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항상 나오는 그 놈의 DHT.
무슨 택배 회사 이름 같기도 하고 참치에 들어있는 성분 이름 같기도 한
이 성분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의 약자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분으로 남성 호르몬의 대표 주자인 테스토스테론이 5α-환원효소에 의해 변환되어 생성되는 강력한 안드로겐 호르몬입니다.
이 호르몬은 체모 성장, 성기 발달, 전립선 기능 등 남성의 성적 특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DHT는 두피 모낭에 작용하여 탈모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신체에 존재하는 성분인데 누구는 이 성분 때문에 탈모가 나타나고또 누구는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요?
위의 유튜브 댓글처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DHT 자체가 탈모를 직접적으로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모낭이 DHT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민감도는 주로 안드로겐 호르몬이 세포에 가서 붙을 때 필요한 안드로겐 수용체(androgen receptor)의 유전적 특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DHT가 모낭의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할 때 민감도가 높은 경우 탈모를 촉진하는 신호가 더 활발하게 전달되며 모낭이 점차 축소되고 머리카락이 얇아집니다.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의 에서 염기서열 CAG 반복 수는 수용체 민감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CAG 반복 수가 짧을수록 수용체의 활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DHT에 대한 반응성도 높아집니다.
이러한 유전적 차이는 개인마다 DHT에 대한 반응성을 다르게 만들며 탈모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좌우합니다.
또한 두피의 모든 부위가 DHT에 동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후두부와 측두부의 모낭은 DHT에 비교적 둔감한 반면 전두부와 정수리 부위의 모낭은 민감하게 반응하여 탈모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모발이식에서 '후두부 모낭'을 공여부로 삼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에 제가 쓴 글에서 태생적으로 앞머리와 뒷머리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고 말씀드린 적도 있죠.
뒷머리는 중배엽 태생, 앞머리는 외배엽 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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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렵죠. 그래서 환자분들께 실제 진료 때 쉽게 비유로 설명드리는 법이 있습니다.
햇빛과 피부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햇빛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비추지만 어떤 사람은 쉽게 화상을 입고 어떤 사람은 전혀 문제 없이 견딥니다.
심지어 드라큐라는 햇빛에 노출되면 타서 사라지죠.
마찬가지로 DHT는 모두에게 존재하지만 모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탈모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DHT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모낭의 민감도입니다.
유전적 요인에 따라 DHT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진 사람은 탈모가 진행되기 쉽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같은 수준의 DHT에도 탈모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탈모 치료와 예방은 단순히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것을 넘어서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모낭의 민감도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헤어hair날 시간, 김진오였습니다.
필생신모(必生新毛).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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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waya, M.E., & Price, V.H. (1997). Different levels of 5α-reductase type I and II, aromatase, and androgen receptor in hair follicles of women and men with androgenetic alopecia.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109(3), 296–300.
-
Hillmer, A.M., Hanneken, S., Ritzmann, S., Becker, T., Freudenberg, J., Brockschmidt, F.F., ... & Nöthen, M.M. (2005). Genetic variation in the human androgen receptor gene is the major determinant of common early-onset androgenetic alopecia.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77(1), 140–148.
[본 게시물은 의료법 56조 1항에 따라 정보전달을 위해 성형외과 전문의가 직접 작성하고 있습니다. 탈모수술과 치료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