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프의원을 찬찬히 살펴보시면 곳곳에 놓인 보라색과 검은색 조합의 작은 인형들이 보이실 겁니다. 이걸 보시고 가끔 환자분들께서 조금 의아하다는 듯 웃으며 물어보세요.
"원장님, 혹시 쿠로미 좋아하세요?" 그럴 때마다 저는 조금 쑥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의 대답하하는 편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캐릭터가 조금 귀엽다고 생각해서 한두 개 가져다 둔 정도였습니다. 왜냐하면 자녀들이 산리오 캐릭터즈를 꽤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 책상 위 풍경이 조금씩 쿠로미로 채워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펜 하나였는데, 지금은 인형에서부터 피규어까지 크고 작은 소품들을 꽤 모았답니다.

음........ 솔직히 더 고백하자면, 이제는 '조금'이나 '꽤'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많이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 주변에 쿠로미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제는 의료진들마저도 쿠로미가 보이면 저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 일견 당연해 보이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늘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하고 수술 중에는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다 보니, 이런 느슨하고 소소한 취미가 저에게는 큰 위안이 됨을 인정하고 있어요.
너무 '의사 코스프레'를 하며 딱딱하게만 살기보다는 이런 소소한 즐거움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줄 아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아마 그런 의사가 환자분들의 고민도 더 따뜻하게 들어준다고 여기시지 않을까요?
물론 귀여운 소품을 좋아한다고 해서 진료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만 믿어주십시오.
쿠로미 캐릭터가 늘어가는 만큼 제 진료실을 찾는 분들의 웃음도 더 늘어났으면 좋겠고요. 혹시라도 상담 오셨을 때 새로운 쿠로미 굿즈가 보인다면 반갑게 아는 척해 주세요. 저도 더 편안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여러분의 고민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다들 기분 좋은 밤 보내시길 바라요.
피아프의원 임진영 원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