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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좋은치과의원 · 앞니 레진 비니어 장인, 소현수 원장입니다.
격전지에 개원하기로 결심하고 생존 전략을 세울 때, 가격으로 경쟁하는 방법 또는 품질으로 경쟁하는 방법, 혹은 가격과 품질 대신 다른 부분에서 우리 사업을 차별화하는 방법 중 나는 품질 경쟁과 차별화를 주로 고민했다. 그런데 만약 차별화로 one and only가 되고자한다면 차별화의 방향성이 과연 시장에서 원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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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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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카이브 열기격전지에 개원하기로 결심하고 생존 전략을 세울 때, 가격으로 경쟁하는 방법 또는 품질으로 경쟁하는 방법, 혹은 가격과 품질 대신 다른 부분에서 우리 사업을 차별화하는 방법 중 나는 품질 경쟁과 차별화를 주로 고민했다. 그런데 만약 차별화로 one and only가 되고자한다면 차별화의 방향성이 과연 시장에서 원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극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환자 의지와 상관 없이 아무 치아나 마음대로 치료하는 오마카세 치과는 시장에 단 하나밖에 없는 차별화 요소가 있을지언정 그런 것을 원하는 소비자는 매우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셋 중 한가지 방법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예를들면 품질 경쟁을 주 전략으로 삼기로 했더라도, 특정 진료는 가격으로 경쟁해볼 수도 있다. 경쟁자를 누구로 상정하느냐에 따라 수가경쟁이 필요한 게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나는 고수가를 지향하지만, 반드시 모든 진료가 고수가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는 적정 수준에서 소비자의 이익과 나의 경영적인 목표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정한 가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나는 '치과의사의 전문성과 긴 시술시간'이 필요한 부분은 그만한 비용을 받기위해 노력한다. 대표적인 시술이 레진 수복 치료이다. 또 내가 직접 시술하는 파우더 스케일링 역시 수가가 꽤 높은 편이다. 둘 다 내 노동력을 직접 투입해야하기 때문에 저렴한 수가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치료 가격을 저렴하게 만들려면 반드시 의사의 시술 시간이 적어야한다. 강남에서 임플란트를 저렴한 수가에 제공하는 것도 '수술 그 자체'이외에 모든 과정을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불법위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는 결과가 좋지 않을때 뒷수습을 의사가 아닌 여러 실장, 그리고 경호원이 맡고 있을 정도.
그러나 예를 들어 '약물 투여'같이 효과의 대부분이 '약물 그 자체'에 의해 결정되는 진료 - 우리치과에서는 이갈이 보톡스 같은 경우 고수가를 유지하기 힘들다. 이런 경우, 수가 경쟁을 피할 수 없는 대신 피부미용 의원에 빼앗긴 수요를 되찾아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이갈이보톡스 분야에서 나의 경쟁상대는 피부미용의원이다. 그러자면 수가 기준도 피부과를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즉 우리가 레진 수복 치료에서 품질 경쟁을 주로 하고 있다면, 이갈이 보톡스에는 그보다 가격경쟁 요소가 많이 끼어들어 있다. 수요-공급 곡선에서 가격 탄력성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제 경험을 통해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것이다.
치과의사들은 희한하게 본인의 전문지식과 노동력이 더 많이 필요한 행위의 수가를 그렇지 않은 치료보다 낮게 책정한다. 아마 기형적인 보험수가 구조에 익숙해져버린 패배주의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그저 이 이상한 가격구조에 대해서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이유가 훨씬 클것이다. 예를 들면 보톡스는 대부분의 치과의사 입장에서 매일 흔히하는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희귀하다고 생각해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환자의 입장에서 보톡스는 수많은 대체재가 존재하는 흔한 상품이다. 반면에 레진수복과 같은 치료는 치과의사가 자신의 전문성과 시간을 온전히 갈아 넣어야만하는 데다 치과 이외의 진료과목에서는 전혀 만나볼 수 없는 독점적 의료서비스인데, 대부분 진료비를 매우 낮게 책정하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발전하고자 하는 욕구는 차단되고 반대로 투입되는 원가를 더욱 더 쥐어짜게된다.
대신 치과의사들은 '임플란트 수가'에만 매우 민감하다. 아무래도 임플란트는 단일 행위 중에서는 단가가 가장 컸던(과거형) 항목이라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그 경쟁을 의사 자신의 전문성과 '상실된 치아를 대체하는 보철물 이식수술'이라는 본질이 아닌 '임플란트 회사의 유명세'에 위임하면서 임플란트 진료 자체를 의료행위가 아닌 '공산품 판매'의 성격으로 전환시켜버린 패착이 크다고 본다. 이러한 경쟁 흐름은 개개인이 거스르기에 너무나도 커서 임플란트 가격 붕괴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표원장이 시술전후의 A to Z를 모두 담당하는 정상적인 구조의 개인 의원에서는 그러한 파괴적인 가격에 임플란트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작은 치과가 임플란트 수가로 경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원장 본인의 전문성이 높은 분야와 노동력 투입 및 스트레스가 많은 쪽의 수가를 높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료 하나하나의 경쟁/비교관계에 있는 수가를 기준으로 치료비를 재구성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예를들어 2급 레진 수복의 비교대상은 인레이일 것이다. 그렇다면 2급 레진 수복 수가 설정은 인레이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실제로 나는 2급 레진 빌드업 수가가 인레이보다 비싸다. 아까 말했듯이, 나의 전문성, 노동력 투입, 진료스트레스가 2급 레진 빌드업에서 더 많기 때문이고 그보다는 환자의 입장에서도 치아 삭제량이 훨씬 적은데다 하루 30분만에 치료가 완료된다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내 앞니 레진의 비교대상은 언제나 라미네이트와 크라운이다. 다른 치과의 레진 가격이 아니라.
