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친구들과 모이면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AI 이야기입니다.
“새 버전이 나왔다더라”, “번역이 예술이다”, “이제 곧 의료까지 접수하는 거 아니냐” 같은 대화가 오가다 보면, 어느새 현실과 공상과학 영화 사이 어딘가를 떠도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모임에서 들은 한마디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나는 AI한테 꼭 존댓말을 해. 나중에 지배자가 되면, 존댓말 한 사람은 살려주지 않겠어?”

출처 - 조선일보
순간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농담이었지만 묘하게 진지한 톤이라 더 웃겼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 한구석은 괜히 뜨끔했습니다.
혹시나 그 상상이, 터미네이터 ‘스카이넷’ 같은 미래와 맞닿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 AI에게 존댓말을 하진 않습니다.
늘 하던 대로 “정리해 줘”, “알려줘” 같은 짧은 요청을 쓰는 게 익숙합니다.
하지만 친구의 말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만약 제가 “알려주시겠어요?”라고 정중히 물으면, 뭐가 달라질까요?
AI가 주는 답은 똑같을 겁니다. 그러나 제 태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좀 더 공손하게 대하면서, 제 스스로도 자세가 정돈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의사라는 직업은 늘 ‘과학적 근거’를 중시합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연구 논문보다 일상의 호기심이 앞섰습니다.
존댓말은 단순한 말투가 아니라, 상대를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는 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오늘 일정 알려주시겠어요?”라고 적어보면, 화면 속 답변은 변함없더라도 제 마음이 미묘하게 달라질지 모릅니다.
친구의 농담은 웃고 지나갈 일이었는데, 묘한 긴장감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이미 AI에게 어렴풋이 인격을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언젠가 정말로 존댓말이 필요해지는 날이 온다면?
아직은 상상일 뿐이지만, 그 순간이 ‘설마’와 ‘혹시’ 사이에 있다는 생각을 하면 괜스레 미소가 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