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입체성형외과에서 동안수술을 하고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 허재원 원장입니다.
오늘은 안면거상(facelift)수술을 집도할 때마다 의사에게도 늘 부담이 되는 합병증 중 하나인 피부괴사(skin necrosis)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피부괴사는 단순히 ‘수술을 잘못해서 생긴 문제’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이는 얼굴의 혈관 구조가 가진 해부학적 한계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20여 년 동안 발표된 여러 해부학 연구들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1990~2000년대에 발표된 연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피부괴사는 얼마나 흔한가?
사실 안면거상 후 피부괴사는 매우 드문 합병증입니다.
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환자뿐 아니라 집도의에게도 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남깁니다.
문헌에 따르면 발생률은 약 1.1~3% 정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는 안면거상 분야의 거장 Baker 박사의 연구 결과입니다.
(Baker DC. Complications of cervicofacial rhytidectomy. Clin Plast Surg. 1983;10(3):543–62.)
100명의 환자 중 한두 명꼴로 발생할 수 있는 ‘희귀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합병증’이라는 뜻이죠.
“나는 수술을 잘해서 그런 일이 없다”
이런 말은 환자분이 듣기엔 좋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확률적으로 발생 가능한 위험을 인정하고, 그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예방책과 발생 시 대처 방법을 준비하는 것이 진정으로 안전한 수술을 추구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 1%의 확률을 더 낮추기 위해 항상 연구하고, 개선하고 있습니다.
피부괴사의 원인은 무엇일까?
피부 괴사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예방 가능한 원인 – 수술자의 기술이나 주의로 줄일 수 있는 경우
-
예방이 어려운 원인 – 해부학적 구조나 혈류 문제 등 피하기 어려운 경우
먼저 수술자가 주의해야 할 부분부터 보겠습니다.
-
SMAS를 두껍게 남기려다 피부층을 지나치게 얇게 박리한 경우
-
피부를 과도하게 당긴 경우
-
수술 도중 기계적 손상이 있었던 경우
이런 상황은 숙련된 테크닉과 세심한 조정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피부 두께를 적절히 유지하고, 텐션을 분산시키며,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피할 수 없는 원인 - 혈류 문제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피부의 혈류 부족입니다.
피부가 충분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면 아무리 정교한 수술이라도 조직이 버티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왜 안면거상에서는 이런 혈류 문제가 생기는 걸까요? 그 답은 해부학 연구 속에 있습니다.
2004년 독일의 Wolff 박사팀은 기증 시신을 해부하여 안면거상 피판(flaps)이 어떤 혈관들로부터 혈류를 공급받는지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안면동맥(Facial artery) : 코 옆, 입가, 턱 아래의 작은 혈관(perforator)를 통해 얼굴 중심부에 혈류를 공급
-
횡안면동맥(Transverse facial artery - TFA) : 광대 아래의 작은 혈관(perforator)를 통해 측면 안면부(lateral face)에 혈류 공급
-
표재관자놀이동맥(Superficial temporal artery - STA) : 일부 기여하지만, 역할은 제한적
즉, 측면 얼굴의 주요 혈류 공급원은 TFA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안면거상 시 피판을 박리하는 과정에서 TFA의 perforator를 반드시 절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측면부 혈류 공급이 차단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피부가 괴사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facial artery의 perforator들이 남아서 TFA가 맡던 영역까지 대체 공급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즉, “우회 혈류로 살아남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물탱크로 비유하자면, 세 개의 수도꼭지 중 하나가 잠겨도 다른 두 개에서 충분한 물이 들어오면 전체 수조는 여전히 가득 차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흡연자나 당뇨병 환자, 혹은 박리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가져간 경우에는 이 우회로가 막히면서 혈류가 버티지 못하게 됩니다.

그 결과가 바로 피부괴사입니다.
따라서 안면거상 상담을 받으시는 분들 중 흡연하시는 분은 수술 전 일정 기간 금연을 하시도록 안내드리고 있습니다.
Wolff 박사팀은 이렇게 결론지었습니다.
“피부 박리는 팔자주름(nasolabial fold) 근처로 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그 경계를 넘어가면 facial artery까지 손상되어 피판이 완전히 혈류를 잃기 때문입니다.
2009년 Rohrich 연구: 해부학적 재확인
이후 2009년, 미국 Rohrich 교수팀(댈러스 그룹)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이 문제를 다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측면 얼굴의 피판(lateral face flap)의 핵심 혈류 공급원이 횡안면동맥(TFA)임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Deep plane facelift나 Dual plane facelift 모두 이 혈관을 일부 절단하게 되며, 그럴 경우 측면부의 상대적 허혈 영역이 생기지만, 대부분은 주변 혈관이 이를 보충해줍니다. Rohrich 팀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
Lateral facelift flap은 TFA perforator에 의존한다.
-
이를 절단하면 혈류는 감소한다.
-
그러나 facial artery 등 주변 혈류의 보상으로 대부분의 경우 괴사는 발생하지 않는다.
-
단, 흡연·당뇨·선천적 혈관 패턴 이상이 있는 경우 우회로가 부족해 괴사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수술 디자인과 박리 범위, 환자의 혈관 상태가 겹치는 경우에 이 합병증이 드러나는 것이죠.
즉, “드문 일이지만 가능성은 있다.” 이것이 피부괴사를 바라보는 가장 현실적인 시각입니다.
따라서 수술 전 의사가 이 내용을 인지하고 있고,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 환자의 컨디션을 적절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2004년 Wolff 연구와 2009년 Rohrich 연구를 중심으로 안면거상에서 중요한 합병증 중 하나를 정리해보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가 시행하고 있는 대비책들에 대해서도 말씀 드려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