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입체성형외과에서 동안 수술을 하고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 허재원입니다.

최근 흑백요리사 시즌2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우연히 몇 회를 시청하면서 흥미로운 구조적 유사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대중음식’과 ‘파인다이닝’의 대비는, 성형외과 진료를 이해하는 데에도 의외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100명을 만족시키는 음식과, 1명을 위한 음식
프로그램 속 팀 미션에서는 일반 대중 100명이 실제로 음식을 맛보고 1인 1표로 평가를 합니다.

소수의 심사위원에게 인정받는 미션과는 전혀 다른 게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특정 취향을 정밀하게 공략한 요리보다 평균적으로 무난한 선택이 훨씬 유리해집니다.
여기서 분명해지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대중음식과 파인다이닝의 차이는 맛의 우열이 아니라 목표 설정의 차이입니다.
대중음식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조리 시간은 짧아야 하고, 누구에게나 큰 거부감이 없어야 하며 회전율이 높아야 합니다.
반면, 파인다이닝은 다릅니다.
셰프가 그날 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메뉴를 하루에 정해진 소수에게만 제공합니다.
재료를 직접 고르고, 그 재료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조리하며, 각 메뉴의 의미와 흐름을 설명하고, 어떤 순서로 먹어야 전체 경험이 완성되는 지까지 설계합니다. 즉, 파인다이닝은 많이 파는 음식이 아니라 완성도를 극대화한 경험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사업적으로 매우 불리하다는 점입니다.
파인다이닝 셰프들이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파인다이닝은 구조적으로 돈이 안 된다.”, “재료대가 너무 높다.”, “요리사 중에 파인다이닝이 월급이 가장 낮다.”
여기서 말하는 재료대는 단순한 식재료 가격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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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를 선별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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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에 소요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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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티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숙련도
이 모든 것이 비용입니다.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손님 수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고,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즉, 파인다이닝은 처음부터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설계된 구조가 아닙니다.
성형외과 역시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자연스럽게 성형외과를 떠올렸습니다.
성형외과에도 분명히 서로 다른 두 가지 구조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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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명에게, 각자 60점짜리 수술을 하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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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명에게, 90점짜리 수술을 하는 구조
조금 더 계산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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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당 시간을 줄여 5명에게 각각 400을 받고 평균 60점의 결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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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에게 800을 받고 90점의 결과를 만든다.
수익만 놓고 보면 전자가 두 배 이상 효율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병원의 운영, 의사의 노동 시간, 리스크 관리까지 고려하면 이 구조는 결코 비합리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파인다이닝의 ‘재료대’는, 안면거상에서는 ‘시간’이다.
파인다이닝에서 재료대가 핵심 비용이듯, 안면거상에서 가장 큰 비용은 시간입니다.
안면거상은 얼굴에서 시행되는 수술 중에서도 범위가 가장 넓은 수술 중 하나입니다.
결과를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수술적으로 해야 할 작업은 매우 많습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60점을 만드는 시간과 90점을 만드는 시간의 차이는 단순히 1.5배가 아니라 체감상 몇 배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디테일 하나하나가 수술 시간과 집중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고, 그 시간은 곧 ‘재료비’가 됩니다.
백종원과 안성재, 그리고 현실적인 선택
흑백요리사를 보며 상징적으로 떠오른 두 인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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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대중음식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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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재: 파인다이닝의 상징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자산 규모나 사업적 성공은 백종원이 압도적으로 클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입니다.
사람들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하고 싶어할까?
파인다이닝이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낮은 수익성, 높은 재료대, 긴 노동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을 알게 된다면 대부분은 대중음식의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사업적으로만 보면 파인다이닝은 결코 합리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그러나 성형외과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다만, 성형외과 수술은 음식과 본질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음식은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일은 다른 식당을 가면 됩니다. 실패의 비용은 한 끼 식사로 끝납니다.
그러나 수술은 다릅니다.
수술 결과는 환자가 24시간, 365일 마주하는 얼굴에 남습니다.
적당히 괜찮은 선택의 결과를 거울을 볼 때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반복해서 경험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특히 안면거상에서는 파인다이닝에 가까운 접근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글은 "나는 파인다이닝을 한다"는 식의 홍보를 위한 글은 아닙니다.
안면거상은 효율도, 수익성도 좋은 수술은 아니지만, 수술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분야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빠르고 효율적인 접근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수술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요리를 연구하는 셰프처럼 안면거상이라는 수술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연구해 나갈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