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요약
이 페이지의 역할
재주좋은치과의원의 네이버 블로그 원문을 보존한 아카이브 페이지입니다. 공보의 일기 카테고리의 교도소 수용자를 대학병원에 입원시킨 치과의사 이야기 글을 통해 병원의 한국어 정보 제공 방식과 진료 관련 안내 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검증
필요하면 원문 블로그와 병원 프로필로 바로 이동해 문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아카이브 열기아카이브된 블로그 글
재주좋은치과의원 · Naver Blog
교도소 치과진료실에 있을 때, 충치가 워낙 진행돼 얼굴이 심하게 붓고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며 진료실을 찾은 수용자가 있었다. 다른 교도소하고는 다르게 교도관들에게 진료 요청을 하면 비교적 즉각적으로 진료를 볼 수 있는 교도소였기 때문에, 그런 증상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해보면 나는 해당 수용자가 교도소...
게시일
2020년 11월 3일
원문 기준으로 확인된 발행일입니다.
카테고리
공보의 일기
원문 블로그 카테고리를 정리해 함께 표시합니다.
이미지 수
3
현재 아카이브에 연결된 이미지 수입니다.
아카이브 요약
재주좋은치과의원의 네이버 블로그 원문을 보존한 아카이브 페이지입니다. 공보의 일기 카테고리의 교도소 수용자를 대학병원에 입원시킨 치과의사 이야기 글을 통해 병원의 한국어 정보 제공 방식과 진료 관련 안내 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검증
필요하면 원문 블로그와 병원 프로필로 바로 이동해 문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아카이브 열기교도소 치과진료실에 있을 때, 충치가 워낙 진행돼 얼굴이 심하게 붓고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며 진료실을 찾은 수용자가 있었다. 다른 교도소하고는 다르게 교도관들에게 진료 요청을 하면 비교적 즉각적으로 진료를 볼 수 있는 교도소였기 때문에, 그런 증상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해보면 나는 해당 수용자가 교도소 치과 진료실에서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촉진해보니 농양이 잡힌 게 확실했고, 여러가지 이유로 '외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보고 어설프게 따라할까봐 자세한 증상은 안 적을란다)
교도소에서 '외진'은 민감한 주제다. 수용자를 교도소 담장 너머 사회로 잠시나마 내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용자들은 외진 한 번을 나가기 위해서 각종 꾀병을 지어내거나 말도 안되는 물건을 삼키곤 할 정도로 담장 밖을 나가고 싶어 하는 반면에, 그런 얕은 수를 쓸 때마다 재소자를 사회에 내보내 줄 수는 없으니 웬만해선 외진 없이 소 내에서 진료를 하기도 한다. 특히 의사나 치과의사가 외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은 의학적, 치의학적 지식에 근거해 감별해 내면 의외로 간단한 일이지만, 실제로 외진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용자를 방에서 연출해 내 외진을 보내는 과정이 의료과보다는 보안과의 일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보안과 입장에서는 외진이란 것이 여간 복잡한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아무튼 그런데 그런 일이 있었던 당시가 내가 막 해당 교도소에 발령받은지 한달이 채 안된 5월이었던 탓에, 나는 별 생각 없이 '이건 밖에서 치료 받아야 할 것 같다'며 옆에 서 계신 교도관님께 말씀을 드렸고, 교도관님은 약간 당황하시면서 일단 진료 끝내고 더 말씀하시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수용자에게 '이러이러한 상태이니 일단 지금 당장 먹을 항생제 처방해 주겠다'고 한 뒤에 수용자는 다시 수용동으로 들어갔고, 의료과장님을 찾아뵙고 000번 수용자 상태가 이러이러해서 외진을 보내야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고 외진 결정을 하게 됐다.

군산 교도소의 봄 (외정문 안쪽)

군산 교도소의 겨울 (외정문 안쪽)
후에 내가 진료 볼 때 옆에서 계호를 해 주시던 교도관님이 나를 따로 불러다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 요지는 '절대 수용자 앞에서는 외진 이야기를 하지말라'는 것이었다. 외진이 필요하거든 일단 어떻게 해서든 수용자를 안심시켜 방에 들여 보내고, 그 뒤에 의료과장님과 상의를 해서 내보내는 게 좋겠단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당연히 그게 맞는데 내가 실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교도관님도 잠깐 당황하셨던 것 같다.
실제로 사달이 나기도 한 것이, 내가 '밖에서 치료해야한다'는 말을 수용자는 '얼른 나가야한다'는 사인으로 알아 들었고, 방에 들어간 뒤에 바로 외진 나가는 줄 알았는데 왜 빨리 안내보내주느냐며 교도소 내 행정 처리가 진행되는 동안 작은(?) 난동을 피운 것이다. '의사선생님이 얼른 나가야된다고 했는데 왜 아무 소식이 없냐'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외진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맞긴 했다. 군산 지역 OO치과에 들렀다가 거기서도 치료할 수 없는 상태라 원광대학교 치과병원에 전원시켜 응급실을 거쳐 구강악안면외과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주정도 충분히 입원하고 퇴원한 수용자는 뺨에 구멍이 난 채로 돌아와(드레인 때문에..) 가끔 내가 드레싱을 갈아주곤 했다.
저 수용자가 몇 번 더 원광대 병원을 다녀온 뒤로 치과 외진은 없었지만, 나는 그 후에 항상 정확한 의사전달을 신경쓰게 되었다. 수용자 앞에서 '외진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손 치더라도, '3일 안에는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면 적어도 수용자가 방에서 소란을 일으키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살면서 이런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사소한 일이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내가 한 말을 상대방이 제멋대로 알아듣는 일은 사실 빈번하게 일어나곤 한다. 누구나 듣고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 생각을 하면서 남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렇게 들리는 것이겠지. 만약 그럴 때마다 내가 뭔가를 배웠었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도 같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는 연습은 쉽게하기 힘들기도 하다. 그런 상황이 매일 있는 사람도 흔치 않고, 이런 말하기가 '평상시의 말하는 습관'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말하기'니까. 만약 내가 일반 회사에 다녔다면 '일하는 말하기'를 해야하는 상황이 좀 더 많았겠지만, 하필 치과의사가 된 탓에 그런 말하기와 친하지 못하게 된 걸지도 모르고.
아무튼 갑자기 예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주절대봤다. 주절댄 김에 책 한 권 추천하고 가야지~😐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저자 박소연
출판 더퀘스트
발매 2020.05.18.
다른 교도소 치과 이야기도 많이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읽어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