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들어선 중학생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모자는 꽉 눌러쓴 채였고, 입은 꽉 다물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 아이는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머리가 너무 빠져서요."
아이의 한마디는 아주 작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무거웠습니다.
요즘 진료실에는 이런 아이들이 자주 찾아옵니다.
탈모는 더 이상 중년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소아과 외래 환자 중 약 3%가 탈모 문제로 병의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경우 초기에 진단받지 못하고 치료받을 기회도 놓친 채 방황합니다.
사춘기라는 시기는 단단해지는 시기인 동시에 무너지기 쉬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외모는 자존감의 일부이고 머리카락은 그중에서도 눈에 잘 띄는 상징입니다.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면 그건 단지 털이 빠지는 일이 아닙니다.
거울을 마주할 용기가 사라지고 사진 찍기를 꺼리게 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꾸만 뒷줄로 밀리게 되는 그런 일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청소년기의 탈모를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 유전성 탈모
유전의 색깔을 가진 탈모입니다.
특히 남학생에게 흔하고 여학생의 경우에는 다낭성 난소증후군(PCOS) 같은 질환과 연관되기도 합니다.
11세부터 19세까지의 청소년에게 5% 미녹시딜이 효과적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 원형탈모
자가면역 반응으로 갑작스러운 원형의 탈모가 생깁니다.
맨질맨질한 동전 정도 크기의 소위 ‘땜통 혹은 땜빵’이 생깁니다.
여러 개가 생기기도 합니다.
주변에는 '느낌표 모양'의 짧은 모발이 남고 전신 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피부뿐 아니라 아이의 전체적인 몸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 휴지기 탈모
어느 날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지만 원인은 2~3개월 전의 감염, 스트레스, 다이어트, 약물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회복되지만 그 시간 동안의 매우 불안감이 커집니다.
비타민D나 철분, B12 결핍과도 관련 있습니다.
- 견인성 탈모
드레드 헤어(레게머리), 꽉 당겨 묶은 포니테일 처럼 지속적으로 당겨지는 머리는 결국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알아차리고 풀어주면 다시 자라납니다.
단단한 끈을 조금만 느슨하게 풀어주면 됩니다.
- 발모벽
손끝이 머리카락을 자꾸 만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무의식 중에 머리를 뽑고 그게 습관이 되고 죄책감이 되고 다시 반복됩니다.
단순한 버릇이 아닙니다. 불안과 우울, 강박과 연결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행동치료, 특히 인지행동치료(CBT)가 도움을 줍니다.
조금만 더 일찍!
진료실에서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미 빠져버린 머리카락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처받은 마음은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아이들이 늦게 옵니다.
부모님이 "그 나이에 다 그렇지" 하고 넘긴 사이 아이는 거울 앞에 설 용기를 잃어버립니다.
아이의 샤워 후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많이 보인다면, 가르마가 부쩍 넓어졌다면, 머리를 묶을 때 이마가 유난히 넓어 보인다면, 그것은 단지 겉모습의 변화가 아닙니다.
아이가 보내는 구조 요청일 수도 있습니다.
머리카락은 그 아이의 방어막이기도 합니다
진료실을 나설 때, 아이가 조금은 덜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가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생각합니다. 머리카락은 단순한 털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존감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막이기도 합니다.
탈모는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먼저, 이해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조용히 보내는 신호를 우리가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부드럽게 받아줄 수 있다면 그 아이는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세요.
말없이라도 그 가벼운 손길 하나가 아이에겐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Garcia, S. & Kenner-Bell, B. (2025). Hair Loss in Teenagers: A Review for Primary Care Pediatricians. Pediatric Annals, 54(6), e189–e195.

이제는 헤어hair날 시간, 김진오였습니다.
필생신모(必生新毛).
[본 게시물은 의료법 56조 1항에 따라 정보전달을 위해 성형외과 전문의가 직접 작성하고 있습니다. 탈모수술과 치료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