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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은 진실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원 · 김진오의 뉴헤어 프로젝트 · 2025년 7월 3일

제 진료실 한구석에는 작은 선인장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진료를 기다리며 무심히 지나치는 그 자리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이 선인장은 이름도 없고, 존재감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게 이 선인장은 유튜브를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선인장처럼 스스로 자라나고,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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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진료실 한구석에는 작은 선인장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진료를 기다리며 무심히 지나치는 그 자리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이 선인장은 이름도 없고, 존재감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게 이 선인장은 유튜브를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선인장처럼 스스로 자라나고, 어느새 진료실의 일부가 되어버린 존재감이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진료가 끝나고 잠깐의 틈이 생기면, 저도 모르게 손가락이 유튜브 아이콘을 누릅니다. 무의식적으로 추천 영상들을 따라가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알고리즘의 정원’ 속을 헤매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얼마 전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저를 ‘강아지 영상 중독자’로 분류했는지, 강아지 콘텐츠의 늪에 빠졌던 적도 있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몇 개의 영상을 본 것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제 유튜브 메인 화면은 온통 강아지 영상으로 채워졌고, 다른 콘텐츠는 점점 자취를 감췄습니다.

결국 아내가 “강아지가 그렇게 좋아?”라고 묻고서야, 제가 유튜브 안에서 얼마나 달라진 존재가 되어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현실 속의 저는 그렇지 않지만, 알고리즘 속의 저는 이미 ‘강아지 광신도’가 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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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적부터 어떤 주제든 파고들기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엔 공룡 박사, 중학교 때는 만화책 수집가였고, 대학 시절에는 모발의 매력에 빠져 결국 의사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탈모치료 의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은 전문 분야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알고리즘의 세계에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자주 체감합니다.

조금의 관심만 보여도 알고리즘은 즉시 저를 특정 카테고리로 밀어 넣고,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신문을 통해 세상을 읽었습니다.

조중동 같은 거대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가 마치 진리처럼 여겨지던 시대였지요.

이후에는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이 그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된 뉴스가 곧 진실처럼 여겨졌고, 클릭 수는 곧 관심과 신뢰의 지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유튜브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이 사람들을 점점 더 좁은 정보의 섬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친구와 정치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너무 다른 견해에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친구는 “아니, 이런 얘기 못 들어봤어? 유튜브에만 들어가도 다 나오던데?”라며 진심으로 의아해했지만, 저는 그런 영상이나 의견을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완전히 다른 알고리즘의 우주에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서로의 생각을 존중할 수 있는 사이였기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정치적 차이가 곧 개인적인 갈등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입니다.

이미 챗GPT 같은 인공지능은 초개인화된 검색 결과와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그 정확도와 편리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는 사고가 점점 편협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확증 편향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 환자분과의 상담에서 이 문제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유튜브에서 탈모 관련 영상을 수도 없이 보셨지만, 오히려 잘못된 정보에 휘둘려 혼란을 겪고 계셨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제공한 대부분의 콘텐츠는 극단적인 해결책이나 근거 없는 주장들이었고, 결국 진료실에서 하나하나 오해를 풀어드려야 했습니다.

상담이 끝난 후, 그분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돌아가셨습니다.

이 일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우리가 ‘좋아할 법한 이야기’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세상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을 만족시켜줄 수는 있어도,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식적으로 저와 전혀 다른 의견을 찾아보려 노력합니다.

낯설고 불편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제 생각이 늘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겸허함을 배우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입니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머물지 않고, 스스로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찾아 귀를 여는 것입니다.

내 생각과 다른 세계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

조화를 이루되 같지 않음을 뜻하는 이 말처럼,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평화롭게 공존하는 태도.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