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었던 어제 갑자기 바다가 보고싶다며 부산행 기차를 탔다. 부산 날씨를 확인해본 것 말고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일단 예매부터 해놓고, 옷 갈아 입고 일단 출발했다. 기차를 타고나서야 부산 가면 어딜갈까 하고 검색을 시작했는데, 영도에 아주 멋진 전망대가 있다해서 거길 목적지로 삼았다. 원래 광안리 해수욕장에 가서 멍때리다 올까 싶었는데~ 광안리는 몇 번 가봤으니, 안가본 곳을 가야겠다 싶었다.
내 블로그 첫 글인 자기소개에도 적었지만, 어릴 때 경남 양산에 살았기 때문에 부산에 대한 약간의 향수? 같은 게 있다. 당시 어디어디를 다녔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 손 잡고 백화점을 가기도 하고, 백화점 1층 에스컬레이터 옆 맥도날드에서 바닐라 쉐이크를 먹던 기억이나, 큰 서점에 들러서 우주 책이나 월리를 찾아라 같은 책, 드래곤볼 같은 만화책을 샀던 기억이 얼핏 난다. 부산타워에도 몇 번 갔던 것 같은데, 부산 사진을 엮은 엽서책을 사서 계속 떠들러봤던 기억도 난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엽서를 손에 들고 부산타워 앞에서 사진도 찍었는데, 어차피 안보이니 다른 포즈를 잡아보라는 엄빠의 성화에도 고집을 부리고 그렇게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난다;; 그 사진도 집에 있을라나?

암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부산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사상역 근처의 에그타르트집이었다. 여락이들(유튜버)이 리스본 여행에서 에그타르트를 정말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를 나도 먹어보고 싶어져서 검색해 찾아간 곳이었다.
근.데.
내가 여태까지 먹어봤던 에그타르트는 에그타르트가 아니었던 걸까? ㅇ_ㅇ 큰일이다 이제 파리바게트 에그타르트 못 먹을 것 같다. 왜 여락이들이 에그타르트 12개를 앉은자리에서 전부 박살내고 다녔는지 알 것 같다.
다른 집도 가볼까 했지만, 차를 가져간 게 아니기도 하고, 아침에 출발한 게 아니라 이미 시간이 좀 늦고 버스타고 돌아다니느라 너무 피곤할 것 같아 패스! 바로 영도가는 버스를 탔다.
검색해보니 전망대 바로 앞까지도 버스가 다녔지만, 사상역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를 타려다보니 거기까지 가는 버스말고 조금 떨어진 곳(?) '청학주유소'정류장에 내려서 걸어가기로 했는데...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ㅋㅋㅋ 경사가 진짜 미친경사 체감상 y=x그래프 45도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경사길을 걸어 올라가려니 숨이 차서 말도 못하고 힘들어 죽는 줄 알었다. 근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뒤를 돌아보면, 건물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너무 예뻐서 또 힘을 내게 만들더라.

미친 경사.. 그리고 미친 풍경 ㅠㅠ
그치만 다음에 또 간다면 절대로 '(구)해사고'정류장까지 버스타고 갈테다.
아무튼 힘들게 올라간 전망대에서 본 부산항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모습이었다. 날씨가 좋고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햇살이 예뻐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바람이 정말 세차게 불어서, 고어텍스 바람막이조차도 그 바람을 다 막진 못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찬바람이 야경까지 보고 오자고 다짐하고 간 마음을 열번도 더 흔들었지만, 끝끝내 해가 지고 불이 켜지니 꾹 참고 버틴 값보다 훨씬 값진 야경을 보여주었다.
아쉽지 않을만큼 충분히 보고 돌아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만족이 안돼 내려가려다가도 다시 올라와 한 번을 더 보게됐다. 그런 섭섭함을 뒤로하고 카카오 택시를 불러 동네를 내려가는 길에도, 창밖에 계속해서 보이는 야경이 '부산 오길 잘했다'고 백번 쯤 생각하게 했다. 평소 택시기사 아저씨랑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도, '여기 진짜 예쁘네요'하고 먼저 말을 건넬 정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