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택의 대가(代價[대ː까])
환자들은 대부분 '큰 병원'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조차도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큰 병원을 먼저 찾게 되더라고요. 아내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 중간에 고위험산모로 바뀌고서는 분만하러 아산병원에 가야하는지 삼성병원에 가야하는지 강남세브란스로 갈지 가까운 대학병원먼저 찾아본 기억이 납니다. 의료인인 저조차도 그런데, 환자분들이야 당연히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겠죠. 같은 전공 원장님들이야 그게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면 큰 병원을 차리면 되지 않느냐? 맞습니다. 그래서 신규개원하는 치과들의 평균 규모가 급격히 증가해왔죠. 그런데 원장님들은 다들 아실 겁니다. 규모가 커질 수록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잖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규모가 크면 환자를 많이 봐야하고, 그만큼 원장의 체어타임을 잡아먹는 것들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짜야하는 압박이 생깁니다. 진료 퀄리티를 희생하는 병원들도 있고, 진료를 비의료인에게 위임하면서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병원들도 있죠.
그런데 심미치료에는 변수가 많습니다. 예약을 1시간 잡아놨는데 진료는 2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런 일이 일반 치과보다는 자주 있다는 말입니다. 일반 치과에서는 어떤가요? 30분 예약 차트에 환자 2명이 들어가는 것이 흔한 일이죠. 일반적인 보험 중심 진료에서는 30분 단위 예약에 환자 두 분 정도가 배정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진료 내용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많은 환자(예를 들면 4명)를 동시에 보기도 합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시스템이 원장을 대신해야 합니다. 여기서 '시스템'은 원장을 제외한 직원들이 담당하는 업무를 말하는 것이죠. 누구나 일정한 수준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프로토콜을 만들고, 원장이 직접 해야하는 일을 최소화합니다. 그래야 많은 환자를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심미치료는 조금 다릅니다. 사진을 다시 찍고, 쉐이드를 다시 맞추고, 라인 앵글을 조금 수정하는 판단까지도 원장의 몫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심미치료는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과는 어느 정도 긴장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의 개원은
돈을 많이 버는 방식은 아닙니다.
원장 개인의 시간과 판단이 병원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되기 때문에, 규모를 키워 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확대하는 데에는 자연스러운 한계가 생깁니다. 다시 말해, 심미치과는 원장의 시간을 레버리지하는 사업이라기보다, 원장의 시간을 최대한 가치 있게 사용하는 예술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시간의 가치'란 '시간 당 수익'이 아니라, '치료의 예술성' 혹은 '환자가 느끼는 가치'를 말하는 겁니다. 그 둘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죠. 치과도 사업인 이상 개원했으면 반드시 수익을 추구해야합니다. 그 방향이 시간 당 수익을 좇는 '효율성'의 방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은, 그보다는 '환자에게 더 큰 가치를 주는' 방향에 더 무게중심을 둬야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이 '심미치과'라는 것이 원장님들께서 흔히 생각하시는 '라미네이트 병원'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아실 것 같습니다. Aesthetic과 Cosmetic은 분명한 차이가 있죠. 제가 말하는 '심미'라는 것은 'Cosmetic'과는 결이 다릅니다. cosmetic veneer는 전통적인 Aesthetic보다 효율 추구가 가능하고 시스템화 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게 치료하고 있는 병원들도 이미 꽤 많고요.
그래서 제가 지금 하는 말들은 그저 '심미치과'에만 한정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저 어느 분야에서든 장인정신을 추구하는 원장님들의 개인 치과에는 다 알맞은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개원할 때, 치과의 방향성을 고민하면서
치과는 분명한 2가지 길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업가의 길과
예술가(장인)의 길.
둘 사이에 어정쩡하게 걸쳐있는 원장님들이 가장 많으시겠지만, 그러나 만약 심미치과라고 한다면은 그 둘 중에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성을 추구한다면 그 길로 가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예술성을 추구한다면 장인의 길을 가는 것이 옳겠죠. 서로 비난한 일도 아닙니다. 완전히 다른 길인 걸요. 다만 장인의 길을 선택한다면 항상 수익성이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다른 치과의 매출과 비교되는 포모가 바로 선택의 대가인 것이죠. 그 유혹을 뿌리치고 '가치'를 재정립하고, 그것을 실제 환자에게 전달하면서 그 노력을 수가에 녹여내는 방향을 추구해야합니다.


신경치료 진단 받은 치아를 생체모방 접착수복으로 살려주시는 원장님들이 요즘 많아졌지만, 레진빌드업이라는 치료가 그저 치아 모양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아요. 왼쪽은 SFRC(everX)로 덴틴 올려놓은 것이고, 오른쪽은 그 위에 에나멜 레이어를 Grandio레진으로 만들어 준 겁니다.

UHMWPE 깔아준 방사선 투과상 층도 관찰됩니다.
이 케이스는 O cavity 증례라 그나마 쉬운편이었지만, 이런 치료를 루틴하게 하는 것 만으로도 이미 장인의 길에 발을 올리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