실제 경영 지표를 들어 말해보자면, 내가 서초구 평균 일환자 수 대비 절반의 접수 환자수로 서초구 매출 중앙값보다 높은 그로스를 올렸다는 점에서 고수가 운영의 최대 장점이 증명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고정 경비로 계산한다면 올해 경영성과는 준수한 편이다. 그러나 1년간 지출한 마케팅 비용을 얹어서 생각하면 분명한 적자상태인 것도 사실이다. 거기다 대출 상환 금액, 퇴직금 적립액을 더하면.. 슬프니까 그만 얘기해야지. 아무튼 요점은 내가 임플란트 외 진료에서 수가를 높이고 퀄리티 경쟁을 하는 것이 점빵치과에 분명한 생존 경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저수가 콘셉트로 바꾼다고 내원 인원이 늘어날까? 그럼 같은 내원 인원에 저수가였으면 매출이 저렇게 나왔을까? 결국 점빵은 대형 덤핑이 할 수 없는 부분에서 싸워야 한다. 그건 원장의 시간이 소모되는 작업에서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대덤이 목숨 걸고 방어하는 경기장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

초격전지인 강남 구도심에 신규개원하고 가장 어려운 점은 임대료가 아니라 마케팅 비용이 무한정 증가한다는 점이다. 효과를 측정하기 힘든 마케팅에 계속해서 돈을 쓰게되는데, 그 비용이 정말로 어마어마하다. 그 말은, 웬만해선 광고 끗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남역 주변 치과에서 환자 한명을 후킹해 데려오는 데에 필요한 광고비는 1인당 30~6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보다 저렴한 진료를 받게 하면 적자라는 말이다. 그래서 일단 저렴한 가격으로 후킹해 내원시키고, 여러가지 추가비용을 붙이거나 필요하지 않은 치료를 권해 결제액을 높이는 수법을 쓴다. 그런데 나는 일단 그런 광고비 지출을 할 여력도 없고, 가격으로 후킹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광고 수법의 효율이 크지 않다고 느꼈다. 물론 마케팅 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데에는 경기가 너무 나빠진 것도 한몫했지만. 2025년에는 마케팅 비용을 더 감축하자고 목표를 세워보았다.
내가 구도심 격전지에 신규개원을 해보니, 확실히 인수매물이 가진 '구환'이라는 것은 엄청난 자산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개원해서 처음부터 수익을 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쌩으로 비용을 쓰는 마케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매우매우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서울 개원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첫번째로 인수개원을 추천할 것이다. 근데 나도 앞으로 구환이 쌓이면 일환자 수가 늘어날 것이고 그러다보면 지금보다 객단가가 떨어지면서 일환수가 2배가 되어도 매출이 2배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제 앞으로 그때를 대비해야겠다.
재주좋은치과는 투명층을 살린 앞니 레진 치료를 주력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니쉬'의 정반대쪽에 있는 치과인데, 어떤 면에서는 '플란, 석플란트'의 정반대쪽에도 있으려고 한다. 내가 개원 과정에서 작성한 많은 일기 중에 "개원 준비 노트 4. 차별화, 선택과 집중" 편 도입부에서 말했던 것처럼 대형+덤핑+365로 대변되는 요즘 개원 트렌드와 정반대의 선택을 한 이유는 바로 레진 보존수복과 심미치료-재치료를 높은 퀄리티로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접착 원칙을 지키는 Biomimetic 콘셉트를 고수하며 레진 치료의 질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하루 환자가 수십명 이상 많이 오는 건 불리한 면이 있다. 진료 하나하나 당 의사의 피로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부티크 치과를 만들었다.
그러나 나의 계획과 경영 성과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높은 매출이 요구된다는 점을 나도 알고 있다. 나도 지금보다 매출이 늘어나기를 원한다. 그저 강남에서 살아남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성과를 내야한다. 현재 객단가를 유지하며 일환자수가 평균만큼 와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렇게되면 후배들도 가치 있는 진료 수가를 높이는 일에 주저하지 않게될 거라고 순진한 생각을 해본다. 나 또한 선배 원장님이 그렇게 하시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은 것이니까 말이다. 분명 롤모델이 있으면 힘든 시기를 지날 버팀목이 된다.
개원가는 확실히 빠른 속도로 침몰하는 중이지만, 와중에도 배를 살려보고자 노력하는 작은 움직임이 있다. ‘거기는 강남이니까 그게 되지’라는 말에는, ‘외대’라고 대답할 수 있고, ‘그분은 구환 소개가 있으니까 그게 되지’라는 말에는 누군가 재좋치로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직은 아닌 것 같지만..ㅠ 그래도 강남에서 빨간날 다 쉬고, 야간진료 없이 맨땅에 신규 개원 하면서 느리게나마 처음 개원할 때 내가 의도한 대로 일이 되고는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모쪼록 우리 모두가 '안 될 이유' 대신에 '되는 이유'를 찾아 나갔으면 좋겠다.
진짜 일단은 앞니 레진 분야에서 해자를 더 공고히 하는 데에 집중해야겠다. 내가 영국에서 들은 바로는, 내가 하고 있는 수준의 레진 치료를 영국 로컬 클리닉에서는 500파운드(현재 약 95만원), 포세린 비니어는 800파운드(현재 약 150만원)씩 받는다고 하는데, 그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한국 수준이 결코 영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우리도 얼마든지 그정도 비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apa는 비니어 하나에 4000~6000달러를 받는다.. 최소 600만원)
아무튼 2025년이 왔고, 올해는 앞니 레진 실력을 더 갈고 닦는 한편으로 우리 클리닉을 '알짜'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