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05.20. 선물받음
초보 치과의사로서 겪는 임상 상황에는 무섭고 당황스러운 일들이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은 바로 '신경손상'이다. 선배 원장님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거나 세미나에서 강의를 듣다보면 '생각보다 흔해서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한다. 실제로 라이브서저리 세미나에 참여해 사랑니 발치와 임플란트 시술을 직접 진행할 때도 아찔한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그날은 여러가지 단계 중에 첫 단추가 잘 끼워지지 않아 그 뒤의 단계들에서도 약간의 패닉? 같은 상황에 빠지며 실수를 연발하게 됐었던 것 같다.
천성적으로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성격이거나 하다못해 실수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으로 쉽게 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일어나지 않은 일도 사서 걱정하는 타입이라 그런게 잘 안되었던 것 같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지금 당장 해야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나중 일을 생각하다 눈 앞에서 실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나 생각을 좀 줄여야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치과에서는 수술도나 날카로운 날붙이를 사용해 치료해야하는 경우가 워낙 절대적이다보니, 신경 손상에 대한 위험이 언제든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하치조신경과 설신경 손상 두가지는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다 염려하는 부분이 아닐까싶다. 나는 앞서 언급한 패닉상황에 저지른 실수로 제하악 제3대구치 flap incision 중에 blade가 골 위에서 설측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일을 겪었는데, 정말 식은땀이 쫙 흐르며 눈꺼풀이 정수리에 가 붙는듯한 경험이었다. 다행히 문제는 없었지만 며칠을 자책하며 정말 많이 반성하고 그 뒤로 더 많은 신경을 기울이게 되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지금 눈앞의 단계에 집중해야할 때 마음이 너무 앞서 많은 걱정을 하는 것은 정말 나쁜 습관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분명 불의의 사고에 '대비'가 되어 있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 한다. 내가 초보인지라 초보적인 실수 경험담을 적기는 했지만, 분명 아무 잘못 없이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가장 쉬운 예시로는 환자에게 피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해부학적 변이가 있기 때문일 수 있다.
Tough Cases : 1. 신경손상
저자 김영균, 김일형
출판 군자출판사
발매 2021.03.03.
▲이 책의 저자이신 김영균 교수님께서는 머리말에서, '우리 치의학(의학) 분야에서만큼은 "모르면 죄가 된다"가 맞는 것 같다'며, '분명히 치과의사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모든 책임을 지는 일을 막고자 이 책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그러니까 치과의사 자신이 먼저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분명히 잡혀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책에 실린 case2를 읽으면서 든 내 얕은 생각으로는 - 하악동에 임플란트 fixture가 빠지거나 고속rpm으로 너무 깊이 심긴 경우에는 가장 먼저 비침습적으로 해볼 수 있는 제거방법을 사용해보고(물론 잘 안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것이 실패했을 때 무리하게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기보다는 근처 구강외과로 의뢰해 책에 적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치료법이 적혀있기는 하지만 일반 로컬에서 하악 피질골을 따 열어서 하치조신경을 눈으로 확인하고 견인해 제거수술을 한다는 건 그렇게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더 많이 배운 후에는 그런 전문적인 방법을 사용해볼 수 있을 수도 있을까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아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일종의 '메타인지'를 갖게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에 실린 증례 중 대부분은 임플란트 식립 관련 신경손상 증례인데 근관치료나 발치, 매복치 감염으로 인한 신경손상 증례도 있다. 특히 마지막 case24는 장기간에 걸친 환자와의 분쟁 케이스로 환자뿐만 아니라 치과의료진도 심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음이 눈에 선한 증례인데,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만약 환자와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참고할만한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챕터1이 증례위주의 내용이었다면 챕터2부터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삼차신경, 챕터3는 안면신경마비에 관한 이론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져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 한 권을 같이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치과의료과오
저자 김진, 박정훈, 이용환, 강지연, 김선영
출판 대한나래출판사
발매 2014.07.10.
▲ 이 책은 서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지만 현재 치협 홈페이지에서 잘 찾아보면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치과의료정책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연구보고서'탭을 뒤져보면 나온다. 링크를 걸고싶지만 악용될 소지도 있는 것 같아 생략하려한다.
아무튼 치과의료과오 책은 온전히 '판례'에 기초하여 쓰여진 책이다. 법원이 치과의사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환자의 입장과 치과의사의 입장에서 어느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각하는지 짚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리뷰한 책은 임상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 책은 법률적인 내용에 좀 더 가깝기 때문에, 두 권을 모두 살펴본다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
앞으로 Vol.2~11까지 출간예정이라하는데 관심있는 주제가 많아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