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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약, 왜 아직도 같은 걸 쓰냐고요?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원 · 김진오의 뉴헤어 프로젝트 · 2025년 5월 20일

"앉으시고요, 거울 한 번 보실게요." 진료실에서 자주 건네는 말로 상담이 시작됐습니다. ​ ​ 환자분은 10년 넘게 탈모로 고민해 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약은 내키지 않고, 병원에 자주 오기도 어렵다고 하셨죠. 게다가 최근에는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이라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탈모약을 한 달 정도...

"앉으시고요, 거울 한 번 보실게요."

진료실에서 자주 건네는 말로 상담이 시작됐습니다.

환자분은 10년 넘게 탈모로 고민해 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약은 내키지 않고, 병원에 자주 오기도 어렵다고 하셨죠.

게다가 최근에는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이라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탈모약을 한 달 정도 복용한 적이 있지만 금세 중단했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다시 약을 복용해보시길 권유드렸습니다.

탈모약, 왜 아직도 같은 걸 쓰냐고요? 관련 이미지 1

그러자 환자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거 10년 전에 먹었던 거랑 똑같은 약이네요.

아직도 똑같이 처방하신다니... 진짜 탈모 치료는 진전이 없나 보네요.”

체념 섞인 말투, 씁쓸한 미소.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학창 시절 보았던 신문 한 구석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암 정복, 멀지 않았다.’​

세상이 곧 바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쉰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그 말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탈모도 마찬가지입니다.

탈모약, 왜 아직도 같은 걸 쓰냐고요? 관련 이미지 2

하지만 ‘발전이 없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암 치료가 분명 진보해왔듯, 탈모 치료 역시 꾸준히 전진해왔습니다.

모발이식 기술은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절개 없는 이식이 가능해졌습니다.

모낭주사, 자가세포 치료, 저출력 레이저, 바르는 피나스테리드 제형까지 등장했죠.

다만 환자 입장에서 느끼기엔, 여전히 ‘그게 그거’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한 번에 해결되는 치료’는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자가세포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만능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효과는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 유지됩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결국 약물 치료나 다른 방법들과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여전히 ‘한 방’을 기대하십니다.

“약은 좀 부담스러워요. 부작용도 걱정되고요.”

이런 말씀을 들으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저도 탈모약 20년째 복용하고 있습니다. 매일 한 알씩요.”

크게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탈모와 함께 오래 지내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선택이 필요합니다.

며칠 전 다른 환자분은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선생님, 영화 보면 주인공은 항상 머리숱이 많고, 조연은 머리가 없잖아요.”

웃음이 났지만, 동시에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 안에는 사회가 가진 시선과 개인적인 상처가 녹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머리카락은 외모의 중요한 상징이고, 탈모는 가능한 한 숨기고 싶은 약점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치료를 시작하는 데에도, 결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진료실에서 오가는 이런 대화들은 저에게 작은 기록이 됩니다.

탈모 치료는 암처럼 드라마틱한 돌파구는 없지만, 기술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급진전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이 그러했고, 인공지능도 그랬죠.

언젠가는 모낭 복제 기술이 상용화되는 날도 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은 아직 아닙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치료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사이에도 탈모는 진행되고, 환자분들은 지치기 쉽습니다.

저 역시 같은 설명을 반복하며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이야기합니다.

탈모는 아직 정복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치료는 분명 진화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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