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은 새침하고 무뚝뚝하게 보여도 속은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사실 이런 목표는 살짝 추상적인 개념이었는데요. 최근에 정체성이 무엇이었는지를 조금 깨닫게 됐습니다.
별달리 원장실이 따로 없는 환경이지만, 아무튼 제 자리에 도착하게 되면 책상 한쪽에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보라색 인형과 굿즈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제가 산리오의 '쿠로미'를 참 좋아해요.
44살 의사 아저씨가 캐릭터 인형을 모으는 게 조금은 쑥스럽기도 하고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쿠로미의 솔직하고 당당한 매력을 보고 있으면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아주 애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애정하는 마음을 최근 스레드라는 SNS 채널에서 인정을 받았고요. '쿠로미를 사랑하는 남자 의사'라는 뜻에서 '닥터 쿠로미'라는 애칭도 생기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처음 저를 마주하시면 "무뚝뚝하고 살짝 무서웠다"라고 알려주시곤 하는데요. 제가 워낙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환자분의 고민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다 보니 종종 필요 이상으로 진지해질 때가 많아서 그런 것입니다.
실상은 푸근하고 살짝 허술한 모습도 많은 사람이니, 너무 겁을 먹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저는 조금 딱딱한 대화를 나눌 때 원내에 비치된 쿠로미를 통해서 분위기를 유하게 풀어나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주사 시술을 앞둔 고객에게 쿠로미 인형이나 담요를 내어드리거나 것이죠.
보통 이러면 분위기가 금방 유쾌해지고 가볍게 풀리더라고요.

그리고 솔직히 이런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고 하잖습니까?

이처럼 원내에는 저의 취향이 가득 담긴 소품들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소품들이 동안 성형술의 압박감과 통증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는 요소가 되길 소망합니다.

종종 쿠로미처럼 성형 수술을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당장의 화려함보다는 10년 뒤에도 거울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켜드리는 것이 제 본분이라고 믿으며 오늘도 소신껏 행동하고 있습니다.
조금 숫기가 없더라도, 환자분을 향한 제 진심만큼은 누구보다 깊고 따뜻하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에도 저는 20년 넘게 방부제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쿠로미와 함께 함께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편안하고 플러스 가득한 하루 보내십시오.
피아프의원 임진영 원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