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대학원 연구소 앞.
차에 실어 온 연구 장비들을 하나씩 옮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경비 아저씨 한 분이 다가오더니 다소 거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아저씨, 여기 차 빼요!”
“아, 금방 옮기고 바로 뺄게요. 주차한 건 아니고 짐 내려야 해서요.”
“아, 참. 여기 주차하면 안 된다니까요. 얼른 빼요!”
“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일찍 와서 장비 내리는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이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빨리 빼라니까요!”
말투도, 태도도 무례했지만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친 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 유튜브에서 본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님의 말이었죠.

출처 - 김승우 WIN 유튜브
'화를 내는 사람이 지는 사람.'
생각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순간 감정이 올라온다 해도, 감정적으로 대응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진 않죠.
오히려 서로의 기분만 상하고, 하루를 망치기 딱 좋습니다.
결국 저는, 짐을 얼른 다 내리고 차를 뺐습니다.
그리고 연구소를 나서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뇌었습니다.
“그래, 잘 참았다. 덕분에 내 하루는 무사하다.”
왜 누군가는 쉽게 화를 낼까?
경비 아저씨는 왜 그리 짜증을 냈을까?
그 상황이 자주 반복되는 피로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그날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었을 수도 있겠죠.
확실한 건, 누군가를 향해 짜증을 낸다고 해서
그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문득 떠오른 책 제목이 있습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조만간 서점에 가게 되면 꼭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익명성 뒤에 숨어 있는 말들

직접 받았던 유튜브의 악플들
유튜브와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종종 악플을 마주하게 됩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그래도 신원이 드러날 여지가 있어서인지 비교적 조용한 편인데,
유튜브는 익명성 때문인지 말의 수위가 꽤 높은 경우도 많습니다.
처음엔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날카롭게 비난할 때 그 충격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 댓글을 보면,
“그래서 연예인들이 악플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구나” 싶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점을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악플도 관심이다.”
이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추스르곤 했습니다.
악플보다는 무플이 더 서글플 수 있으니까요.
악플에 정중하게 답하는 이유
요즘은 악플이 달려도 지우지 않고, 예의를 갖춰 답변을 남기려 합니다.
때로는 위트를 섞어서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댓글을 남긴 사람이 스스로 민망함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
제 글을 보는 제3자가 누가 더 무례했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출처 - 유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재석 님이 한 말이 떠오릅니다.
“악플은 절대 관심이 아니다. 악플보다 무플이 낫다.”
생각해보니 참 맞는 말입니다.
악플은 결국 나를 소모시킵니다.
감정적인 에너지를 뺏기고, 기분만 상하죠.
정말 아무 쓸모없는 소비입니다.
오해는 말로 풀 수 있다
한 번은 진료를 받으셨던 환자분이 유튜브 댓글로 저를 비난한 적이 있었습니다.
특정한 대화를 언급하셔서, 누군지 금세 알 수 있었죠.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겠다 싶어 조심스럽게 연락을 드렸고,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 오해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도 많이 당황하셨고, 대화 후엔 연신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하면, 감정도 오해도 풀 수 있다는 것.
댓글 속 말투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
감정보다 중요한 건 내 하루
감정이 올라올 때, 한 걸음 물러서 보는 습관.
익명성에 기대 쓰여진 말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
결국, 이런 태도 하나하나가 내 하루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화내면 기분이 나아질까요?
아니요. 상처만 남습니다.
“화내면 지는 거다.”
잊지 말아야 할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