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라는 단어를 들으면 유전, 스트레스, 호르몬 같은 말들이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그런데 탈모가 면역세포의 성격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의사로서 수많은 탈모 환자들을 만나면서 늘 반복되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왜 이런 탈모가 오는 걸까?" 특히 원형탈모 환자에서 흔히 '스트레스'라는 단어로 그 현상을 설명해왔습니다.
그러나 임상에서 접하는 실제 환자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원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없어도 발현되는 경우 치료 반응이 극단적으로 다른 경우 등 기존 이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례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그런 의문 속에서 최근 접하게 된 연구가 바로 삼성서울병원과 싱가포르 유전체연구소, 일본 RIKEN 등 아시아 5개국 연구팀이 협업한 '아시아 면역다양성 지도(AIDA)' 프로젝트였습니다.
연구진은 한국, 일본, 인도,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7개 집단의 건강한 성인 619명의 혈액에서 무려 126만 개의 면역세포를 단일세포 수준에서 분석했습니다.
이 방대한 데이터에서 밝혀진 놀라운 사실 하나 한국인은 면역 조절 기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절 T세포(regulatory T-cell)'의 비율이 가장 낮다는 것입니다.
조절 T세포는 면역 시스템에서 마치 자동차의 브레이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세포가 적절히 작동해야 과잉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우리 몸이 스스로를 공격하지 않게 막아줍니다.
그런데 이 브레이크가 약하면 면역세포는 본인의 조직 대표적으로 모낭을 외부 침입자로 착각하고 공격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원형탈모의 본질입니다.면역 시스템의 혼란이 탈모라는 형태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이를 정량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입니다.
기존에는 '자가면역적 성향이 있다'는 추측만 있었던 한국인의 면역 체질이
이제는 과학적 데이터로 명확하게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는 원형탈모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루푸스, 건선,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이 한국인에게 비교적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유 역시 이 면역 프로파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조절 T세포의 결핍은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의 공통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치료 반응의 차이입니다.
연구진은 단순한 세포 분포만이 아니라 세포 기능성까지 들여다보며
한국인처럼 조절 T세포가 적은 인구군은 특정 면역억제제나 면역항암제에 대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는 기존의 글로벌 신약 임상시험이 주로 서구 백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아시아인을 위한 맞춤형 의학의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실제 진료에서도 동일한 약을 쓰더라도 반응이 다르고 같은 증상을 보여도 예후가 제각각입니다.
이번 연구는 그 궁금증에 대해 일부 해답을 준 셈입니다.
이제 진료실에서 원형탈모를 마주할 때 환자에게 '면역세포 조절 능력'이라는 개념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심리적 원인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물학적 이해 위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을 모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번 데이터를 '아시아 면역다양성 지도'라는 이름으로 정리하며 오픈 데이터베이스로 공개했습니다.
이 데이터는 탈모뿐 아니라 각종 자가면역질환, 백신 반응, 암 면역치료제 반응 등 다양한 분야의 기초 연구 자료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아시아인의 유전체와 면역세포 특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최초의 대규모 자료라는 점에서 국제 의학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탈모를 볼 때 이제 면역세포와 유전 정보까지 고려한 보다 통합적이고 맞춤형의 접근이 필요하겠습니다.


이제는 헤어hair날 시간, 김진오였습니다.
필생신모(必生新毛).
참고문헌
Kock, K.H., Tan, L.M., Han, K.Y., et al. (2025). Asian diversity in human immune cells. Cell, 188, 1–19. https://doi.org/10.1016/j.cell.2025.02.017
[본 게시물은 의료법 56조 1항에 따라 정보전달을 위해 성형외과 전문의가 직접 작성하고 있습니다. 탈모수술과 치료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