼, 병원을 환자가 검색하고 예약하는 것에서부터 서비스디자인이 시작되는 것임을 이 책에서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단계에 어떤 요소들이 소비자의 경험에 관여하는지를 자세하게 분류/나열해놓았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디자인 요소를 크게 4종류로 나눴는데,
노란색 E = 병원환경
하늘색 B = 브랜딩
연두색 W = 웨이 파인딩(Way Finding)
보라색 C = 커뮤니케이션
이렇게 색깔과 기호로 분류해놓았다. 1~10번까지의 요소들을 보면 각각의 요소들에서 브랜딩 요소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브랜딩 요소는 스토리텔링이나 본질적인 브랜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을 말하는 것임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즉, 퍼스널 브랜딩이나 병원브랜딩이라기보다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을 디자인 한 것이다. 광고나 유니폼, 각종 서식, 문구류따위의 것들을 말한다. 아까 말했듯이 이것들은 분명히 '브랜딩'자체와는 구분되는 것이지만, 이전에는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을 보통 '브랜딩'으로 인식해왔다.
아무튼 위 표를 보면, 병원을 브랜딩하는데에 있어 어떤 부분들을 신경써야하는지 잘 알 수 있는 것 같다. way finding 같은 경우에도 '큰 병원에나 필요한 서비스 아닌가'하고 가치를 평가절하 할 수 있겠지만, 작은 의원이더라도 의료진이 짜놓은 동선을 처음 온 환자가 알리가 없으니, 의료진이 설정한 동선을 환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분명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처음 방문해 접수하고 예진실로 갈지 대기실로 갈지, 대기실에서 예진실로 갈지 엑스레이실로 갈지, 엑스레이실에서 다시 대기실로 갈지 바로 진료실 체어로 갈지, 진료받곤 상담실로 가야하는지 나가서 수납을 하면 되는지 등등, 병원 staff들에게는 머릿속에 훤한 work flow가 환자 머릿속에도 똑같이 있을거라고 착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어디로 가라는 건지 막막할 때 마다 환자는 불편해 하고, 불편은 곧 브랜드 약화로 이어진다.
첨부파일
중소병원서비스디자인맵.pdf
파일 다운로드
파일로도 올릴테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접점마다, 병원의 핵심가치를 사용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스타벅스가 '좋은 경험'을 브랜드 핵심가치로 여기고 사소한 순간마다 어떤 매뉴얼로 대처하는지를 알고있다면, 조금 감이 잡힐지도 모른다. '좋은 경험'을 주기위해 스타벅스는 음료를 사지 않더라도 매장에서 고객을 내쫓지 않고, 실수로 엎은 음료를 직원이 치우고 다시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대기업의 정책이 작은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매장에 전부 쓰일 수 있는 건 물론 절대로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너무나도 많이 길들여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웬만큼 친절해서는 친절하다고 생각도 하지않는다. 기본적으로 '의사는 불친절 할 것이다'라는 전제가 소비자들에게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만 일반 스태프들에 대한 기대는 그렇지 않다. '스태프도 불친절 할것이다'라는 전제는 없다. '홈페이지도 불친절 할것이다'라는 전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것저것 신경써야할 게 너무 많다. 그래서 경험디자인이니 브랜딩이니 하는 것들을 공부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공부해도 역량이 전문가 수준, 그정도까지 오르지 못한다는 한계점도 있다. 그래서 많은 선배님들께서도 전문가를 찾게 되는 것이겠지만, 나는 이 분야 전문가를 찾더라도 그 전문가분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정도는 스스로 판단 할 정도는 되어야할 것 같았다. 그분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할 생각도 없다면, 그 분들과의 관계가 끝났을 때 병원이 과연 그 때 만들어진 핵심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3년, 5년 하고 병원을 넘길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야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