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는 빠지는데 가슴털·수염은 많다? 탈모와 체모의 숨겨진 관계
"머리는 계속 빠지는데 왜 수염이나 몸털은 더 많아지는 걸까요?"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같은 몸에서 자라는 털인데 어떤 곳은 사라지고, 어떤 곳은 오히려 더 굵어지고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머리카락과 체모는 모두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지만, 같은 호르몬에 대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즉, 호르몬이 많아서 탈모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각 부위의 모낭이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범인은 남성호르몬 'DHT'입니다
탈모와 체모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남성호르몬입니다.
DHT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체내 효소에 의해 변환되어 만들어지는 물질로, 사춘기 이후 남성의 신체 변화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염이 나고, 목소리가 굵어지고, 체모가 증가하는 것도 대부분 DHT의 영향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같은 DHT라도 부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머리에서는 "퇴화"를 일으킵니다
유전적 탈모 소인이 있는 사람의 두피 모낭은 DHT에 매우 민감합니다.
DHT가 지속적으로 작용하면 모낭이 점점 작아지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며, 결국 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굵었던 머리카락이 점차 솜털처럼 변하다가 사라지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특히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는 DHT에 민감한 반면, 옆머리와 뒷머리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체모에서는 "성장"을 촉진합니다
반면 수염, 가슴털, 팔·다리 털과 같은 체모는 DHT에 노출될수록 더 굵고 진하게 성장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탈모가 진행되는 사람들 중에서도 수염이 매우 진하거나 체모가 많은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남성호르몬이 과도하게 많아서라기보다, 해당 부위의 모낭이 DHT에 대한 성장 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체모가 많으면 탈모도 심하다는 뜻일까?
많은 사람들이 "체모가 많으면 탈모가 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체모와 탈모의 연관성을 관찰하기도 했지만, 체모의 양만으로 탈모 여부나 진행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체모가 매우 많아도 탈모가 거의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체모가 적어도 심한 탈모를 겪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성호르몬의 절대량이 아니라, 각 개인의 모낭이 DHT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입니다.
즉, 탈모는 호르몬의 문제가 아니라 모낭의 유전적 감수성 문제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머리와 체모는 서로 다른 규칙으로 자랍니다.
머리는 빠지는데 체모는 많은 현상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남성호르몬인 DHT가 각 부위의 모낭에 서로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매우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머리 모낭은 DHT에 의해 위축되고, 수염과 체모는 오히려 성장하게 됩니다.
따라서 체모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탈모가 심해지는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개인의 유전적 소인과 모낭의 호르몬 민감도입니다.
만약 최근 들어 앞머리나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숱이 줄어드는 느낌이 있다면, 체모의 양보다는 두피와 모발 상태를 정확히 진단받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