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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월급의 절반이 보험료? 한국 의료의 불편한 진실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원 · 김진오의 뉴헤어 프로젝트 · 2025년 9월 6일

며칠 전 대한의사협회에서 주최한 의료정책 최고위 과정 강의에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주제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통계와 그래프가 빼곡한 강의였지만, 결국은 아주 단순한 질문으로 귀결되었습니다. ​ “이 구조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 것인가?” ​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

며칠 전 대한의사협회에서 주최한 의료정책 최고위 과정 강의에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주제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통계와 그래프가 빼곡한 강의였지만, 결국은 아주 단순한 질문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이 구조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 것인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게 오래 사는 나라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곧 세계 1위의 건강수명을 기록할 거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가 숨어 있습니다. 의료비 지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고, 건강보험·장기 요양 보험·연금이 동시에 커지면서 지금 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계산대로라면 2060년쯤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사회보험에 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교수님은 “정책의 신이 와도 버티기 어렵다"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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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의 핵심은

“혜택을 나누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모든 사람에게 조금씩 혜택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병이 가볍든 무겁든, 꼭 필요한 치료든 선택적인 검사든, 모두가 비슷하게 건강보험의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게 하기 어려운 시대가 옵니다.

사람들이 오래 살고, 나이가 들수록 병을 달고 살게 되면, 국가가 모든 걸 똑같이 책임지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교수님은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큰 병, 꼭 필요한 치료에는 나라가 더 두껍게 책임지고,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나 꼭 필요하지 않은 고가의 검사는 개인과 민간이 더 부담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예를 들면 암이나 심장병 같은 중증질환은 국가가 최대한 책임지고, 대신 가벼운 감기나 단순 검진, 필요성이 낮은 MRI 같은 고가 검사는 본인이 더 부담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의료와 요양, 돌봄을 지금처럼 따로따로 운영하지 말고, 초고령 사회에 맞게 하나로 묶어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상급종합병원의 ‘역설’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큰 대학병원일수록 진료비가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면 같은 병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오히려 서울의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가 지역 병원(종합병원)보다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이 오히려 저렴하게 보이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전공의와 펠로우 같은 수련 의사들이 많아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구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고, 수련 인력이 줄어들면 지금까지 유지되던 효율성도 금세 무너질 수 있습니다. 결국 상급종합병원은 꼭 맡아야 하는 핵심 기능에 집중하고, 다른 기능은 종합병원으로 옮기는 구조 개편이 불가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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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으로 ‘수요를 줄이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쉽게 손대지 못하는 영역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본인 부담이 늘어난다는 말이고, 의사 입장에서는 권한과 역할의 재배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옳다는 걸 알지만, 아무도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우리 제도의 장점과 모순을 동시에 봅니다. 값싸고 빠른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장점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친 의료진과 불안정한 재정이 있습니다. 정재훈 교수님의 강의는 이런 현실을 명확한 숫자로 보여주고, 결정을 미루지 말라는 숙제를 던졌습니다.

의료란 결국 사회가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의 집합체입니다.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는 결국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오늘의 ‘성적표’에 안주할지, 아니면 다가올 세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준비를 할지는, 우리의 용기에 달려 있습니다.

글: 김진오(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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