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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진실을 밝히는 과학 – 전 국과수 원장 정희선 교수님 강의 후기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원 · 김진오의 뉴헤어 프로젝트 · 2025년 7월 8일

과학이라는 이름의 이야기들 강의실은 평범했지만, 그날 그곳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2025년 6월 5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최고위과정의 수업, 연단에 선 사람은 정희선 성균관대 석좌교수님. “마약 전반에 대하여”라는 다소 건조한 제목과 달리, 강의는 사람의 온기와 긴장감이 뒤섞인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과학이...

과학이라는 이름의 이야기들

강의실은 평범했지만, 그날 그곳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2025년 6월 5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최고위과정의 수업, 연단에 선 사람은 정희선 성균관대 석좌교수님.

“마약 전반에 대하여”라는 다소 건조한 제목과 달리, 강의는 사람의 온기와 긴장감이 뒤섞인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과학이 사람을 향해 얼마나 다정하고도 단단한 태도를 가질 수 있는지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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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님의 국과수 소장 부임 첫날부터 이미 ‘드라마’였다.

부임식이 끝나기도 전에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의 부검 요청이 들어왔고,

그날 밤 부검은 시작됐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국과수는 더 이상 뉴스 속 낯선 기관이 아니었다.

사회의 마지막 진실이 모이는 곳, 누군가의 억울함이 처음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았다.

드라마 ‘CSI’나 ‘싸인’과 같은 작품에서 그려진 이미지와 현실의 간극도 말씀해주셨다.

미드 CSI에서는 한 명의 수사관이 증거 채집, 분석, 해결까지 모든 것을 해결하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라고. 극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대신, 실제 현장에서는 증거 수집은 경찰, 분석은 국과수, 수사는 경찰이나 검찰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한다.

드라마 '싸인' 방영 중 검찰과 대립하는 국과수 내용을 보고 국과수로 “검찰에 지지 말라”는 전화가 쏟아졌다는 에피소드는, 현실과 허구 사이의 어긋난 기대를 슬며시 웃으며 보여주었다.

정 교수님는 “말하지 못하는 몸의 억울함을 푸는 것이 과학수사”라고 했다.

말 그대로, 시신이 남긴 흔적은 마지막 목소리다.

외상이 없어 보이는 시신에서 기도 점막의 미세한 울혈을 통해 질식사를 밝혀낸 사례는, 과학이 얼마나 섬세하고 치밀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것을 보는 사람의 감각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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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는 말이 없지만,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 정 교수님의 말이다.

뼈만 보고도 성별, 나이, 병력까지 파악해낸다. 한국전쟁 실종자 유해를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으로 식별해낸 일화는, 과학이 기억을 복원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잊힌 존재를 다시 불러내는 일, 과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애도이자 정의였다.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속 독극물 증상을 기억한 간호사가 환아의 탈륨 중독을 진단하고, 그 생명을 구해낸 실제 사례.

픽션이 현실을 살렸다. 크리스티는 실제 약사였고, 그녀의 작품엔 과학적 정밀함이 녹아 있었다.

문학이 현실을 비추는 방식, 그리고 상상력이 어떻게 과학과 손을 잡을 수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했다.

셜록 홈즈의 실제 모델은 에든버러 의과대학의 조셉 벨 교수였다.

그는 환자의 걸음걸이, 손톱, 옷깃을 보고 직업과 병력을 유추했다.

정 교수는 “의사는 최고의 과학수사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수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의학의 감각과, 범인을 좇는 과학수사의 추론은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서래마을 유아 시신 사건은, 인간과 과학, 윤리의 교차점에 대해 말해주는 사건이었다.

두 아이는 살아서 태어났고, 질식사했다.

국과수의 유전자 분석 결과는 프랑스 세 기관과 일치했고, 프랑스 언론은 한국 국과수에 공식 사과를 전했다.

과학은 기술이 아니라, 존중의 언어로 작동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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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선 교수님의 강의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었고, 과학수사의 윤리적 가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담은 가슴 따뜻한 내용이었다.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이라는 국과수의 슬로건이 강의를 듣고 나니 단순한 구호가 아닌 마음으로 와닿는 문구가 되버렸다.

국과수가 왜 ‘국가의 마지막 정의 실현 기관’이라 불리는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